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가 끝났다는 말 대신, 나는 책상을 정리한다
하루가 끝났다는 건
시계보다도, 알림음보다도
책상 위의 풍경이 먼저 알려준다.
펜이 기울어져 있고,
컵받침엔 말라붙은 커피자국이 남아 있다.
종이 위에 적힌 문장들은 반쯤 지워졌고,
마우스 옆에는 뜻밖의 사탕 껍질이 있다.
나는 천천히 손을 뻗는다.
이건 의무가 아니라 습관이다.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것도,
내일을 준비하는 생산성도 아니다.
그저, 내가 나를 정돈하는 방식이다.
오늘 하루 내가 얼마나 흩어졌는지를
책상이 다 알고 있다.
무심코 내려놓은 말들,
정리하지 못한 생각,
미루어진 일들과 그 뒤에 숨어 있는 감정까지.
나는 책상 위의 것들을 한 번씩 들여다본다.
하나씩 제자리에 둔다.
펜은 펜꽂이에,
접힌 쪽지는 서랍으로,
흘러내린 종이는 가볍게 포개어 둔다.
그 조용한 리듬 속에서
오늘을 한 겹씩 덜어낸다.
누군가는 침대에 누워야 하루가 끝났다고 느낄지 모르지만
나는 책상을 정리해야 비로소 오늘이 정리된다.
감정이라는 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리된 공간 위에서는
그 감정들도 조금은 다르게 보인다.
마치 조용히 접힌 종이처럼.
책상을 닦을 때,
내가 머물던 자리를 마지막으로 만지는 느낌이 든다.
그 위엔 내 시간이 앉아 있고,
그 하루가 나를 만들었다는 생각이
조용히 밀려온다.
불을 끄기 직전,
나는 다시 책상을 본다.
아무것도 없고, 조용하고, 반듯하다.
그 자리에 남은 건
무언가를 하지 않고도
내가 나를 잘 돌보았다는 안도다.
정리란, 버리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마음의 위치를 다시 배치하는 일이다.
그건 아주 작고, 사적인 구조다.
그리고 나는 오늘도
그 구조를 지키기 위해 책상을 정리한다.
당신의 하루는 어디서, 어떻게 마무리되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