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독감에서 회복하다
오후 4시, 누워서 넷플릭스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마지막 시리즈를 정주행하며 독감에서 서서히 회복하고 있었다.
그동안 몸이 힘들고 피로했던 이유가 있었다. 지독한 독감에 걸린 것이다. 이상하게도 유독 이번 주는 내 시프트를 커버해 줄 파트타이머가 없었다. 그래서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무겁고 지친 상태에도 금요일까지 출근해야 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 동안, 정말이지 지옥에서 일하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최악의 몸 상태였다.
폐가 간지러워 마른기침이 쏟아졌다. 마스크를 쓰고 일을 해야 했다. 심한 두통에 열까지 잔뜩 오르고 불덩이를 쥔 것처럼 두 손 역시 뜨거웠다. 옷이 스칠 때마다 피부가 아프고, 손가락이며 손목, 어깨의 관절도 불편했다. 걸어 다니는 건 물론 말을 하는 것조차도 힘들었다. 나답지 않게 식욕은 완전히 잃었다.
증상은 금요일인 어제 가장 최고점을 찍었다. 동료 지(Ji)가 테이블 오더를 받고 나는 테이크아웃 오더만 간신히 받았다. 나는 지에게 “혼자 할 수 있어? 나 지금 퇴근해도 되겠어?” 라고 몇 번을 물어봤지만, 지는 “나 칵테일 만들 줄 몰라. 그냥 앉아만 있어. 내가 일 다 할 테니까, 혹시 칵테일 주문 들어오면 그것만 만들어줘.” 라고 부탁했다. 지는 영어도 서툴고, 일할 사람이 필요할 때마다 대체하러 오는 대타 근무자라서 아직은 일이 서툴고 어색했다. 그러니 내가 필요할 수밖에.
레스토랑이 춥게 느껴져서, 나는 키친에 병든 닭처럼 앉아 한동안 테이크아웃 오더 음식이 완료되면 지에게 건네주기만 했다. 마감은 슈퍼바이저가 와서 도와줬고, 코앞이긴 하지만 그래도 찬바람을 쐬면 안 된다며 집까지 태워다줬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패딩도 못 벗고 유니폼에 앞치마까지 다 맨 채로 이부자리로 돌진했다. 외출용 옷을 입은 채로 절대 눕지 않는다, 와 같은 내 철칙 따윈 지킬 수 없을 정도로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오늘 아침 새벽 6시 40분, 눈이 번쩍 떠졌다. 두통이 가시고,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게 느껴졌다. 그리고 엄청난 허기가 느껴졌다. 아침부터 냉장고 재료를 털어 새우, 브로콜리, 떡볶이 떡, 달걀과 파를 넣고 정체불명의 국의 끓여 들이켰다. 나아졌다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고, 월요일까지 3일 연속으로 쉴 수 있다는 사실에 행복해서 웃음이 났다. (드디어 대신 일해 줄 동료가 생겨 월요일에 나 대신 일해 달라고 부탁을 했다.)
서버로 일을 하다 보니 많은 사람과 접촉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독감은 불가피한 일이었나 보다. 위니펙에 오고 나서 매년 독감백신을 맞았는데, 이번년도만 건너뛰었다가 기다렸다는 듯 이렇게 걸리고 말았다. 내년에는 꼭 독감 백신 맞아야지.
그래도 고생 끝엔 행복이 온다더니. 오늘이 벌써 4시가 된 것도 아깝다. 아플 때는 하루가 그렇게 느리게도 가면서, 쉬는 날이자 몸이 나아진 오늘은 뭐 이렇게 시간이 쏜살같이 흐르는지. 그래도 이틀이 더 남았다는 사실에 또 헤벌쭉 웃음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