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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욕망과 결핍, 상처와 치유에 관한 불륜의 심리학

by BRAND ACTIV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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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부부의 세계'라는 드라마가 엄청나게 뜨거운 이슈 속에 있습니다.

불륜을 주제로 하는 드라마가 항상 그랬듯 말이죠.

당달아 저희 부부도 '부부의 세계'의 내용을 놓고 하루가 멀다하고 열띈 토론을 벌이고 있는데요.

저희 인생이 그 드라마 못지 않은 드라마틱한 우여곡절 속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화목함을 이루었기 때문에 저희 부부에게 '부부됨'에 대해 질문하는 지인들이 많은데다가, 마침 불륜의 심리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커플클리닉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거든요.

그래서 최근 저희 부부는 '부부의 대화 : 어디까지 대화 해봤니?' 라는 주제로 다양한 세부내용을 뽑아보고 있습니다.

마침 커플상담을 무척 잘 해주는 아내가 좀 더 심도 있게 공부해보고 싶다고 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건데요.

아내와 이런 대화를 할 때 마다 제 마음은 항상 미안함으로 가득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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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내와 결혼생활을 하면서 최근 5년여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 이전 10년 동안 거의 한해도 빠짐 없이 크고 작은 외도를 했습니다.

아내는 결혼 초기 부터 "남자들이 그러고 사는 건 이해하는데 걸리지만 마.... 걸리면 끝이야." 라고 얘기했었는데요.

저는 주변 사람들과 비교를 하면서 '나 정도면 정말 가정에 충실한 편이지~' 라며 자기위로를 할 뿐이었지, 셀 수 없이 시선을 돌리고, 셀 수 없이 상상하고, 적지 않은 횟수를 실행으로 옮기고, 결국 여러차례 들킬 뻔 했으며, 몇차례 걸리기도 했고, 심지어는 아내에게 성병까지 옮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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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번도 자괴감을 느끼지 않는 적이 없었고, 여러차례 자살기도를 하기도 했습니다.

제 상상 속의 저는 그보다 훨씬 멋진 남자였고, 훨씬 멋진 남편이었고, 훨씬 멋진 아빠였거든요.

그런 제 스스로의 상상이 모두 무너져내리고 저열한 제 본모습을 마주 할 때 마다 죽고 싶을 정도로 괴로웠지만, 스트레스가 쌓이면 여지 없이 여성들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이 옮겨지곤 했습니다.

(돈이 없어야겠다는 생각에 아내에게 모든 수입을 주고 아내 명의의 카드 한장만 들고 외출을 하기도 했지만, 돈이 없어도 바람은 필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세상에 외로운 사람들은 너무나도 많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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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제게 너무 오랫동안 외롭게 둬서 미안하다면서 아내가 오히려 사과를 하고 끊임 없이 눈물을 흘리던 그 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말에 저는 오열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내의 그 말이 저의 모든 외로움을 씻어내는 듯 했지만, 한편 우리 부부생활이 저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이미 너무나도 많이 더럽혀졌다라는 생각에 너무나도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그 시점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아내의 말에 그날부터 저희 부부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100일에 걸쳐 매일매일 5시간 가량씩 대화 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매일 솔직하게 지난날의 나를 고해성사 하고, 매일 사과 하고, 매일 껴안고 울고, 매일 위로 하기를 반복하면서 저희는 진심으로 서로를 마주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결혼하기 전에, 연애 할 때 가졌어야 했던 그 시간을 10년 넘게 세월이 훌쩍 지난 뒤에야..... 겨우 시작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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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여전히 아내에게 미안합니다.

인생상담을 할 때 마다, 그때의 이야기가 언급될 때 마다, 저는 정말 그때의 그 나날을 모두 되돌리고 싶습니다.

이곳에 이렇게 글을 올리는 것도 얼마나 부끄러운지 모릅니다.

제 자신이 얼마나 싫은지 모릅니다.

