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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학벌은 주홍글씨?

                                                                                  

<알>은 명문대는 아니지만 서울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친구이다.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좋은 대학을 가면 좋지만 대학이 인생의 전부가 아닐거란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적당히 공부하고 적당히 동아리를 즐기고 적당히 친구들과 놀러다니며 고등학교 시절을 보냈다.

수능이 끝나고 나온 점수에 맞추어 In 서울에 교통 좋은 대학에 들어가 무난하게 학사를 수료했다.

대학을 다니는 동안에 동기중에 명문대를 가겠다며 편입을 한 친구도 보았고,

졸업 후 이정도 학교가지고는 어렵다며 억대의 비용을 들여 외국으로 대학원 공부를 하러 가는 친구도 있었다.

그때도 그녀는 이렇게 생각했다.

"점점 학벌보다 능력이 평가받는 사회가 될거야. 난 능력으로 성공하겠어!"

중소기업에 취업한 그녀는 정말 열심히 일을 했고 3년만에 회사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만족스러운 회사생활을 했다. 업계에 소문이 난건지 심지어 대기업에서 스카웃 제의까지 받아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대기업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녀가 입사한 대기업은 소위 S. K. Y대학 또는 대학원 출신의 사람 또는 해외대학. 외국시민권자 등등

쟁쟁한 스펙의 사람들만 선발하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였다.

그녀는 속으로 "거봐. 학벌이 중요한건 아니라니까. 능력과 인성이 중요한거지.."라며

자신의 철학과 선택이 맞다라는 것을 주변에 스스로 증명이라도 하듯이 뿌듯해하며 <능력중심적 철학> 을 전파하고 다녔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주변 동료들이 어디 대학 출신이다. 미국에서 무슨 공부를 했다 등의 대화를 들으면

입을 꾹 다물게 되는 자기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는 경력을 잘 쌓다가 집안문제 때문에  퇴사를 하게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없다. 능력이 있으니 어디든 이직할 수 있겠지.

경력이 상당했던 그녀는 자신감있게 대기업 위주로 면접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다(이미 눈이 높아졌으므로)

어느날 C 대기업의 서류에 합격하여 1차 면접을 보러갔는데 같이 일할 부서의 팀장이

그녀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심지어 1차 면접을 본 사람들 중에 <알>만 합격하여 2차 면접을 보게 되었다.

헤드헌터가 말했다 

"어머~C사 OO팀 팀장님이 <알>님을 엄청 좋게 보셨나봐요. 다른분들 다 떨어뜨리고 <알>님만 올리신걸 보면요.

  크게 문제없이 2차 면접 보시면 최종합격이라고 봐도 될 것 같네요~화이팅!! ^^"

2차 면접은 함께 일할 실무진이 아닌 임원급이다.

2차 면접도 무난하게 보고 난 <알>은 생각했다 "역시 능력이 있으니까 이직도 쉽구만"

며칠 뒤 헤드헌터에게 연락이 왔다

"휴.....<알>님..정말 저도 어이가 없는데요..

 C사 OO팀 최종탈락하셨어요. 이번에 가능성 매우 높다고 생각했었는데..아쉽네요.

 <알>님이 뭐 잘못하시거나 커리어가 부족해서 그런것 같지는 않구요..

 솔직히 그 OO본부 상무님께서 학벌 많이 보시거든요..<알>님이 고부분이 쪼~금 약하셔서요"

<알>은 당황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전 직장이 알아주는 회사이고, 자신의 성과가 분명한데 학벌....때문이라고?

내가 졸업한지도 10년이 넘은 그 학교 때문...? 헐...

결국엔 이 사회는 어쩔수 없는 학벌주의 사회인 것인가.

10년동안 내가 능력을 보여주고 기여를 한다 하더라도, 평생 나를 따라다니는 '주홍글씨'와 같은 것일까?

적잖이 실망과 충격을 받은 그녀는 담배를 뻑뻑 피다가 문득 2년 전 자신의 모습이 생각났다.

꽤  큰 프로젝트를 앞두고 멤버로 함께 일할 계약직 직원을 직접 뽑게 된 그녀.

인사팀과 구인광고, 업계 지인을 통해 이력서 10 개 정도를 받았다.

할일도 많고 급하게 사람을 뽑아야 하는 <알>은 이력서 10개를 훑어보더니 

지방대학 출신 4개를 뽑아 제외시키고 나머지 6개의 이력서를 읽기 시작했던 자신의 모습. 말이다.

학벌.

다양한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도 학벌까지 따라준다면 더욱 각광받는 시대이다.

서울대 출신 탤런트,  명문대 출신 개그맨, 가수까지..

분명히. 냉정히 말한다면 학벌은 우리 사회에서 특히나 한국 사회에서는 매우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이다.

