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의 미래’를 읽고…..
1. 지방정부의 건축프로젝트를 자주 수주하는 형님이 있었다.
그 형님은 프랑스 소르본느대학 출신이었는데 본인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모든 일을 다 하고 프랑스친구에게 프레젠테이션을 맡기곤 했었다.
물론 적지 않은 비용을 주면서 말이다.
프레젠테이션을 왜 직접 하지 않냐고 여쭤봤더니 이런 대답을 하셨다.
“지방정부 프로젝트를 하면 지방정부관계자들이랑 그 지역의 대학교수들이 나와서 평가를 하는데 모두가 한마디씩은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나온거라 서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엄청 눈치를 보고 있어.
칭찬을 하면 그 업체로부터 뒷돈이라도 먹은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부정적인 지적을 하지.
그러다보면 결국 뻔하게 적용 되었던 고루한 디자인만 채택이 돼.
그런데 너무 웃긴게 외국인전문가가 영어로 발표를 하면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듯 지적을 하질 않아.
그 외국인전문가에게 수준 떨어지는 질문을 했다가는 그 지역이 통째로 욕 먹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거지.
영어실력도 없다는 평을 받는 것도 싫고 통역을 통해서 이야기 하는 것도 모양 빠지니까 서로 눈치보면서 박수 치고 좋은 점수를 주곤 하지.
정말 웃기게도 말이야.”
그분은 동대문역사문화공원도 국내 건축사들이 설계 했으면 지금 같은 특이한 모양으로 만들 수 없었을꺼라고 말씀 하셨다.
선배라는 작자들이 개떼처럼 달려들어서 물어 뜯었을꺼라고 말이다.
국제적으로 엄청난 명성을 지니고 있는 자하하디드가 설계한건데 거기에 대고 누가 반론을 제기 했겠냐고 말씀 하시면서 정치질만 난무하는 판이어서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는 사회라고 혀를 차시던게 생각난다.
2. 이 책을 읽는 내내 무릎을 치게 되면서 동시에 암울함이 밀려왔던 것은 이 책 속에도 언급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을 이미 내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부분들이라는 점이다.
소수의 권력가들이 흔들고 싶은대로 흔들고, 그에 따라 전체가 흔들리는 나라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온 사방에서 혁신을 이야기 하고 있지만 어려운 장벽을 뚫고 기술적인 혁신을 이루어서 사용자가 생기고 큰 돈이 된다는 사인이 명확해진 뒤에야 혁신하게 되는, 그런 방식의 혁신만 무진장 빠른 나라이다.
한편 그렇지 않은 나라가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보게 된다.
아메리카대륙의 대부분의 나라, 아시아대륙의 대부분의 나라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정치인과 대기업 총수들이 제멋대로 하기 힘든 나라라면……
내가 갖고 있는 정보 속에서는 독일,프랑스,핀란드 정도만 떠오르는 것 같다. (모두 교육강국이다.)
3. 인테리어디자인회사를 운영하고 건설시행프로젝트를 경험하며 ‘공간’이 주는 매력에 흠뻑 빠진 시절이 있었다.
공간에는 사람을 압도하고 행동을 통제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 힘에 매료 되어 조금이라도 돈만 생기면 무작정 새로운 공간을 보기 위해 집을 나서고 그 공간에서 받은 느낌을 시종일관 떠들어대곤 했었다.
그리고 공간을 만들어주는 것만으로 돈을 버는게 싫어서 투자 차원에서 공사를 하거나, 다른 사람의 사업에 일부 구좌를 사는 형태로 투자하거나, 내가 직접 매장을 열어서 운영하는 시도를 했다.
번번히 망했고 그로인해 부도가 나서 그 댓가를 지금까지 치르고 있지만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때 유튜브가 있었다면! 너무 아깝다.)
그 덕분에 조금 더 다양한 시각을 갖게 되었고, 다른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 덕에 조금 더 마음 편하게 아이들을 언스쿨링 할 수 있었던게 아닌지……
어느 일정한 공간에 매어 있지 않고, 일정한 비즈니스에 매어 있지 않고, 다양한 도전을 서슴치 않고 실행해나가는 엄마아빠의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4. 책을 읽으면서 ‘주택을 갖는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떠올리게 되었다.
20대에는 내 집을 갖는다는 것이 큰 꿈이었다.
하지만 그냥 아무 집이나 내 명의로 되어 있으면 그걸로 만족스럽다는 생각은 아니었다.
내가 꿈꾸는 집은 엄청난 부자가 되어야만 가질 수 있는 집이었다.
30대를 중국에서 보내면서 비교적 저렴한 월세로 큰 아파트에 살 수 있었다.
아파트 단지 내에 녹지시설도 상당히 잘 되어 있고 보안도 괜찮은 곳이어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집을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난 조금씩 디지털노마드를 꿈꾸기 시작한 것 같다.
