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손님, ‘터피’를 맞이할 준비를 하다
오후 4시, 호텔의 모든 인원들은 특별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준비에 한창이었다.
오늘은 그레이 컵 전통 행사의 일부인, 말이 직접 호텔로 와 체크인을 하는 날이었다. 이름하야, 홀스 체크인 (Horse Check in). 말이 오기 전 손님들이 길 건너에 있는 아트 갤러리로 몰려간 틈을 타, 호텔은 로비에 레드카펫을 깔기 시작했다.
총지배인은 바에서 얼핏 보이는 봉투, 플라스틱 수저, 냅킨 그리고 음료수 상자까지 거슬리는 것들은 모조리 치워 버렸고. 나는 속으로 뭐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나중에 다시 원상복귀를 해야 할 사람은 나였기 때문에) 속으로 꿍얼거렸지만 나중에 왜 치웠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나는 카우보이 모자를 푹 눌러 쓴 채, 언제 올지 모르는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에서는 프론트 데스크가 잘 보이므로, 나는 VIP좌석을 차지한 셈이었다.
모두가 흥분과 긴장감 속에서 말을 기다렸다. 곧 전통 의상을 입은 행사 진행자들이 악기를 연주하기 시작하고, 카우걸 의상을 입은 마스코트들이 몸매를 뽐내며 한악진을 펼치듯 프론트 데스크 양 옆으로 나란히 섰다. 몰려온 사람들은 기대 속에서 맥주를 시켰고, 나는 음료를 서빙하면서도 말 손님의 등장을 놓칠까봐 노심초사했다.
잠시 후 말 손님이 호텔에 등장했다. 말의 이름은 터피(Tuffy)로, 호텔 로비가 꽉 차 보일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컸으며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검은 털에, 까만 눈이 초롱초롱하고 아름다웠다.
터피는 체크인(?)을 하고, 프론트 데스크에서 건네는 당근과 사과를 먹었으며 자리를 옮겨 바 쪽으로와, 무려 내 바로 눈앞에서, 양동이에 든 맥주를 마셨는데(그래서 총지배인이 깨끗하게 모두 치운 것이었다. 말이 바에 올 줄이야.) 맛이 별로였는지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몇 번 핥짝이다 말았다.
이어진 포토타임 때 나는 터피에게 달려가 엉덩이 쪽 뒷다리를 살짝 쓰다듬어 보았는데(허락 하에), 부드러운 털 너머로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뒷발에 치일까 염려할 필요도 없이 터피는 아주 착하고 순한 말이어서 큰 눈을 끔뻑끔뻑거리면서 사람들과 사진을 찍었다.
터피는 체크인 퍼포먼스를 하고 포토타임을 오랫동안 가진 뒤, 바로 체크아웃을 해 버렸고. 터피가 맥주를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팁을 주지 않고 그냥 갔음을 뒤늦게 깨닫고 말았다.
동화에서만 일어날 것 같은 참으로 신선한 이벤트였다. 캐나다, 생각보다 참 유쾌한 나라다. 하필 이런 행사가 위니펙에서 열릴 때, 홀스 체크인이 있는 호텔에서 일하게 된 것도 재미있는 우연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