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글프지만, 진심을 담아서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 자리에 설 일이 가끔 있다. 설명회라는 게 질문이 오고 가고 치열한 분위기면 좋지만, 대부분 마이크 들고 무대에 오른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을 열심히 떠들고, 객석에 앉은 사람은 듣기만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사람들처럼 반응을 뜨겁게 이끌어내면 좋겠지만, 재주도 부족하고 입시라는 무겁고 재미없는, 그렇지만 숨 막히는 주제를 다루다 보니 일방적인 정보전달이 이루어진다.
학부모님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의 경우 어색함도 깰 겸
지금부터라도 엄마들이 공부하면 여기 오신 분들의 절반 이상은 의대 가시고, 나머지 절반은 SKY 가실 겁니다. 이런 노력과 정성을 아이들이 보여야 하는데, 내가 알아서 하겠다는 싸가지 밥 말아먹은 이야기만 하니..
애가 타시죠?
어색한 웃음이 흐리고 화려하지만 실속 없는 PPT화면이 실세 없이 돌아가며 다른 성공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쉼 없이 이어진다. 소위 말하는 친구 아들, 친구 딸, 친구의 친구의 친구의 아들 혹은 딸의 이야기만 열심히 듣는다. 그렇게, 1시간 30분에서 2시간 내외의 설명회가 끝나면 잊지 않고 건네는 인사말이 있다.
아이의 입시와 대학이 왜 엄마의 남은 인생의 얼굴이고 간판이 되어야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왜 아이의 입시 때문에 명절에 동서, 올케, 시누이의 눈치를 보고 듣기 싫은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고개를 숙이면 아이를 허리를 접습니다. 엄마가 허리를 숙이면 아이는 무릎을 꿇고서는 일어서는 법을 잊어버립니다. 아이들이 좋은 대학을 가는 게, 아이들의 남은 인생에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는 세상을 먼저 산 죄로 우리를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이왕이면', '조금만 더 하면'이라고 말하며 힘을 내길 바랍니다. 아쉽게도 높은 확률로 부모임의 말과 바람은 메아리도 없이 사라집니다.
아이를 낳았고, 버리지 않고 키웠습니다. 어머님들은 마트에서 파는 1+1 슬리퍼를 신을지언정 아들, 딸에게는 명품은 아니어도 혹시나 발 아플까 푹신푹신한 좋은 슬리퍼를 사서 신겼습니다. 이중에 어느 분도 공부를 못하게 막은 적 없고, 아이가 잘못되길 바라는 마음을 먹은 적이 없습니다. 아이의 성적이, 아이의 대학이, 아이의 학과가 더 좋고 높았으면 좋겠지만,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셨으니 고개를 숙이지도, 허리를 숙이지도 마세요.
엄마의 웃는 얼굴이, 엄마의 행복이...
설사 좌절을 겪었을지라도 아이가 다시 웃을 수 있는 시작점이 되고 지쳐서 돌아올 곳이 됩니다. 부디, 한숨짓기보다는 웃는 얼굴로 설명회장을 나가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긴 시간 고생하셨습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웃으며 설명회장을 나가기릴 진심으로 바란다.
나도 부모가 되었으니, 저런 마음으로 설명회장에서 마지막 인사를 하며 설명회장에 오신 분들을 향한 말인지 나를 향해 던지는 말인지 모호하지만, 진심을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