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리되지 않은 마음
안녕.
오늘도 서랍을 열다
너를 다시 꺼냈어.
사실 벌써 몇 번째인지 몰라.
서랍을 정리할 때마다
버릴까, 하고 손에 쥐었다가
결국 다시 넣어두기를
아마도 수십 번은 반복한 것 같아.
너를 처음 가졌던 날이
언제였는지조차 가물가물해.
누가 줬던 건지,
어디서 사 온 건지,
특별히 기억나는 사연도 없어.
그런데도
왜인지 너를 손에 쥐고 있으면
마음이 조금 가만해져.
사람들은 말하지.
이제는 필요 없는 것들은
과감히 버리는 게 좋다고.
공간도 마음도
깔끔해지니까.
맞는 말이야.
나도 예전에는
버리지 못해 쌓아둔 것들 때문에
마음이 더 복잡해진 적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너만은 이상하게
쉽게 치우질 못하겠더라.
어쩌면 너는
물건이 아니라
그때의 내 마음이 조금
남아 있는 형태인지도 모르겠다.
버리지 못하는 건
결국 잊지 않겠다는 마음일 거야.
그러니 조금 더,
서랍 속에 있어줘.
오늘도 괜히
한 번 꺼내보고는
다시 네 자리에 살포시 놓는다.
잘 있어.
그리고 언젠가는
정말로 잘 보내줄 수 있을 때가 오겠지.
혹시 나만 이런 걸까?
버리지 못해 결국 남겨둔
마음 하나쯤은,
누군가를 향하지 않아도,
내가 나를 바라보는 방식이
이미 하나의 조용한 사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