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엘리 May 02. 2016

부전자전

                                                                                                                                                                                                                                                                                                               

결혼을 하기 전에 남자친구의 아버지를 만나보라는 말이 있다.

지금이야 죽고 못사니까 잘해준다하더라도 결혼 후에 불타는 사랑도 시들해질테고

일상이 반복되게 되어 서로 익숙하게 될 때쯤에는 

결국 남자는 자신의 아버지의 성품. 행동을 똑같이 한다는 그럴듯한 법칙 때문이다.

<민>은 최근 남자친구와 싸움을 했다.

좋을 때는 한쌍의 잉꼬처럼 한없이 사랑하다가도, 

둘다 성격이 다혈질인데다 지기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싸울 때는 다시는 보지 않을 것처럼 격하다.

문제는 얼마 전 그녀의 남자친구가 싸우다가 폭언을 한 것이다.

자주 싸우기는 했지만 이런 식의 폭언을 들은 그녀는 충격을 받아 입을 다물게 되었고 싸움은 중단되었다.

그리고 그들은 지금 냉전 상태이다.

<민>이 말하기를, 

"예전에 오빠가 어릴 적 얘기를 한적이 있어.

 오빠 아버지가 술 마시고 어머니랑 싸우면 욕하고 때린 적도 있어서

 그걸 보며 자라는 자녀의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는지 느꼈대.

 그래서 자기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내 아이들은 정말 행복한 가정에서 자라게 해줄꺼라고 말한적이 있어.

 그때는 오빠가 겪은 일이 참 안쓰럽고 잘 자란게 기특했는데,

 그날 싸울 때 눈알이 확 돌아가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오빠를 보는데 

난 왜 그때 오빠아버지의 모습이 보이는거니..."

친구 <율>은 자신의 아버지가 뻑하면 소리 지르고 화를 잘 내는 분이었다고 한다.

어릴적 아버지의 엄한 모습에 늘 위축이 되고 두려움을 느끼곤 했는데 이제 나이 서른줄에 들어서니

아버지도 예전같지 않으시고 딸로서 따박따박 할말은 다 하며 대들기도 한단다.

문제는 자기의 하나뿐인 오빠가 나중에 결혼하면 자기 아빠처럼 와이프에게 대할까봐 노심초사한다고.

반면 다른 친구 <신>은 요리. 집안일 당연히 착착 도와주는 온화하고 자상한 남편을 만나 잘 살고 있는데

결혼하고 보니 시아버지가 그리 시어머니를 공주 떠받들듯 모시고 사는 것을 보며

"아. 남편이 저걸 보고 배웠구나" 싶었단다.

얼마전 SBS 힐링캠프 김성주 편에서 김성주가 출연하여

매정하고 엄하신 아버지 아래에서 자란 것을 고백하며, 자기는 꼭 친구같은 아버지가 될거라고 결심했는데

어느덧 바쁘게 살면서 보니 자신이 민국(아들)에게 자신의 아버지와 똑같이 하고 있더라고 말하는 걸 보았다.

문득 나는 궁금했다.

아버지상이 아들에게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사실은 알고 있지만 

아버지의 모습은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인데, 나쁜 아버지상을 보고 자라난 아들들은

역시 나쁜 남편, 나쁜 아버지가 될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좋지 않다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릴 적 눈으로 봐왔던 것들은 저절로 뇌에 학습이 되는 것일까.

아무리 노력해도 무조건 반사처럼 자동적으로 나오며, 고칠래야 고쳐질 수 없는 것일까.

그렇다면 여자들은 무조건 결혼하기 전에 남자친구의 아버지를 만나봐야 하고

아무리 사랑하더라도 남친의 아버지가 별로면 결혼을 재고해야 하나.

가난한 집의 자식들이 가난한 아버지에게 물려받을 게 없어서 자신도 가난해지는게 아니라

가난해지는 소비.생활 습관을 물려받아서 그렇다는 내용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그렇다면 부모를 선택할 수 없는 아이들은 무조건 포기하고 부모의 영향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가.

완벽한 부모나 완벽한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이 부모의 영향 때문만으로

되물림이 계속 된다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

참 어려웠다. 

오랫동안 이 생각에 빠져다가 나는 남자친구(그냥 친구) 한명을 만났다.

그 친구는 마음이 넉넉하고 배려심이 큰 친구였다. 

난 그 친구의 아버지와 우연히 함께 식사를 하게 됐고, 친구의 아버지에게 좋은 말씀을 많이 듣고 좋은 시간을 가졌다. 

그 친구의 아버지는 다섯 식구를 여유있게 살 수 있도록 충분한 부도 축적하시어 

가장으로서 책임을 다하신 분이셨고, 성공한 삶에도 불구하고 허세나 권위의식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 아버지 세대에 이런 분이 있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특히 겸손하면서도 서글서글하시어 누구나 좋아할만한 완벽한 성품을 가진 분이었다.

난 이 친구의 장점들이 모두 아버지의 장점과 비슷하구나.라고 생각했다. 역시 부모님의 영향을 크게 받는 거구나.

그런데 며칠 뒤, 이 친구를 소개팅을 해줄 일이 생겼는데

소개팅한 사람 왈, 사람이 너무 낯을 가려서 말도 없고 리액션도 없이 무뚝뚝하게 있으니 본인도 민망했고,

매력이 느껴지지 않더라는 것이다.

나는 알고보면 인성이 좋은 친구인데 "참 사람 볼 줄 모른다"하고 넘겼지만

그때 나는 그 친구의 엄마가 아주 낯을 많이 가리고 이기적인 면이 있어 친구가 몇 명 없다 말이 기억났다.

완벽한 아버지가 있다하더라도 내가 완벽해질수는 없구나.

물론 가능성으로 따지자면 

그 부모님의 모습을 보며, 그것이 세상의 기본법칙이고 패턴인것처럼 잘못 배우는 경우가 아주 클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학교를 가고 공부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성장을 하면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다. 성격과 방식이 다를 뿐 부모님이 나를 사랑하는 마음은 어릴 적에도 다 알고 느낄 수 있다.

우리는 항상 옳은 것이 나의 면이 되고 그것을 행동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어렵고 억울하겠지만 불가능하지도 않다.

오히려 문제점과 불만은 우리는 더욱 인식하게 만들고 노력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노력만 한다면 멋진 아버지 아래서 자란 아들보다 더 멋진 아버지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믿는다.

단지 그런 노력을 할 수 있는 세상의 아들이 몇명일지가 의문일뿐.

물론 무슨 이유에서든지 폭언. 폭행은 용납되지 못하리라.

어릴 적 아버지상을 핑계로 폭언. 폭행을 일삼는 사람들은 사랑하는 여자를 잃는 고통이나

사회적 왕따를 경험해서라도 뜯어 고쳐야 한다. 

그것은 마치 어릴 적 친구한테 개똥으로 머리를 맞았는데 아직도 씻지 않고 

어릴 적에 맞은 건데 뭐.라며 냄새나는 머리를 들이미는 것과 같다.

하지만 영원히 냄새를 씻지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난데 없는 개똥 비유는 왠 개똥 철학이냐마는..ㅋㅋ

그러고보니 얼마전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막내 고모가 나를 보며 했던 말이 기억난다.

"아니, 근데 쟤는 누굴 닮아서 저리 성격이 지랄맞은거여~?!"

작가의 이전글 학벌은 주홍글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