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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브레인 쿼카 Jul 12. 2024

예민한 게 아니라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높은 거야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

쿼카쌤의 이야기


쿼카쌤도 한 예민 합니다.

시각, 청각, 촉각 다 그렇습니다.


사소한 변화도 잘 알아차리고,

자그마한 소리도 잘 들어요.


아쉽게도 비염이 있어서 후각은 둔감하네요.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넌 왜 이렇게 예민하니?"

"쓸데없는 생각 좀 그만해"

"그렇게 살면 참 피곤하겠다"


혹시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나요?

그렇다면 이 글은 당신을 위한 거예요.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저도 제가 피곤한 성격이라고 여겼던 때가 있어요.

자책도 많이 했죠.

'아... 나도 좀 무뎌지고 싶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고 싶다.'


근데 지금 드는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 자책을 해서 내가 얻는 게 뭐지?

예민한데, 뭐 어쩌라고.

남한테 피해만 안 주면 되지.

난 나인채로 살래.


예민함이 싫은 당신을 위해,

질문 몇 개 드리겠습니다.


Q. 그 피곤한 성격이라는 것은,

내 기준인가, 타인의 기준인가요?

A. 타인의 기준이요.


Q. 남한테 피해를 주나요? 일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A. 아니요.


Q. 원한다고 무뎌질 수 있었나요?

A. 아니요.


Q. 그럼 그 자책이 의미가 있나요?

A. 아니요.


어떻게 보면 제가 괴로웠던 이유는

'예민하다'는 사실 자체보다

'(무딘)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이었을지 모릅니다.


근데, 좀 다르면 안되나요?

그게 틀린 건가요?

피해만 안 주면 되죠.


그걸 깨닫게 해준 것이

바로 뇌과학입니다.




전측 대상회피질과 예민함


흥미로운 연구가 있습니다.


자폐 환자들은 감각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과민한데요.


바로 그 자폐 환자들의 감각 과민성에

대한 연구 결과가 최근 제시되었습니다.


뇌의 특정 부위, 그중에서도

'전측 대상회피질(ACC)' 이라는 곳이

예민함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ACC는 감각정보를 처리하고 해석하는

뇌의 중요한 기관입니다.


자폐 모델의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을 한 결과,


Grin2b라는 유전자에 변이가 생긴 생쥐의 경우

ACC가 과활성화되었다고 해요.


ACC가 과하게 활성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마치 과민한 경비원처럼 작동합니다.

조그만 소리에도 "위험해!"

라고 크게 반응하는 거죠.


그러면 일상적인 자극에도

크게 반응하게 되는 거에요.


여기서 중요한 건 뭘까요?


나는 자폐 환자는 아닌데?

나랑 상관없는 얘기야.


가 아니라,


예민함을 단순히

‘성격’ 탓으로 치부할 수 없다는 겁니다.


예민함은 잘못이 아니라는 거죠.

이건 우리 뇌의 특성이에요.


어떤 사람들은 유전적으로

이런 특성을 가지고 태어날 수도 있어요.


Q. 우리 뇌가 곧 자신이잖아요!


정말 그럴까요?

뇌는 당신을 구성하는 '일부'에 불과해요.


여러분은 얼굴이나 키가

여러분 그 자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아니죠.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그냥 하나의 특성에 불과해요.


저는 성격이 얼굴이나 키랑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얼굴이나 키에

대해서는 자책을 안 합니다.

내 의지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왜 성격에 대해서는

그렇게 자책을 할까요?


화장품을 바르고, 키높이 신발을 신는 것처럼,

성격은 '고침'이 아니라 '보완'의 대상입니다.


성격도 얼굴이나 키처럼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인정합시다: 당신은 (타인의 기준으로) 예민합니다.


2. 생각해보세요: 타인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나요?

기분 상해죄 말고 실질적인 피해요.

피해만 안 주면 괜찮지 않을까요?


3. 존중하세요: 당신의 성격도 당신의 일부입니다.

예민한 덕분에 좋은 점이 많습니다.

타인의 가스라이팅 때문에 몰랐을 뿐이죠.


저는 예민한 덕분에 타인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바로 알아챌 수 있죠.

위험한 상황에 더 잘 대처할 수 있고요.


4. 보완하세요: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을 찾고 줄여보려고 노력해보세요.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괜찮아요.

중요한 건 어제보다 나아지려 노력한다는 거니까요.


5. 도움을 구해요: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라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저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예민한 사람들에게 예민하다고

뭐라 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예민한 게 아닐까?


다른 것을 전혀 참지 못하는 그들이야말로,

진짜 예민한 사람들 아닐까?


스스로의 예민함을 인정하고, 보완하고,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사람이

진정으로 ‘둔감한’ 사람 아닐까?


나는 그런 의미의 둔감한 사람이 될래.




기억하세요.

당신의 예민함은 당신을

'당신'답게 만드는 특별한 요소예요.

이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가 없어요.


자책하는데 시간을 그만 쓰고,

성격을 보완하고,

남는 시간에 인생에

정말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해보세요.


여러분의 특별함을 사랑하세요.

그리고 기억하세요 -


 당신은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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