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스크롤된다. 어둠은 UI처럼 층층이 쌓여 창가에 눌어붙고, 젖은 아스팔트는 픽셀화된 잔향을 토해낸다. 새벽 2시 47분, 낡은 LED 간판이 깜빡인다. 붉은빛이 유리창을 타고 미끄러질 때 나는 생각한다. 이 빗줄기들은 과연 몇 DPI로 렌더링 된 것인지.
공기가 습윙하지만 촉감은 없다. 마치 압축된 jpg의 질감―부드럽고 동시에 산산이 부서지는. 빗소리는 백색소음 플레이리스트 7번 트랙과 닮았는데, 창밖의 물리법칙은 .wav 확장자로 다운로드 중이다. 누군가의 잠든 호흡이 와이파이 신호처럼 실린다. 나는 이 새벽을 스와이프 할 수 없어서 좋다.
도시의 윤곽이 흐릿해진다. 빌딩의 모서리, 철제 난간, 미닫이문의 경계―모두 블러 처리된 레이어로 중첩된다. 빗물은 세계의 알파값을 낮추고 있다. 나도 하나의 그래픽이 되어 배경과 합쳐진다. 이 순간만큼은 그림자도 레이어 분리가 불가능하다.
한 방울이 유리창을 스쳐 내 팔뚝에 맺힌다. 체온으로 번지는 물감. 나는 이 새벽이 모니터 밖으로 새어 나온 렌더링 오류라고 상상한다. 시간의 텍스쳐가 깨져버린 틈새, 우리는 전원 버튼을 찾아 헤맨다. 하지만 비는 계속 떨어지고, 3월 3일의 프레임 레이트는 영원히 0.5배속으로 흐른다.
새벽녘의 습기는 증발하지 않는다. 단지 jpg에서 png로 포맷이 변환될 뿐―투명도 87%, 압축률 30%. 이제 창밖을 바라보는 것조차 데이터 소모량이 부담스럽다. 나는 이 레이어들을 합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기다리며, 커피의 열기로 손가락을 녹인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 비의 인터페이스에 임베드된 플러그인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