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심해에서 피어오르는, 한 개의 백색 식물

by 브레인캔디

1.

그것은 내 몸속에 존재하는, 이름 없는 호수에서부터 시작되었다. 호수는 어둡고 고요했으며, 수면 아래에는 말없는 것들이 잠들어 있었다. 가끔, 깊은 밤에 그 무언가가 수면을 스치고 지나가면, 물결이 아니라, 한 기운이 일었다. 그 기운이 폐(肺)라는 두 개의 깊은 동굴을 거쳐, 기도(氣道)라는 좁은 수로를 따라 천천히 상승하기 시작할 때, 나는 비로소 그것이 '한숨'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모양을 가진 침묵'이었다.


2.

내 입이라는 국경을 넘어섰을 때, 그것은 드디어 자유로운 형태를 찾았다. 추운 겨울 밤하늘의 별자리처럼, 공기 중에 흩어지려는 백색의 성단(星團). 그것은 내 안에 있었던, 뜨거운 습기의 우주였다. 한때는 내 피였고, 내 슬픔이었으며, 내 열이었던 것들의 최종적 형태. 나는 그것을 내보냄으로써, 나 자신의 일부를 우주에게 반환하는 의식을 치르고 있었다.


3.

그것은 마치, 어느 비 오는 화요일 오후에 듣던 옛 재즈 음반의, 지워지지 않는 스크래치 소리와도 같았다. 완벽한 멜로디 사이를 가로지르는, 예기치 못한 틈새. 그 틈새야말로 오히려 음악 자체보다 더 깊은 무언가를 말해주는 것처럼. 한숨은 내 인생의 멜로디에 난, 의미 없는 듯 의미 있는 작은 스크래치였다.


4.

어떤 한숨은 고독한 항구의 안개와 같았다. 모든 배가 출항한 뒤, 텅 빈 부두를 적시는 희미한 습기. 그것은 아직 도착하지 않은 것과, 이미 떠나버린 것 사이의, 막연한 기다림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갯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내 옷자락과 마음이 무거워져 있었다.


5.

그리고 또 다른 한숨은, 버려진 우물의 깊이에서 맴도는 바람소리와도 같았다. 한때는 생생하게 존재했으나 이제는 메꿔져 버린 것들에 대한, 끊임없는 응시.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보지만, 오직 메아리만이 돌아올 뿐인, 그 무의미함의 반복.


6.

그러나 가끔은, 그 한숨이 지나간 자리에 무언가가 피어나기도 했다. 마치 백색의 유령 같은 꽃이. 그것은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공기의 맛을 바꾸고, 방의 온도를 미묘하게 낮추며, 그 공간을 '나'의 공간으로 만드는, 보이지 않는 표식이었다.


7.

나는 결국, 한숨이라는 백색 식물을 키우는 정원사임을 깨닫는다. 내 내면의 호수와 동굴과 우물에서 자라난, 독특한 품종의 식물. 그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모든 감정의 화분(花粉)을 공기 중에 흩뿌린다. 그리고 그 화분은 어딘가에, 다른 이의 한숨과 만나거나, 혹은 영원히 사라지거나, 어쩌면 우주의 먼지가 되어 다시 내가 숨 쉴 때 돌아오기도 한다.


8.

그러므로 나는, 오늘도 조용히 한숨을 쉰다. 그것이 슬픔의 표현이 아니라, 나라는 세계의 자연스러운 호흡임을 알기에. 그것이 내 안의 바다와 대화하는, 가장 원초적인 언어임을 알기에.


하-아—


백색 식물 하나가, 고요하게 피어오르고, 스러진다. 모든 것은 제자리에 있다.

작가의 이전글기다림의 공간성, 혹은 사라진 간극의 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