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 버리지 못한 물건 하나

- 정리되지 않은 마음

by SH

안녕.

오늘도 서랍을 열다

너를 다시 꺼냈어.


사실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

서랍을 정리할 때마다

버릴까, 하고 손에 쥐었다가

결국 다시 넣어두기를

아마도 수십 번은 반복한 것 같아.


너를 처음 가졌던 날이

언제였는지조차 가물가물해.

누가 줬던 건지,

어디서 사 온 건지,

특별히 기억나는 사연도 없어.


그런데도

왜인지 너를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가만해져.


사람들은 말하지.

이제는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리는 게 좋다고.

공간도 마음도

깔끔해지니까.


맞는 말이야.

나도 예전에는

버리지 못해 쌓아둔 것들 때문에

마음이 더 복잡해진 적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만은 이상하게

쉽게 치우질 못하겠더라.


어쩌면 너는

물건이 아니라

그때의 내 마음이 조금

남아 있는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버리지 못하는 건

결국 잊지 않겠다는 마음일 거야.


그러니 조금 더,

서랍 속에 있어줘.


오늘도 괜히

한 번 꺼내보고는

다시 네 자리에 살포시 놓는다.


잘 있어.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잘 보내줄 수 있을 때가 오겠지.


혹시 나만 이런 걸까?

버리지 못해 결국 남겨둔

마음 하나쯤은,


누군가를 향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이미 하나의 조용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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