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가장 시급했던 건 집을 구하는 거였다. 내가 지내던 동네의 특성인지는 모르겠지만, 캠퍼스 타운 특성상 7-8월이 이사 시즌인데, 리스 연장 조사를 1월 말 2월쯤 했다. 그래서, 1월부터는 모두 그다음 Academic year를 지낼 집을 찾는다. 즉, 미루고 미루다 4월에서야 오퍼레터를 사인한 나는 굉장히 늦은 편이었던 것.
한국에서도 집을 구해본 적이 없는데, 미국 집을 구해야 한다니. 룸메를 구할 것이냐 말 것이냐, 이런저런 고민을 하다 보니 5월이 훌쩍 넘었다. 내가 집을 구할 때 고려한 조건은 다음과 같다.
1. 차가 없을 것이니 마트가 멀지 않을 것
2. 학교까지 버스가 있을 것
3. 치안이 안전한 동네일 것
4. 세탁기가 유닛 안에 있을 것
5. 추운 곳이니 히팅이 포함일 것
6. 반지하가 아닐 것
.. 대학원생의 제한된 수입으로 이 조건을 다 맞추는 집을 찾기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렇게 찾고 찾다 보니 선배들이 많이 사는 그 아파트로 옵션이 정해졌다. 그게 5월 말이었으니, 한참 늦었었다. 꽤 괜찮은 조건의 아파트였으니 당연히 자리가 없었다.
반지하라고 할 수 있는 1층에만 유닛이 있었고, 3층은 9월에나 자리가 난다고 했다.
그러면 다른 아파트들을 알아볼 법도 한데, 그때의 나는 무슨 패기(?)였을까. 그 아파트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리가 나오면 알려달라고 하고 기다렸다. 다른 아파트들을 아무리 봐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아파트에서 2 베드룸에 혼자 살거나, 아니면 1층에 살다가 중간에 이사를 하거나. 정도의 옵션이 주어졌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처음에 연락했던 그 선배 언니가 계속 이메일로, 통화로, 리징오피스에 직접 가서 대화하며 나를 도와주셨다. 그 과정에서 지난 카톡을 다시 보니, 내가 엄청 괴롭혔는데.... 이 자리를 빌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언니에게 다시 전한다. 그때도 천사라고 생각했지만 언니는 정말 천사였다.
5월이 지났고, 6월이 됐다. (이미 7월 출국일이 잡혀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시는 예비 출국자 분들이 있으시다면 권하고 싶은 방법은 아니다...)
6월 3일. 리징오피스에서 연락이 왔다.
3층에 원베드룸 아파트 자리가 났다고. 달별로 계약해서 살고 있던 입주자가 있었는데, 그 입주자가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고 했다.
그 순간에, 그 자리가 난 게 그땐 정말 기적 같았다. 사실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그렇다. 무슨 배짱이었을까.
여하튼, 재빨리 애플리케이션을 제출했다.
그러고 나니 또 새로운 문젯거리가 등장했다. 보증금을 냈어야 했다. 이 보증금 문제는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의문이니, 그때도 당연히 그랬을 거다. 도대체 내가 미국에 집도 절도 없는데 어떻게 보증금을 낸다는 말인가. 지금이라면 ChatGPT에 어떻게 하냐고 물어보기도 했을 테고, 이런저런 오픈뱅킹 서비스가 많아졌고, 직구도 많이 하면서 사람들이 해외 결제에도 어느 정도 익숙했을지도 모르지만, 그때 나는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그나마 생각할 수 있는 옵션은 페이팔이었는데, 당시 아파트에서는 현금 아니면 Check만 받는다고 했다.... 그럼 나보고 어떡하라고요... 다행히 천사 같은 선배언니가 다시 구세주로 등장해서, 내 대신 보증금을 내주셨다.
한 번도 본 적도 없는 사람을 이렇게 도울 수 있을까. 아무리 후배라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일인가. 지금도 의문이다. 그때 당시에도 정말 감사했고, 인사를 나름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었을 그 당시에 인사를 제대로 했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내가 미국에서 생활해 보니, 그게 얼마나 감사한 마음이었는지 이제는 더 잘 와닿는다.
언니한테 연락해야겠다. 조만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