어쩌면, 당신의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멈추지 않던 파도 속에서
저는 한때, 공황 발작을 두 번 겪었습니다. 처음은 가족 여행 중 해변에서였고, 두 번째는 테니스 학원에서 공을 넘기지 못하던 순간이었어요. 갑자기 숨이 가빠지고, 시야가 흐려지고,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죠. 온몸에 두려움이 퍼졌고, 그 감정은 통제할 수 없는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었고, 그 무지함은 더 큰 공포가 되어 저를 휩쓸었습니다.
그 길로 정신과를 찾았고, 선생님은 항우울제를 권했습니다. 저는 약을 복용했고, 그날 밤엔 각성되어 잠에서 깨는 부작용을 경험했어요. 그리고 그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걸 정말 약으로만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느끼는 고통의 뿌리는 어디에 있을까?"
자책의 굴레에서
그 시절의 저는 스스로를 참 많이 자책하던 사람이었어요. 무엇을 해도 부족하다고 느꼈고, “왜 그랬을까”, “나는 왜 이 모양일까” 같은 생각을 끝없이 반복했죠. 그렇게 나를 몰아세우는 목소리는, 때때로 공황이라는 형태로 되돌아왔습니다.
“이제는 그만 나를 비난하고, 내 편이 되어줘야겠다.” 어느 순간 그런 결심을 하게 되었고, 분명 이전보다는 나아졌습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어요. 불쑥불쑥 고개를 들었고, 저는 여전히 내면에서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한 권의 책, 그리고 깨달음
그 무렵, 우연히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제목의 책이었어요. 책은 우리가 우울할 때 뇌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부정적인 감정이 뇌 안에서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아주 정교하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전전두피질과 변연계. 이 두 부위가 우울의 중심에 있다. 생각하는 뇌(전전두피질)는 감정을 처리하는 뇌(변연계)를 조절해야 한다. 하지만 우울증은 그 소통이 끊어진 상태다.” — 책 중에서.
그 설명을 읽는 순간, 무언가가 명확해졌어요. 아, 내가 이렇게까지 괴로웠던 건 단지 의지 부족이나 성격 탓이 아니었구나. 그건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습니다. 과학적 설명이 곧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게 되었어요.
뇌를 공부하며, 마음을 회복하다
그 이후로 저는 뇌과학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고, 논문을 찾아보고, 의대에서 배운 신경해부학도 다시 복습하면서 감정의 뿌리를 하나하나 추적해나갔어요. 그렇게 공부하다 보니, 언젠가부터 그 여정을 글로 남기고 있었고 결국엔 책 한 권으로 엮어내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을 위한 뇌과학』이라는 이름으로요.
지식이 생기자, 감정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가 아니었습니다.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올 때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었어요. “아, 지금 내 전전두피질의 힘이 약해졌구나.” “지금은 편도체가 과잉반응하고 있네.”
그 순간, 감정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뇌 안에서 일어나는 하나의 ‘현상’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감정과 나 사이에 한 걸음 떨어져 있는 심리적 거리두기의 시작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