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쓰고 싶은 글이 없었던 건
쓰고자 했지만 써지지 않았던 건
꽃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했던 내 마음가짐 때문이리.
피지 않은 꽃에게도, 멍들고 상처입은 꽃에게도,
시들고 져버린 꽃에게도 나름의 가치가 있다며
아름다움을 찾으려 했다.
내가 그 동안 못 했던 건, 오롯한 바라봄이니.
뿌리까지 바라보진 못하더라도
꽃받침은 봤어야 했고, 줄기와 잎사귀는 봤어야 했다.
보지 못 하고 지나치더라도 향기는 맡았어야지.
긍정도 아니었고 낙관도 아니었다.
꽃은 아름다운 것이라며 내 마음대로 재단했다.
이번 봄에는 10시간이 걸리든 20시간이 걸리든
꽃이 피는 것을 바라보려한다.
또, 만개한 꽃이 지는 것을 바라보려한다.
땅에 떨어져버린 꽃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동백꽃을 봤듯이
아름답지 않아도 바라볼 가치, 아니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아니 아무런 이유 없이 바라보고 싶을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느껴보고자 한다.
그러면 또 한 번 달라지겠지.
추신1
아무 이유가 없다는 건, 이유가 있지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
내가 아무 이유없이 쓰고 싶은 글이 없었던 것처럼
추신2
내가 일출보다 일몰을 좋아하는 까닭도 성취적 목적성보다 그저 바라보고 있음이 좋아서이다.
#ㅁㄴㅇㄹ #무뇌오리
#감성포르노 #감정의배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