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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리 May 02. 2016

디지털 러브

                                                                                                                                                                                                                                                                                                                

현대사회에서 가장 비약적으로 발달한 기술 가운데 우리나라가 자부해도 좋을만한 통신기술과 인터넷 환경.

이로 인해 개인정보유출, 사생활 침해, 악성 댓글 등 여러가지 부작용도 있지만

이러한 컴퓨터와 통신기술의 발달로 우리는 많은 혜택과 첨단 산업의 성장을 목격하고 누리는 세대임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러한 과학기술의 발달과 더불어 몇 가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었다.

회사동생의 친구 <희>는 모바일 게임을 즐겨한다.

나도 정확하게 뭐 어떤 게임인지는 모르겠지만 동시에 여러 사용자가 접속을 하고

각자의 프로필을 확인하여 대화를 할 수 있으며 함께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거란다.

아무래도 비율적으로 남자들이 많다보니 <희>는 온라인상 게임 세계에서 인기녀.

현실 세계에서는 작은 키와 뚱뚱한 몸매로 남자들의 관심을 그닥 받지 못하지만

프로필에 올려놓은 포샵 잘된 사진에 접근한 남자들과 게임을 하면서 친해지게 되었고

연락처를 주고 받고 매일매일 카톡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

<희>는 서울에 거주, 남자는 김해에 거주했기 때문에 그들은 만나기 힘들었지만

거의 석달간을 매일매일 커플처럼 서로를 챙겨주고 연락하며 외로움을 달랬다.

그러던 어느날 <희>가 휴가를 내고 그 남자를 만나러 김해를 갔다.

그 결과가 궁금해 물어봤더니 그때 그 남자를 만나러 가서 처음 얼굴을 보고 서로 실망을 했지만

이미 얼굴까지 보러 내려간거 서로 외면할 수도 없고

그동안 쌓인 정도 있으니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먹고 잠도 자고 ..뭐 그랬단다.

그 이후 서울로 올라온 뒤 그 남자에게서는 다시 연락이 오지 않았고 그녀는 다시 모바일 게임에서

포항에 사는 다른 남자와 카톡을 주고 받고 있다고 한다. 

예전에 봤던 기사가 생각난다.

한 포털 사이트의 친구 만들기 카페 게시판에 '13살 남자친구 구해요. 공부 잘하고 키 큰 남자 원해요'라는 

초등학생들의 글을 쉽게 볼 수 있다는 것.

친구만들기 카페에는 여성회원들이 남자친구를 찾는다는 글이 하루 평균 70건 가까이 올라오고

이 중에 상당수는 나이가 11세(초등학생 5학년)에서 13세(중학교 1학년) 정도라는 것.

다음달 중학교에 입학하는 A(13)양은 자신의 사진과 함께 '쓸만 한 남친 찾아요. 오크('못생긴 사람'이라는 은어)나 변태는 NO. OO(지역) 근처 사는 분. 카카오톡 아이디로 자소서(자기소개서) 보내세요'라는 글을 올려놨다고 하며,
곧바로 또래 남학생들은 A양의 글에 댓글을 달았고, 이 중 일부는 A양이 '마음에 든다'며 휴대전화 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올려놓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포털사이트의 비슷한 인터넷 카페 회원인 B(14)양도 최근 같은 방법으로 또래 남학생 8명을 알게 됐다는...
카페에서 초등생들은 이렇게 알게 돼 연락하며 지내는 걸 '사귄다'고 표현한단다.

올해 초에 스위스에서 어학연수을 끝마친 아는 대학생 여동생<은>이 얼마전에 우리 집에 놀러 왔다.

거기서 사귄 남자친구가 있는데 인도계 미국인이라며 한때 나에게도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 오고나서도 한동안 사귀었단다.

6개월이 지난 지금 그가 헤어지자고 했다면서 울고 불고 밥도 안먹고 난리다.

우리집에 놀러와서도 남친의 '페이스북'에 들어가서 함께 사진찍은 여자동창을 욕하기도 하고

새로 업데이트된 남친의 사진을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앉아있다.

내가 물어봤다.

 "<은>아. 근데 어짜피 그 남자친구랑 다시 만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지않아?

   니가 다시 유학 가는 것도 아니고 그 남자가 한국으로 오는 것도 아니잖아. 

