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그들을 도시의 유령으로 만드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외면하고 있는 이 시대의 가장 어두운 곳 중 하나를 조명한 책입니다.
그래서인지 읽는 내내 마음이 어지러웠습니다.
우리 가족들이 하하호호 웃으며 행복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 누군가는 먹을 것이 없어서, 잠 잘 곳이 없어서, 아픈 곳을 치료할 수 조차 없어서 하루하루가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것을 상기할 수 있게 해주었네요.
바로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사업 때문에 하는 고민, 가정 때문에 하는 고민, 육아 때문에 하는 고민, 사랑과 결혼 때문에 하는 고민들도 이들에게는 모두 사치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마음에 유난히 무겁습니다.
지금까지 소개했던 책들은 매슬로우의 욕구7단계에서 높은 수준의 욕구에 해당하는 이야기들을 다뤘다면 이 책은 가장 기초적인 생리적욕구와 안전의 욕구 조차 채우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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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큰 반감이 있었습니다.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면 새로운 것을 알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피해의식이 가득했으며,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돈을 벌고 있었기에 그들의 존재 자체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라고만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의 무지함에서 비롯된 생각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때의 부끄러움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이 사회의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때 비로소 역사,사회,정치의 영역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누구든 어떤 형태로든 주변에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본인의 의지와 상관 없이 그것에 대한 책임도 주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책임에 대해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살았던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것이며, 얼마나 무개념이었던 것인지 부끄러웠지만, 한편 그랬던 제 모습은 어떤 과정을 통해 형성 되었던 것인지 원인분석을 하면서 조금 더 현실적인 성찰을 할 수 있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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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무지한 부분도 있고, 알면서도 참여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으나 전처럼 그것을 당연시 여기며 살진 않습니다.
미안한 마음과 빚진 마음을 갖고 지금 시점에 이미 주어져 있는 부분에서부터 변혁을 일으키려 노력해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의 흐름을 잘 읽어서 순조롭게 성장해나가는 것에 관심 갖는 만큼 해당 산업의 부품으로 평생을 살다가 갑작스럽게 직장과 집을 잃게 되는 사람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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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서평 : 이 사회의 복지 범위가 어디까지여야 하는가, 재원마련은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교육&훈련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셀 수 없는 고민이 밀려들거나, 그냥 휙 고개를 돌려버리게 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