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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AND ACTIVIST Jul 20. 2022

크리스퍼 유전자편집기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코드브레이커를 읽고……

1. 보통은 하루 동안 짬짬이 읽으면 책 한권을 읽을 수 있는데 이 책은 열흘 정도가 걸렸습니다.

제 분야와는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생명공학 그것도 크리스퍼유전자편집기술에 관한 책이라니……


가끔씩이라도 이전에는 전혀 관심 없었던 분야, 전문분야와 전혀 관계가 없는 영역의 책을 읽는 것은 사고 확장에 큰 도움이 된다는 조언에 따라 정말 가끔 제목만 봐도 머리가 아플 것 같은 책을 선택하곤 하는데 이번에는 이 책을 고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은 또 하나의 이유…..


제게는 2009년 이후로 얼굴을 볼 수 없었던 큰 딸이 있습니다.

정확히는 아내가 첫번째 결혼에서 낳았던 딸이고, 그 아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제가 전남편에게 연락을 해서 적극적으로 교류를 하며 비록 부모가 이혼을 하긴 했지만 아이의 행복을 위해 어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대책회의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둘째딸이 태어났을 때 산후조리원에 와서 동생 얼굴을 보기도 했지만 아내의 전남편이 재혼을 하면서 가족이 모두 발리로 가게 되면서 연락도 어려워졌었습니다.

그 뒤로 계속 큰딸이 성인이 되고 나면 다시 만날 수 있을꺼라는 기대감 속에서 살았고, 작년 이 맘 때 한국으로 와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다는 얘기를 전해듣게 되었고 아내가 부리나케 달려가 만남을 가지면서 다시 관계가 이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뒤 일년만에 큰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3살 나이에 석사를 마치고 국내 대형 제약사에 취업을 하게 되어서 축하 차원에서 만나고 싶다는 의향을 전했고 흔쾌히 수락을(?) 받았습니다.

(참, 큰딸은 저를 고릴라아저씨라고 부릅니다.ㅎㅎㅎ)


그런데 큰딸의 전공분야가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아파오는 바이오메디컬 입니다.

제가 전혀 모르는 분야, 조금도 관심이 없었던 분야, 단순히 약만드는 분야라고만 생각할 뿐인 생소한 분야였기 때문에 만나기 전에 뭔가 읽어보고 싶었고, 저자가 여성으로써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분이면서 세계 유전자공학분야의 리더로 손꼽히는 분이라 하니 절로 존경하는 마음에 흥미를 끌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내의 도움을 받아 딸아이가 좋아할 지갑과 향수와 책을 선물로 준비했지만 혹여라도 대화주제가 떨어질 것 같으면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부리나케 책을 펼쳐 들었고 힘겹게 힘겹게 정말 힘겹게 읽어내렸습니다.


그리고 그 선택은 정말 신의 한 수 였습니다.

평상시 독서를 좋아하는 큰 딸은 이 책을 이미 읽었다면서 본인이 바이오메디컬로 학과를 정하고 석사까지 하는게 있어서 크리스퍼유전자편집기술에 대한 내용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했습니다.

고등학교 찬반토론시간에 주제로 우연히 고르게 되었던 것이 허젠쿠이의 유전자편집아기에 대한 사건이었고 그가 감옥을 가게 된 배경이 궁금해서 알아보다가 공학 분야의 연구가 흥미롭게 느껴졌다고 했습니다.


이 책을 읽지 않은 아내는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서게 되고 한시간을 넘게 딸아이와 이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누게 되었는데 그 시간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세상에나 살다살다 내가 유전자편집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해하는 날이 오다니…….


2. 책을 읽게 된 계기는 그러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제게 많은 부분에 대해 깊은 생각에 빠져들게 만들어주었습니다.

퀴리부부를 롤모델로 삼고 있는 저희 부부 입장에서 제니퍼다우드나와 제이미케이트 부부의 이야기는 흥미롭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같은 길을 걸을 수 없어서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다우드나가 함께 일을 하던 제이미케이트와 재혼을 하고 이후로 일을 포함한 모든 삶을 함께 헤쳐나가는 모습은 중간중간에 간략하게만 소개가 되어 있었지만 제게는 충분히 상상이 가는 한편의 드라마와도 같았고 자꾸 멈춰서서 저희 부부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저는 계속해서 아내와 큰딸과 작은딸이 생각 났습니다.

제게는 너무나도 중요한 이 세명의 여성이 각기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서 경험을 쌓아가며 전진해나가는 여정 앞에 놓여질 난관들이 떠올려지며 마음씨 착한 세분이 온갖 모략과 협잡과 치열한 경쟁으로 가득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나가게 될지 걱정 되던 것들이(크진 않았지만) 다우드나의 인생이야기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게 된 것 같습니다.


본인에게 주어진 것에 성실하게 임하며 주어진 관계의 사람들 모두에게 따뜻하게 대해주고 적극적으로 그들의 문제해결에 동참해주고 끊임 없이 성장하려고 공부하고 도전하며 살아가다보면 종국에는 건강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크고 작음을 떠나) 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하게 된 것 같습니다.


