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고 집으로 가는 버스를 타다
오후 4시, 장을 본 후 Blue 라인 버스에 탑승해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최근 베이비벨 치즈(식용 왁스에 싸여 있는 치즈로 하나씩 벗겨 먹는 재미가 있다)를 사먹은 후, 더 먹고 싶다는 생각에 버스를 타고 팸비나 플라자 스테이션(Plaza Station)에 다녀왔다.
그곳에는 여러 마트들이 모여 있는데 집앞에서 블루 노선 버스를 타면 한번에 갈 수 있다. 오늘은 특히 버스에 사람이 가득했는데, 무려 그레이컵 결승전이 열리는 스타디움으로 가는 버스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먼저 캐나다의 다이소, 달라라마(dollarama)에 들러 간식으로 먹을 밤과, 바구니를 샀다. 계산하는 데에 깜짝 놀랐다. 우리 호텔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으며 같은 아파트에 사는 마리암이 그곳에서 캐셔로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마리암의 생활력에 감탄을 보내면서 주말을 온전히 즐기며 돈을 펑펑 쓰고자 플라자 스테이션에 온 내 자신을 약간 반성했다.
하지만 반성도 찰나일 뿐, 내 쇼핑은 끝나지 않았다. 그 옆의 세이브 온 푸드(Save on food) 식료품점에 가서 세일이 안 들어간 베이비벨 치즈대신, 1.3키로 짜리 통치즈와 인도 버터 치킨 커리 소스, 난과 비슷한 인도식 빵인 피타를 샀다.
그리고 ING라는 중국 식료품점으로 가서, 저녁으로 마라상궈를 해 먹기 위해 양고기, 배추, 버섯, 납작두부와 유부를 샀다. 계산을 하는데 캐서는 당연하다는듯 나에게 중국말을 했고, 나는 못 알아들었다. 그랬더니 미안하다고 했다. 이마에 한국인이라고 쓰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 중국인 고객이 대다수일 중국 식료품 마트이니 나는 괜찮다고 했다.
마지막은 화룡정점, 한인마트인 88 마트로 향했다. 모시떡이 먹고 싶었으나 가래떡밖에 없어서 아쉬웠다. 몇 번 집고 내려놓고를 반복하다가 결국 떡은 포기했다. 대신 버터소금호빵과 메밀전병, 실비김치를 두 개 담고, 붕어사만코로 마무리한 다음 마트를 나섰다. 하마터면 정신을 잃고 모든 물건을 다 쓸어 담을 뻔했다. 사고 싶은 게 어찌나 많던지.
양손가득 무겁게 집으로 향하는 버스에 올라탔다. 다운타운으로 올라가는 버스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올 때는 살짝 멀미를 했는데 갈 때는 훨씬 더 빠르게 도착했다.
집에 가자마자 냉장고에 물건을 집어넣고, 실비김치와 코스트코에서 산 맛없는 김치를 일부러 섞었다. 티셔츠에 방금 김장을 담군 사람처럼 고춧가루가 가득 튀어 있었다. 아, 김치를 왜 섞었냐고? 강한맛의 김치와 약한맛의 김치를 중화시켜 매콤하게 발효시키려고. 부디 성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즈, 호빵을 간식으로 먹고 낮잠을 잠시 잔 후 마라상궈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그랬더니 주말이 끝나 있었다.
워홀러에게도 월요일이 두렵기는 마찬가지. 빠르게 흘러간 주말이 너무나도 야속하다. 5일 뒤에 또 보자, 주말아. 흑흑, 눈물이 앞을 가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