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 저녁마다 수건을 개는 일

- 접힌 것은 사라지지 않고, 그저 다만 조용히 남는다

by SH

조금은 지친 하루였다.

몸이 무겁다기보다는 마음이 어딘가 흐트러진 느낌.

의자에 앉아도, 휴대폰을 들여다봐도

정확히 피곤한 이유를 짚을 수 없는 날.

나는 그런 날이면,

무언가를 ‘정리하는 일’에 손을 얹는다.

말을 고르기보다는 손을 움직인다.

세탁기에서 꺼낸 따뜻한 수건들이

바구니에 소복이 쌓여 있다.

며칠 치 삶의 흔적이 섬유결마다 남아 있는 듯하다.

나는 수건을 하나씩 꺼내 펼친다.

그 순간, 손끝에 닿는 감촉은

설명하기 어려운 위로처럼 다가온다.

수건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다.

그저 말없이 따뜻하다.

그 말없음 속에 내가 기대고 있다는 사실을,

수건을 개며 문득 깨닫는다.

한 장, 한 장.

수건의 주름을 펴고, 반듯하게 접는다.

두 번 반으로 접는 것이 내 습관이다.

누가 알려준 것도 아닌데, 손은 항상 같은 방식으로 움직인다.

수건마다 다른 질감이 있다.

새것은 사각하고, 오래된 것은 무르고.

마치 같은 하루이지만 다른 감정으로 지나가는 나날들처럼.

나는 정리된 수건을 쌓는다.

한 장이 또 다른 장 위에 눕는다.

그 사이 공기가 갇히고, 조용한 결이 생긴다.

누군가에겐 사소한 집안일이겠지만

내게는 작은 회복의식이다.

정리할 수 없는 마음이 있을수록

나는 수건을 반듯하게 접는다.

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반복되는 손의 리듬이

말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그날 있었던 감정들,

불편했던 순간들,

말하지 못한 말들까지도

그 접힘 안에 잠시 눕힌다.

수건은 말없이 그것들을 받아준다.

그리고 다 접고 나면,

나는 조금 가벼워진다.

무언가를 개는 일에는

지금, 여기에 있다는 확실한 감각이 있다.

정돈되지 않아도,

어디선가 접히고 있다는 느낌이 주는 안도.

나는 수건을 다 개고 나서야

비로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다.

불을 끄기 전,

반듯하게 쌓인 수건 더미를 한 번 더 바라본다.

접힌 모서리, 정렬된 단면,

그 위에 깃든 조용한 감정 하나.

그건 말하자면,

오늘 내가 무너지지 않도록 나를 붙잡은 손의 흔적이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반듯하게 접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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