3. 다우드나의 연구에 대한 초반 이야기를 통해서 한 연구가의 끊임 없는 열정적 도전이 너무나도 인상 깊었지만 특허전쟁이 벌어지는 파트를 읽으면서 정말 많은 생각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품을 만드는 것과 사업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영역임을, 디자인을 잘하는 것과 디자인스튜디오를 경영 하는 것도 전혀 다른 영역이며, 건축설계를 잘하는 것과 설계사무소를 경영 하는 것도 전혀 다른 영역이라는 것을 선배들을 통해 확인했던 것들이 떠오르면서 오랜시간동안 공부하고 경험하고 연구했던 것들이 하루 아침에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회에 대해 알아야 하는 것들과 영악한 무리들 가운데에서 내 중심을 지키며 줏대 있게 살아가는 법을 어떻게 깨우쳐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생각에 잠기게 되었습니다.


코로나사태를 바라보는 다우드나의 관점도 정말 멋졌습니다.

세계적인 위협까지도 돈을 벌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가득한 가운데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기술로 세상을 위해 기여할 기회로 여기는 저자의 가치관이 너무나 존경스러웠고 그런 마음가짐이 저자가 노벨화학상을 수상하게 되는데 큰 영향을 끼치게 되었을꺼라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다우드나의 삶은 저희가 너무나 존경하는 퀴리부인의 모습과 상당부분 겹쳐 보였습니다.)


4. 한편 이 책에서 계속 언급 되고 있는, 유전자편집에 대한 두개 진영의 주장은 제 안에서도 계속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일단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별 생각 없이 반대하는 입장에 서 있었습니다.

개인적 영달을 위해 국제적인 합의를 어기고 유전자편집을 진행한 허젠쿠이가 징역 3년형을 받고 수감 되는 상황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위험성에 중점을 둘 수 밖에 없었는데 그 생각은 조금씩 달라져갔습니다.


첫번째로, 크리스퍼유전자편집기술도 다른 기술들처럼 일반화 되고 있으며 그에 따라 해당 분야에 조금만 경험이 있는 과학자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기술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 입니다.

결국 그 위험성 보다는 이익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슨 짓을 벌이고 있을지, 벌이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일 입니다.

인류의 향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영역에 있어서 법을 지키는 진영의 기술은 규제 속에서 더디게 발전하고, 무법자들은 괄목상대할 발전을 이룬다면 결국 미래는 무법자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번째로, 제 자신에게 냉정하게 질문을 던져보았습니다.

내 아이들이 자녀를 낳게 되었을 때 우리에게 심각한 유전형질이 있다고 한다면, 그리고 내게 그 유전형질을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을 말입니다.


저는 고개를 숙인채 바꾼다는 쪽으로 손을 들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반대진영에서 찬성진영쪽으로 위치가 옮겨지고 말았습니다.


심각한 유전형질로 고생하고 있는 분들의 입장을 깊이 있게 고려하지 않은채,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거나 죽어가고 있는 자녀를 둔 부모들의 입장을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은 채 막연하게 반대표를 던지고 있었다는 생각에 몹시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세번째로, 코로나 사태를 경험하면서 더욱 심각한 바이러스가 창궐 하게 되고 인류가 멸망에 이르게 될 정도의 상황이 된다면 그때도 유전자편집기술을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느냐 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꼭 사용해야 한다고 서슴 없이 대답하는 제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부자들은 마음껏 더 멋진 유전자를 얻을 수 있게 되고 가난한 사람들은 주어진 유전자 대로만 살아야 하는 양극화 세상이 되는 것에 대해서는 여전히 반대하는 바 입니다.


그렇다면 답은 두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상용화 될 수 있도록 기술발전에 대한 투자는 늘어나야 하며, 동시에 해당 기술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복지도 함께 늘어나야 합니다.


어쩌면 유전자편집은 상속과 증여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 수준의 양극화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이미 막을 수는 없는 흐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양지에서 대중의 적극적 참여와 토론 속에서 방향과 방안이 정해지길 바랄 뿐 입니다.


5. 큰 딸 덕분에 앞으로 당분간은 제약분야의 스타트업들을 예의 주시 하게 될 것 같습니다.

이 책으로 포문을 열었으니 관련 서적을 좀 더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딸을 만날 때 마다 토론을 하면서 함께 성장해나갈 것을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옵니다.


머리가 꽤 많이 아프겠지만 가능하시다면 이 글을 읽는 분들도 한번쯤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제가 언급한 화두에 대해 여러분께서도 고민해보시고 나름대로 얻은 해답을 나누어주시면 좋은 토론의 장이 펼쳐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크리에이티브디렉터 & 비즈니스트레이너


COO / BRAND ACTIVIST

CEO / OUOS VILLAGE

Creator / METACORP

Chief-Trainer / S.READING

co-founder / T.A.G.


https://linktr.ee/brandact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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