<알>이 계약직 직원을 뽑을 때처럼 기업의 인사담당자들은 수많은 이력서에서 짧은 시간동안 인재를 선별해야 한다.

그러나 뻔하디 뻔한 이력서 포맷에서 그들의 능력과 인성을 측정할 길은 별로 없다.

"Fact"만으로 측정할 수 밖에 없고, 심플하게 생각해서

학벌이 좋으면 → 학교생활 공부를 열심히 한거고 → 그건 성실하다라는 인성의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에

학벌을 잣대로 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족관계나 취미생활을 보고 인재를 선발할 수는 없지 않은가. 

물론 회사마다 그 기준이 다를 수 있으나 사람마음 똑같다. 

 함께 성실하고 적극적으로 일할 사람을 뽑고 싶고

그것을 개런티해줄 수 있는 몇가지 안되는 요인 중에 '학벌'을 큰 기준으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은 인정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인간이고 사회적 동물이기에 속해있는 사회의 환경에 다른 편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난 아니라고 몸부림쳐봐도 저 깊은 마음속 구석에는 분명히 잠재되어 있는 편견 세포들이 있다.

다만 잘못된 그것들이 사회를 지배하지 않도록 이성적으로 노력하는 것일뿐.

심지어 학벌은 유사한 지적 수준의 사람들끼리 어릴적 순수한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명문대의 동문끼리는 졸업후에도 상당한 네트워크를 발휘하며

그것이 실로 사회생활 할 때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각자 다같이 잘되서 서로 도움되는 그런 아름다운 모습 얼마나 좋은가.

이미 과거에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아서 좋은 대학에 못갔기 때문에 모든걸 포기하고 damage를 감수하라는 뜻도 아니고

앞으로 목숨걸고 학벌을 쟁취하라는 말도 아니다.

'학벌'은 말했듯이 그 사람의 과거의 모습. 일반적은 성향을 어렴풋이 알 수 있게 해주며,

그리고 열심히 했으면 좋았을 법한. 내가 사회생활을 하는데 있어 좀더 유리하게 작용될 수 있는 기준,

나와 내가 어울리는 사람, 지적 수준과 서로 영향줄 수 있는 판이 크게 달라질수 있는 중요한 것임에는 분명하지만

학벌 자체가 나를 대변하지는 않는다.

지방대 나온 애들은 인서울을 부러워하고 수도권 나온 애들은 연고대를 부러워하며

연고대 나온 애들은 서울대에 대한 아쉬움이 있고 서울대 나온 애들은 외국 명문을 부러워하지 않겠는가.

대학을 가지도 못한 사람은 대학교만 졸업해도...라는 생각을 한다.

이 모든 것은 결국 비교에 의한 행복 메커니즘과 유사하다.

어짜피 선택은 자신의 몫.

우리가 과거에 어떠한 선택을 했든지간에 그것에 따른 결과는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과거에 내가 한 나름의 선택을 존중하고 지금에 있어 더 노력해야 할 부분에 포커싱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알>은 그동안의 경력과 노력으로 더 좋은 회사에 들어갈 수도 있고

'학벌'에 대한 열등감으로 대학원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명문대를 나온 사람에게 우리는 축하의 박수를 쳐줘야 한다.

그렇다고 그렇지 못했던 자신에 대하여 실망할 필요도 없다.

자신이 젊은날 학업에 성실하지 못했던 것에도 반성을 하고

앞으로의 무한한 가능성을 믿고 노력하면 충분히 나의 미래는 밝을 수 있다.

그런 사례는 민망할 정도로 많다.

그토록 집착하는 무슨 대학 무슨 대학. 이런 것은 세계 무대에 나가보면 더욱 의미가 없어진다는 것을 깨닫는다.

단언컨데, 가장 멋진 것은 성숙하고 발전하는 사람이다.

비록 ~했을지라도, 스스로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아 노력하는 사람은 그 어떠한 명문대 출신보다 아름답고 멋이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만의 목표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좋은 대학에 가야될 수도 있고, 열심히 경험을 쌓아야 할 수도 있다.

중요한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이다.

누군가에게 공부를 열심히 하는 시간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는 경험을 쌓는 시간. 

또 누군가에게 훌륭한 전문가가 될 수 있는 기술 습득의 시간이 될 수 있다.

나에게 노력으로 쏟아부은 시간들은 그것이 명문대가 되었든, 자아성찰이 되었든, 기술이 되었든, 경험이 되었든

각각 다른 모습과 방향으로 의미있게 펼쳐진다는 말이다.

각자의 목표와 선택에 진정한 존중을 해주는 문화가 되길 바라며

'학벌'이라는 단어보다는 '학교'라는 단어로 학문의 순수한 아름다움이 젊은이들의 가슴을 더욱 두근거리게 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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