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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괜찮아

2018 프린츠상 수상

by BRAND ACT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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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읽은 책에 이어 이 책 역시 제 마음을 깊은 곳까지 잠기게 만들어주네요.

저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제 아픈 손가락 같은 친구이자 동생인 녀석이 떠올랐습니다.

불의의 사고로 일찌감치 부모님을 여의고 할머니 손에 자라면서 사랑과 인간관계에 대한 많은 고민을 했고, 고민한 만큼 많은 시도를 열심히 하고 있는 멋진 친구인데요.

사회적으로도 자수성가한 친구라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외로운 티를 내지 않고 외로워 하며, 아픈 티를 내지 않고 아파하고, 힘든 티를 내지 않고 힘들어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항상 잘 웃고 실없는 농담도 잘하고 구김살 없이 너무나 잘 살고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그를 향한 사람들의 박수소리도 제겐 들리지 않고, 그가 이룬 것들도 제겐 황무지 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그렇게 그 친구와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는 항상 마음이 무겁고, 눈물이 쏟아질 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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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이웃’이라는 단어와 ‘친구’라는 단어 그리고 ‘가족’이라는 단어가 계속 떠올랐습니다.

자연스럽게 각각의 단어가 제게 투영되어 제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데요.

살아가면서 만나게 되는 사람들에게 난 어떤 이웃인가 깊이 생각해보게 됩니다.

그들과 난 어떤 친구관계를 맺고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되고......

또 한편 깊은 이웃과 친구관계를 넘어 진정한 가족으로 여겨지는 이들이 누구인가도 생각해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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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도 오랫동안 편협한 사고와 편견으로 인생을 살아온 저였기에 항상 잘못된 방식으로 이웃을 사귀고, 친구를 사귀고, 가족을 꿈꿨습니다.

그러면서도 잘하고 있다고 여겼습니다.

스스로를 자랑스러워 하기도 했었고요.

여기저기 떠들어대기도 했습니다.

전화기에 저장된 전화번호 개수가 몇개인지 아냐고......

이들과 내가 얼마나 자주 만났는지 아냐고......

이들과 내가 나누고 있는 우정의 깊이가 얼마만큼인지 아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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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불안했습니다.

그런 말을 하면 할수록 외로웠습니다.

그런 제 모습이 거울에 비칠 때면 쪼다 중에 쪼다 같아서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더 합리화 시켰습니다.

그래도 내가 나름 잘 하는 편에 속하지......

친절한 편에 속하지.....

착한 편에 속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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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부족한 저이지만 더이상 그 정도까지 멍청하고 어리석은 존재는 아닌 것 같아 천만다행 입니다.

적어도 이젠 건강한 기준 하에서 고집 부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점검 하고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집착과 미련도 발견 되는 족족 내려놓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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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자연스럽게 한발자국씩 좋은 이웃이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친구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것 같고요.

그만큼 제 삶이 점점 더 따뜻해지는 것을 느낍니다.

점점 더 큰 행복이 늘어나는 것도 느껴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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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모두 덮은 뒤에 서두에 말씀 드린 친구에게 문자로 마음편지를 먼저 보냈습니다.

요즘 들어 그 친구가 마음의 벽을 한층 더 허물어내고, 한층 더 깊은 이야기를 꺼내주고 있는데요.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그게 얼마나 큰 감동이고 큰 기쁨인지 구구절절 글을 적어내렸습니다.

그 글을 모두 읽은 뒤 그 친구가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 친구가 지금까지 이룬 모든 것들이 무너져내려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사람이 되더라도, 우리 가족은 항상 지금 이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을 것임을......

진정한 가족이 되길 소원하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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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너무나도 모자란 나, 부족한 나, 나쁜 모습의 나까지도 안아주고 기다려주고,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도록 가르쳐주고, 가족이 되어주고자 하는 이를 만나본 적이 있으신가요?

Q. 가족이 확장된다는 것..... 그 기쁨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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