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어느 페미니스트의 질병관통기

by BRAND ACTIVIST
0_02aUd018svc1j4nly8x5zprm_q6lann.jpg

1. 읽는 내내 '아파도 미안하지 않습니다.' 라는 책제목이 참 아팠습니다. 그리고 미안했습니다.

미안함의 특정 대상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저의 부족한 공부가, 성찰이, 관점이 모두에게 미안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한 인식에서 비롯된 시선과 언행으로 인해 작은 상처라도 받았을 모든 사람들에게 부끄럽고 미안했습니다.

참 안타까웠습니다. 가정과 학교에서 배웠어야 하는게 참 많았는데 말이죠.

배웠는데 제가 기억을 못하는 것인지, 배웠는데 그때의 제가 깨닫지 못한 것인지 아쉬운게 한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2. 저는 고질적인 허리통증을 달고 삽니다.

만성이하선염도 있고, 만성대상포진도 있습니다.

치아는 절반 가량 손을 댔고, 어릴적부터 심장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어디에 속하는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은 어떤 것인지,

아픈 사람과 아프지 않은 사람의 기준은 어떤 것인지,

나는 아픔이라는 것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봐 왔는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리고 나는 어떤 기준에서 어디에 속하는 사람인지 궁금해졌습니다.



3. 저만 그렇게 느끼는 것인가요? 페미니스트 라는 표현은 왠지 부정적인 분위기를 띈 채 사용 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엄연히 사전적 의미의 페미니스트는 평등을 외치는 사람들입니다. 여성과 남성간의 차별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이죠.

평생동안 어머니께 용기를 내어 아버지와 시댁식구들과 싸우시라고 얘기 했던 저는, 아내에게 제가 아이들을 돌보고 집안살림을 많이 맡을테니 용기 내어 자신의 꿈을 펼치라고 응원해왔던 저는, 딸에게 여성스러움이란 '인간다움 + 여성이라는 신체적 차이에서 오는 자신을 이해하고 그에 따라 살아가는 것' 이라고 설명하며 세상에서 요구하는 기준의 여성스러움을 따르지 말고 본연의 본인이 추구하는 방향으로 살아가라고 이야기 하는 저는 분명한 '페미니스트' 입니다.

그렇게 보니 왜 저는 페미니스트 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제가 페미니스트 라는 것을 말하지 못했었는지 궁금해지더군요.

그만큼 여전히 제 안에 흐릿한 것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4. 가족에 대한 정의를 고민하고, 이웃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사회적인 이슈와 아이들을 연결 시킬 수록 무상의료를 비롯한 무상복지가 꼭 필요하다는 의식이 더욱 짙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그 수많은 것들을 모두 직접 해결하는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차라리 그 시간에 좀 더 일에 집중을 하고, 제게 주어진 가족에게 집중을 하면서 더욱 많은 세금을 내고 그 세금으로 무상복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바라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 아닌지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 자신이 개선해야 할 것과, 이웃이 함께 개선해야 할 것과, 이 나라가 함께 개선해야 할 것들이 수두룩한데요.

그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끊이지 않아야겠다는 생각도 깊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줄서평 : '정상가족'이란 무엇일까요? 우리 인간은 어떤 가족의 도움, 어떤 사회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존재일까요? 이에 대한 고민을 함께 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나는 고작 한번 해봤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