40대에 접어들면서 한국으로 돌아와 재개발예정지역에 있는 집을 월세로 살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살던 집의 4분의 1 크기 밖에 되지 않는 집이다.
그런데 집이 작아지니까 활동반경이 더 넓어졌다.
멀지 않은 곳에 있는 공원을 비롯해 지역 곳곳에 자리하고 있는 시설들을 자주 이용하게 되었다.
50대를 바라보고 있는 지금……
앞으로는 어느 지역에서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생각해보게 된다.
우리는 여러 지역에서 한달살기를 하며 사는 것을 꿈꾸고 있다.
5. 우리 아이들은 빨리 커서 결혼하고 아기를 낳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아기를 낳으면 돌보는 것을 엄마아빠가 도와줬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감사하게도 우리를 키웠던 것처럼 키울 수 있도록 도와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격세교육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우리는 이미 그것을 마음 먹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이 태어났던 순간부터 키우는 내내 손주들만큼은 어떤 환경에서 키우고 싶은지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아이를 낳게 되면 '안정성'에 대해 극단적으로 고민이 치솟게 된다.
그러다보니 사는 지역에 대해, 집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물질적인 것보다 정서적인 부분과 성장에 포커스를 맞추며 살아가고 있다.
지나칠 정도로 문제가 많은 지역과 집만 아니라면 어느 지역에서든, 어떤 집에서든 안정적으로 아이들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집에 대해 그다지 집착하지 않는 편이다.
우리에게는 어떤 공간인가 보다 그 공간에 누가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
지난 날 경험을 통해 함께 하고 있는 사람들과 호흡이 맞지 않는 경우 제아무리 좋은 공간에 있다고 해도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몸이 편한 곳이 있어도 마음이 편하지 않았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 있어도 정신이 어지러웠고,
맛집에서의 식사도 모래를 씹는 것과 같았다.
반대로 호흡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하고 있는 경우 몸이 불편해도 마음이 편했고, 무엇을 보든 전부 아름다워 보였고, 그 어떤 식사든 만한전석과도 같은 충족감을 느꼈다.
6. 그 가치를 아이들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지금의 집이 더 작아지고 더 불편해진다고 해도 지금의 우리라면 어디에서든 행복할 수 있다고 했고 더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도 우리가 합심해서 마음에 품기로 한 아이들을 위해 양보하는 것이 더 낫다고 했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의 공간이 불편해보인다고 하고 어떤 이들은 우리처럼 살 수 없다고 이야기 하지만 우리는 그 어느때보다도 공간이 넓게 느껴지고, 그 어느때보다도 풍요롭다.
험난한 고비들을 함께 헤쳐나가며 특공대가 된 아내와 나, 그런 모습을 지켜보며 어린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특공정신과 태도를 배워나가고 있는 아이들이기에 손주를 키우는 환경 역시 무작정 크고 안정적인 공간보다는 우리 모두가 지속성장할 수 있는 공간이면 충분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7. 우리는 글로벌빌리지를 온오프라인에 건설하고 디지털노마드적인 삶을 사는 것을 꿈꾸고 있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것과 같은 다양한 공간이 주는 경험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안정성을 추구하기 위함이고 오프라인 ‘테마빌리지-센터-스튜디오’와 온라인 ‘메타버스-소셜플랫폼-커뮤니케이션툴’이 연동 되는 기획이다.
이 기획의 성공여부는 오프라인에 공간을 구축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온라인에 플랫폼을 만들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계획은 갖고 있지만 그것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진 않는다.)
온오프라인에 공간이 많이 만들어져 있다고 해도 ‘사람’이 모이지 않으면 소용 없다.
사람이 모인다고 해도 그들 호주머니의 돈에만 관심이 있고 그들에게 건강한 영향을 끼칠 수 없다면 의미 없고, 그 영향력이 지속되고 확장 될 수 있어야만 그 의미도 지속 되고 확장 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지속성장할 수 있는 건강한 영향력’을 안착 시키는 것,
그것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끼리 단단한 결속력을 다져나가는 것,
그들이 원하는 만큼 지속성장할 수 있도록 인큐베이팅 하는 것,
그렇게 구축된 코어멤버와 함께 더욱 확장된 ’우리의 의미 있는 여정’을 세상에 펼쳐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시작을 보이고 있는 ’프리퍼‘가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아스빌리지 시즌2’로 이어지기를 바라며!! 정진 또 정진 밖에 없다.
제이든 / 슈퍼제너럴리스트
커뮤니티디벨로퍼 & PFC브랜드액티비스트
마인드트레이너 & 크리에이티브디렉터
COO / BRAND ACTIVIST
co-founder / PRIPER
Creator / METACOR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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