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고, 당당한 엄마가 될 수 있다.
1. 제 아내는 초등학교 저학년 나이 때 저녁마다 동생 손을 붙잡고 집근처 청과물 가게 근처를 서성였다고 했습니다.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의 적은 돈만 집에 던져놓고 허구언날 경마노름에 빠져 있던 아빠 때문에 집에는 먹을게 항상 부족했었고 청과물 가게에서 버린 썩은 과일을 주워다가 깨끗한 부분을 도려내 먹는게 아주 꿀맛이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썩은 과일을 주워서 집에 오던 길에 문득 고깃집을 바라보게 되었는데 아빠가 혼자서 비싼 고기를 구워가며 술을 드시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본인도 모르게 동생 눈을 가리고 부리나케 그 자리를 피해 도망치면서 본인도 왜 동생 눈을 가려야만 하는지, 왜 그 자리에서 그렇게 도망을 쳐야 하는지 머리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가슴이 그렇게 시키는 것 같았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이야기 할 때면 아내가 무척 힘들어 보입니다.
일찌감치 재산을 탕진하고 실종 되어버린 장인을 생각할 때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입을 꾹 닫게 되고 서로 꼭 쥐고 있는 손만 만지작 거리게 됩니다.
아내는 대학교 1학년을 마치고 중퇴를 했다고 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
그놈의 집구석을 빨리 탈출하고 싶어서……
더 빨리 집을 탈출 하기 위해 결혼도 섣불리 했다가 가슴 아픈 이혼을 하고 그 뒤로 쭉 미친듯이 일에만 매달려 살았다고 했습니다.
저희 아버지께서 아내의 이야기를 들으셨을 때 “네 이야기는 꼭 우리 시대의 이야기인 것 같구나. 어떻게 네 시대에 그리 힘든 시절을 겪었을까…..” 하시며 혀를 차셨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2. 강진애작가의 20대 시절을 읽어내리다가 갑작스럽게 아내 생각에 깊이 잠겨버렸습니다.
어린시절에 대한 내용을 비롯해 많은 부분의 결이 다르지만 제 아내의 20대 시절과 강진애작가의 20대 시절은 정말로 치열했었다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뒤로도 많은 고생을 하셨지만…… ㅠㅠ)
저의 그때를 생각해보면 고개가 숙여집니다.
일찍 시작한 사업이 시작부터 조금 잘 된다고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천방지축처럼 고개 뻣뻣이 들고 다니며 흥청망청 돈을 써재끼며 살았던 그때의 제가 얼마나 한심하게 보이는지 모릅니다.
뭐~ 그때의 제 행동에 대해서도 나름대로의 원인과 이유가 있다고는 하나 이분들 앞에서는 감히 말을 꺼내기도 어렵습니다.
어떤 이유가 되었든 그때의 제 행동을 정당화 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분들 앞에서 치열했다고 말하지 못하겠습니다.
성실했다고도 말하지도 못하겠고……
어휴….. 그냥 고개 숙이고 있는게 나을 것 같습니다.
결혼 후에 부족한 남편을 잘 데리고 살아주신 것도 두분이 너무 비슷하십니다.
그리고 남편과 아이들을 잘 키우신 것도 두분이 너무 비슷합니다.
그저 경외심이 느껴질 따름입니다.
어휴….. 이거 뭐라고 리뷰를 써내려야 할지 참 난감할 정도 입니다.
3.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도전하지 못하는 수많은 이유를 대곤 합니다.
환경을 탓하고, 상황을 탓하고, 남을 탓하고, 천재로 태어나지 못한(?) 자신을 탓하며 그런 여러가지 이유 때문에 본인은 할 수 없다고 이야기 하곤 합니다.
저도 어린시절에 그런 생각에 매몰 되어 살았던 시절이 있었기 때문에 그 기분을 잘 압니다.
뭔가 해본 것도 없으면서 애초부터 패배자로 쩔어서 살아가는 그 기분……
살아도 사는 것 같지 않고 꼭 계속 살아있고 싶지도 않고 그렇다고 죽자니 죽을 용기도 없는…….
저는 죽음에 성큼 다가갔다가 운좋게 일찌감치 빠져 나온 케이스일 뿐이고 다른 분들은 운이 나빠서 좀 더 오랫동안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강진애 작가에게는 “~ 때문에” 라는게 없었습니다.
오직 “그럼에도 불구하고” 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최근에 우연히 인스타그램을 통해 만나뵙게 되어 급속도로 친해지고 있는 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분과 만날 때 한층 더 고개가 숙여질 것 같습니다.
4. 제 아내가 항상 이런 말을 하곤 했습니다.
부부관계에 대한 대화도 깊게 나눌 수 있고, 자녀교육에 대한 대화도 깊게 나눌 수 있고, 비즈니스에 대한 대화도 깊게 나눌 수 있고, 인생전반의 방향성과 끊임 없는 도전과 크나큰 꿈을 향한 열정을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친구를 만나기가 정말 힘든 것 같다고……
푸념에 이은 위로의 관계가 아니라 눈물을 흩뿌릴지언정 파이팅 있게 개선하고 뜨겁게 사랑하며 온몸에 아로새겨진 상처와 굳은 살을 서로에게 보여주면서 불거진 눈시울로 서로를 바라보며 수고 많았다고 등 두드려줄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하곤 했던 아내에게 이 책을 쓱 내밀며 말했습니다.
“두분이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ps1
요즘 갑자기 친구복이 터진 것 같습니다.
깊은 대화가 가능한 친구들이 갑자기 많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진심으로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ps2
6월 25일 합정 교보문고에서 강진애 대표님의 출판기념회가 있습니다.
제가 그날 사회를 보게 되었는데요.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