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닦인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비로소 안으로 스며든다
저녁이 끝났다.
그릇은 비워졌고, 대화는 어딘가 모서리에서 멎었다.
조금은 어색했고, 조금은 고단했고,
그러나 모든 것이 흘러갔다.
나는 마지막 그릇을 치우고,
천천히 식탁을 닦는다.
물에 적신 행주를 한 번 꼭 짜고,
식탁 가장자리부터 손을 움직인다.
이 행위는 늘 그렇다.
말이 필요 없다.
누구와 함께였든, 혼자였든,
식탁을 닦는 이 순간만큼은
내가 이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를
그저 손끝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젖은 천이 지나간 자리마다
조용한 윤기가 남는다.
흔적은 사라지고, 온기가 잔다.
그것은 꼭 감정의 결 같아서,
어떤 마음도 완전히 지워지진 않지만
닦여나가며 조금씩 변형된다.
때로는 말하지 않은 서운함이,
조금 짠 국물처럼 식탁 모서리에 남는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레 닦는다.
무언가를 덜어내는 듯,
아니면 남은 마음을 쓸어 담는 듯.
무심한 손길처럼 보이지만
실은 하루치 감정을 접는 일이다.
그날 있었던 대화, 웃음, 불편했던 시선,
그리고 말 끝에 머물던 무언의 감정들.
나는 모두를 닦는다.
지운다기보단, 마무리한다.
식탁은 다시 텅 비고,
나는 다시 조용해진다.
조명이 식탁 위로 내려와 있다.
부드럽고, 따뜻하고, 조금은 멍한 조명 아래에서
나는 잠시 멈춘다.
식사보다도 이 닦는 시간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그건 어쩌면,
누군가와 함께한 자리보다
내가 그 시간 안에서 어떻게 존재했는가를
가장 또렷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식탁을 닦고 나면,
그날의 마음도 어느 정도 정리된다.
그건 습관이 아니라, 일종의 마음 씻기다.
혼자서 밥을 먹은 날에도
나는 같은 방식으로 닦는다.
그날 나를 가장 오래 상대해준 건
음식이 아니라, 내 마음이기 때문이다.
손이 천을 당기고, 밀고,
가장자리를 둥글게 감싸며
천천히 이 하루를 마감해간다.
당신은 오늘 어떤 마음을 닦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