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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근종태 인지상정

말이 쉽지...

조선시대 과거 시험의 일종이었던 '책문'을 다룬 책을 읽다 세상과 사람들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것이 없고, 그때 대안으로 제시되었던 것들은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사람이 마음먹기 나름이라는 건데..



처음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기란 어렵다. 미불유초선극유종(靡不有初鮮克有終). “시작이 있지 않은 사람은 없으나 능히 끝을 맺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뜻으로 ‘시경(詩經)’에 나오는 구절이다. 조선왕조실록에는 시근종태인지상정(始勤終怠人之常情), “처음에는 근면하다가도 종국에 가선 게을러지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다”라는 말도 나온다. 둘 다 처음의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오죽했으면 작심삼일(作心三日)이라고 했을까. 요즘은 작심삼일을 삼일에 한 번씩 하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애초에 그 말은 이 세상에 필요하지 않았을 거다.



그러니, 새 건물이 생기면 하나씩 생기는 피트니스센터와 필라테스학원에서 연간 회원권을 할인해서 팔 수 있다. 퇴근 후에 회원권을 가진 사람들이 한꺼번에 올 수 있다면 놀이동산처럼 운동기구 앞에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거나 별도로 프리패스권을 구매해야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연초가 지나고 3월쯤 되면 운동기구는 한산해진다. (혹시 나만 그랬나?) 그렇게 허공에 날려버린 돈을 생각하며 영업력 좋은 실장님을 원망하거나 같이 하자고 해놓고 나보다 먼저 나자빠진 친구 녀석을 원망해 보지만 결국 책임은 나한테 있을 뿐이다.



책에 맹자에 적힌 ‘구방심(求放心)’이 나온다. 놓쳐버린 마음을 붙잡으란 의미란다. 결국, 마음을 먹었으면 그 마음이 약해지고 흐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단디~'하란 말인가 보다. 타성에 젖어 나태해지고 더 나아가서는 방종해지는 것, 편한 것만 좇으려는 모든 것들이 내 마음속에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심지어 그릇된 마음과 생각이 들기 시작할 때 '그 누구보다 빠르게' 뽑으라고 한다. 말이 쉽지...



하지만, 말이 쉽지에 답이 있다. 그저 우리가 외면하고 있을 뿐이지. 그런데, 오늘도 외면하고 싶다. 쿠팡, 네이버 쇼핑, 아마존, 테무에 '구방심' 파는 곳 아시는 분 좌표 좀 찍어주세요. 하나 사서 마음 속이든 머릿 속이든 장착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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