   그럼 어쩔 수 없이 헤어지는거잖아..?"

그랬더니 23살짜리 그녀가 대답하길,

"머래....페이스북도 있고 인스타그램도 있잖아. 그걸로 서로 연락하다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지"

난 궁금했다.

요즘 10대, 20대들은 그 어떤 아날로그나 물리적인 환경 따위는 중요하지 않은 것일가.

그러고나서 찾아보니 온라인 상의 매칭 사이트도 상당히 급증했고

소셜 데이팅, 온라인 소개팅 등과 같은 단어들도 쉽게 볼수 있다.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는 인터넷. 모바일 등 통신을 통한 커뮤니티라는 새로운 세상에서

이들은 빠르게 인간관계를 세팅하고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문화를 창조하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정서적인 결핍 때문에 자신의 관심과 애정을 더욱 큰 세상인, 월드와이드웹(www)에 어필하고 있는 것일까.

영화같이, 소설처럼

우리는 현실에서 누군가를 아름답게 멋있게 우연히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내가 원하는 이상형도 현실에서는 왜이렇게 안나타나는지.

오징어같이 생긴대다 멋대가리라곤 눈꼽만큼도 없는 남자 동창들과 아저씨같은 회사 동료들.

게다가 집과 학교, 집과 회사 

한정되고 반복된 삶 속에서 우리가 키크고 잘생긴대다 성격까지 좋은 남자가 나를 좋아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남자 또한 예쁘고 몸매 좋은대다 성격까지 좋은 여자가 나를 좋아하는 일도 없다.

심지어 저런 남자, 여자를 찾는 것조차 어렵다.

이렇게 우리의 이상과 환상이 점점 무더지고

우리가 남자를 만날 기회가 점점 희박해진다면 

사이버는 우리의 마지막 희망이 될 수 있지도 않을까?

혹시 2050년도쯤 되면 영화 마이너리티리포트처럼 모든 사람들의 개인정보가 프로필화되어 

그저 노트북만 열어 내가 원하는 나이. 얼굴. 거주지. 키. 몸무게. 발사이즈. 연봉. 성격을 입력하면

해당 남자의 리스트가 띠리리리~~뜨고 면서 뜨면서 이상형을 바로 찾을 수 있게 되는거 아닐까?

하긴 지금도 일정 금액을 주고 가입할 수 있는 결혼정보회사, 커플매칭회사의 시스템만 봐도 충분히 그 가능성이 있다.

미래사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나는 데이타로 이상형을 금방 찾을 수 있고, 얼굴을 모르는 온라인 친구로 외로움을 달랠 수 있으며,

메신저로 남자를 사귀면서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최첨단의 미래.

그날이 최대한 천천히 오기를 바란다.

내가 나중에 나이를 먹고 내 딸이나 아들이 나에게 "아...엄마 너무 구식이야!!" 라고 말할지 모르겠지만

최대한 천천히 왔으면 한다.

조금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저 이런 사이버 월드는 인류의 과학, 의학 등 학문과 정보 교류, 학습 등의 기여만 하면 했을 뿐

6천년 이상의 인류역사가 수없이 변화를 거치면서도 변함이 없었던 

서로 마주보고 만지며 무언가를 같이 해나가는 관계와 사랑이라는 범주에는 좀 get out of here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물론 이런 기술이 멀리 떨어진 가족과 실시간 대화를 할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긍정적 기능도 충분히 안다.

하지만 기본적인 관계를 벗어난 사이버 러브는 손쉬운 네트워크를 마련해줄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되면 사랑과 사람의 본질도 결국 무너지게 되지 않을까.

그렇게까지 온라인으로 사랑을 찾고, 친구를 만들어야 하는 것일까.

한번 정도 경험할 수는 있겠지만 이렇게 쉽게 사람을 만나고 헤어진다면 우리한테 남는 것 무엇일까.

친구와 애인을 만들기 쉽지않기에 값어치 있는 것이지.

쉽게 만들 수 있다면 쉽게 버릴 수도 있다는 것. 그게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 그것만은 기억하자.

나 너무 올드한가?

그래도...적어도 난 10년 뒤에 나의 딸이 "엄마! 아빠 어떻게 만났어?" 라고 물어볼때

"선봤어"라는 대답이 

"온라인 게임하다 만났어"보다는 나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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