아내는 다 용서했다고 하고, 저를 외롭게 두고 혼자 친구들 만나러 놀러 다니곤 했던 것도 외도와 크게 다를 바 없었던 거라고 말하지만, 저는 거기에 대고 "맞아, 당신도 잘못했어. 당신 때문에 그렇게 된거야." 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어디까지나 제 자신이 제 자신을 잘몰랐고, 우리가 서로를 너무 모르는 상태에서 제가 결혼을 밀어붙였던 것이 우리 관계의 첫단추를 잘못 꿰어지게 한 것이지 아내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조금 냉랭하고 깊은 대화를 잘 하지 못했던 아내를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고 했으면서 막상 결혼한 뒤에는 성격을 고쳐야 한다고 닥달하며 배신 했던 것도 저고, 아내는 그저 못난 남자 만나 고생만 하다가 뒤늦게라도 인간 만들어보겠다고 지극정성으로 공을 들여준 사람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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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제게 그런 만큼 다 얘기하라고 합니다.

그래야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열 수 있다고 말이죠.

일찍부터 잘못된 사회문화 속에 살면서, 잘못된 경로로 성의식을 배우고, 잘못된 방법으로 성을 접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소통을 하고, 잘못된 방향으로 인생을 살았던 것이 문제라는 것을 한명이라도 더 깨우칠 수 있게 도우라고 말이죠.

그리고 우리 아이들에게 만큼은 잘 가르쳐주자고 말이죠.

아빠의 어리석음과 엄마의 문제도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해주면서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했던건지 알려주자고 말이죠.

온갖 문제들로 가득가득했던 두 인생이 어떻게 다시 시작할 수 있었고, 어떻게 지금과 같은 화목함을 이룰 수 있었는지.....

그 비결도 알려주자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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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저희의 경험이 다른 부부의 심각한 내면적 문제를 끄집어 낼 수 있는 계기가 되어드릴 때 마다, 그분들과 함께 울고 함께 반성하고, 함께 다시 일어서자고 다짐하고, 그 길을 함께 걸어갈 때 마다 저는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을 기쁨과 행복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럴 때 마다 옆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천사아내의 얼굴을 보며 그 감정은 배가 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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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처럼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 하지 않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나머지 상대방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아서 우린 수많은 것들을 감추고 덮어놓습니다.

과거의 잘못들, 엉망이었던 나까지도 지금의 나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들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더러웠던 것들은 모두 거적데기로 덮어두고, 좋아보이는 것만 겉으로 꺼내놓다보니 계속 냄새가 납니다.

계속 썩고 또 썩어가서 점점 더 만천하가 알도록 고개를 쳐듭니다.

그런 자신을 우리 자신이 먼저 직면했어야 했습니다.

그런 우리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먼저 인정했어야 했습니다.

그런 지난 날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갔어야 했습니다.

그런 나아감을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응원해주고 함께 해주는 사람을 만났을 때 시작했어야 했습니다.

아주 진지하게 아주 조심스럽게.......

그런 두 사람 사이가 깊어짐에 따라 하지 못할 얘기는 없었어야 했습니다.

모든 취향까지 다 드러내고도 사랑이 더 깊어질 수 있는 사람인지 우리는 용기내어 확인해봤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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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 하는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아내와 함께 고른 책이지만 정말 마음이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연애 하는 사람이 없어도 읽어보시고,

연애 중이라면 함께 읽고 토론해보시고,

부부라면 더더욱 함께 읽고 심도 있게 대화 나누셨으면 좋겠습니다.

대부분의 내용이 불륜에 대한 내용이고 섹스에 대한 얘기들이지만 불편할 틈이 없을 정도로 진지합니다.

우리의 속을 후벼파고, 우리가 덮어놓은 것들을 한껏 들춰내줍니다.

그만큼 우리가 진중해질 수 있습니다.

내 사람에게......

내 사랑에게......

내 인생에게......

그 인생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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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여러분의 연애는 어떠셨나요?

Q. 여러분의 성의식은 어떠셨나요?

Q. 여러분의 대화는 얼마나 깊으신가요?

Q. 여러분은 인간의 몸에 대해, 심리에 대해, 상처에 대해, 인생에 대해 얼마나 이성적인 지식을 갖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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