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분할법

by 브레인캔디

그것은 빛이 스스로를 해체하는 방식에 관한 것이었다. 내 눈동자에 맺힌 너의 모습은, 사실 무수히 많은 각도에서 동시에 도달한 빛의 합작품이었다. 한 점으로 수렴되는 그 착각. 그렇지, 우리는 모두 빛이 만들어낸 최종적인 거짓말 앞에 서 있었다.


그날, 네가 사라졌을 때 비로소 깨달았다. 빈 공간이 만들어내는 그림자가, 존재했던 사물의 형상을 더 선명하게 드러낸다는 것을. 나는 네 자리에 남겨진 무게감을 측정하기 위해, 주변의 공기를 저울에 올려놓곤 했다. 공기의 밀도, 부유하는 미세먼지의 운동 에너지, 벽면에 반사되는 빛의 파장까지 전부 계산에 넣었지만, 방정식은 언제나 미지수 하나가 부족했다. 그 빈자리는 ‘無’가 아닌, ‘有’였던 사물이 남긴 강력한 흔적이었다.


우리는 매 순간 파장을 달리하는 빛을 발산한다. 기쁨의 날에는 파장이 길어져 주변의 모든 것을 감싸안는 붉은 색조로 물들고, 슬픔의 날에는 짧은 파장이 사물의 윤곽을 날카롭게 가른다. 그런데 내 기억 속의 너는, 어떤 파장에도 완전히 포착되지 않는 스펙트럼을 지니고 있었다. 너를 비추던 빛은 내 망막에 닿기 직전, 마치 프리즘에 부딪힌 것처럼 일곱 갈래로 갈라졌다. 그리고 각각의 색깔은 서로 다른 기억의 조각이 되어, 내 머릿속에 흩어져 정착했다.


때로는 너의 목소리가, 공기의 진동수를 변경시켜 주변 사물의 공명을 유발하기도 했다. 네가 남긴 말 한마디가, 창문 밖 가로수의 잎사귀를 떨게 하기도 하고, 책상 위 먼지 입자들을 춤추게 하기도 했다. 소리는 사라졌지만, 그 진동수는 여전히 공기 중에 잔존한다. 마치 바다 깊은 곳에서 발생한 지진 해일이,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해변에 미세한 파문으로 도달하듯이.


나는 시간을 거슬러 너를 조립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먼지 속에 남겨진 지문, 책장 사이에 끼인 머리카락 하나, 네가 좋아하던 노래의 특정 주파수까지. 모든 데이터를 종합해 3D 프린터로 너를 출력해 냈지만, 그것은 너가 아닌, ‘너의 형상’에 불과했다. 실패한 출력물은 그 자리에서 다시 분해되어, 빛의 입자로 흩어져 갔다. 아, 그렇구나. 너는 고정된 형체가 아니라, 끊임없이 분해되고 재구성되는 과정, 그 자체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이렇게 결론 내린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는, 특정 시공간에 고정된 하나의 개체가 아니라, 무수한 가능성으로 떠다니는 빛의 다발이라고. 그 빛이 내 망막과 마음에 동시에 도달했을 때, 비로소 너,라는 현상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래, 넌 없어졌지만, 네가 내게 남긴 현상은 여전히 작동 중이다. 내가 숨 쉴 때마다, 네가 호흡했던 공기의 일부가 내 폐를 거쳐간다. 내가 밟는 땅에는, 네가 걸었을 때 전달된 미세한 진동이 아직도 잔류하고 있다. 우리는 서로를, 단 한 번의 접촉으로 영원히 변화시킨 두 개의 우주 같은 존재였다.


이제 나는 알겠다. 빛이 분할되는 그 순간, 그 찰나의 간극에야말로 모든 비밀이 숨어 있다는 것을. 네가 없어졌다는 그 사실 자체가, 역설적으로 네 존재의 가장 확실한 증명이 되어 주는 이 기묘한 법칙. 우리는 부재를 통해 존재를, 종말을 통해 시작을, 그리고 분해를 통해 완성을 배우는 빛의 아이들이었다.


그러므로 나는, 이 빛의 분할법 속에서 영원히 너를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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