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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창의성이란 무엇일까?

뇌과학이 말하는 창의성의 정체

by 쿼카쌤 강건

우리가 지금까지 살펴본 건,

창의성에 대한 ‘오해’를 걷어내는 과정이었어요.


그렇다면 이제,

“창의성의 진짜 정체는 뭔가요?”
“우리 뇌는 어떻게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어낼까요?”

이 질문에 답해볼 차례입니다.



창의성은 뇌의 '연결성'에서 나온다


2014년, 심리학자 로저 비티는 흥미로운 질문을 던졌습니다.

“창의적인 사람의 뇌는, 평소에 다르게 연결되어 있는 걸까?”

우리는 보통 창의성이라고 하면
작업 중의 영감, 몰입, 집중 같은 ‘즉시 떠오르는 반응’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Beaty는 그 반대의 접근을 택했어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쉴 때, 뇌는 어떻게 연결되어 있을까?"
즉, '휴식 상태에서의 뇌 연결성'을 연구한 거예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
다음 두 가지 네트워크 사이의 연결성이 훨씬 더 강했습니다.

1️⃣ 하전두이랑(IFG, Inferior Frontal Gyrus) – 주의 조절, 판단, 기억 검색을 담당하는 영역
2️⃣ DMN(Default Mode Network, 기본모드 네트워크) – 마음이 떠다닐 때, 상상, 자아성찰, 내적 이미지 등에 관련된 네트워크


쉽게 말하면,
판단하고 조절하는 뇌 영역
자유롭게 떠올리는 상상 영역
더 잘 연결되어 있었다는 거예요.


이걸 비유로 풀어보면 이래요.

우리는 머릿속에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이 스쳐지나갈 때,

그걸 '적당히 붙잡아서 쓰는 능력'이 필요하잖아요?


DMN이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상상을 펼치고 있다면,

IFG는 그걸 판단하고 조절하고 선택하는 역할을 해요.


창의성이 높은 사람들은

이 두 영역 사이의 협력이 더 원활해서

떠오른 생각 중에서 쓸 수 있는 걸 잘 포착하는 거죠.




창의성의 두 가지 모드


그런데, 창의성을 뇌의 관점에서 조금 더 다르게 설명한 연구도 있습니다.


심리학자 Arne Dietrich는 창의성을 상황에 따라

작동 방식이 다른 여러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보았어요.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자주 경험하는 두 가지는 다음과 같아요.


첫째는 계획형 창의성(Deliberate Mode) 입니다.

이건 집중하고, 판단하고, 전략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때 발휘되는 창의성이에요.

여기에는 중앙집행 네트워크(CEN)가 관여합니다.


CEN은 우리가 주의를 집중하고, 정보를 기억하고,

복잡한 문제를 분석하고 계획할 때 활성화되는 뇌 네트워크예요.

즉, 의도적이고 전략적인 사고를 가능하게 해주는 뇌의 '기획실' 같은 역할을 하죠.


둘째는 영감형 창의성(Spontaneous Mode) 입니다.

갑자기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 혹은 무심코 생각이 흘러갈 때 나타나는 창의성이죠.

이때는 앞서 설명한 기본모드 네트워크(DMN)가 중심이 됩니다.


Dietrich는 이 두 모드가 서로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창의적인 사고를 할 때 유연하게 전환하거나 함께 작동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어, 글을 쓸 때 처음에는 머릿속에서 자유롭게 떠오르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구상을 하고,

그다음에는 그 내용을 논리적으로 다듬고 정리하는 과정을 거치죠.


반대로, 어떤 주제를 구조화하고 계획한 뒤에,

그 구조 속에서 아이디어가 오히려 더 자유롭게 떠오르기도 해요.


예를 들어, 강연을 준비하면서 전체 흐름을 먼저 정리하고 나면,

그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말할 문장이나 예시가 갑자기 떠오르는 경험처럼요.


이처럼 하나의 작업 안에서도 영감형과 계획형 창의성이 번갈아 등장할 수 있습니다.



다시 정리하자면...


창의성은 자유로운 상상력(DMN)과
전략적인 선택과 조절 능력(CEN, IFG)의
협력에서 나오는 능력입니다.

즉, 뇌 속에서 서로 다른 시스템들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복합적인 인지 과정이라는 것이죠.


비티 교수는 이렇게 말합니다.

창의적인 사고는 단순히 자유롭게 떠올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그 생각을 조절하고 조합하며 선택할 수 있는 인지 통제력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가져야 할 통찰은 이거예요.


대중은 창의성을

"타고난 감각"이나 "아이 같은 순수함", "영감"으로 설명하려고 하지만,

과학은 분명히 말합니다.

창의성은 전략적인 사고의 산물이고

기억과 판단, 상상과 통제 사이의

협업에서 만들어지는 능력이라고요.

창의성은 누구나 가진 능력이고,

이 능력은 훈련할 수 있습니다.

이 인식이야말로 창의성을 키우는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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