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단 한순간도 확실한 환경에서 살아본 적이 없다. 매일 생존을 고민하던 선사시대에 비해 매일 집에서 의식주를 해결하는 지금도 불확실성은 사라지지 않았다. 인구는 증가하고 증가한 이상으로 욕망이 번식하여 인류는 유례없는 복잡성의 시대를 견디고 있다. 어떤 경제학자도 지금까지 여러 번 발생한 경제 불황을 단 한 번도 정확히 예견하지 못했고, 우리는 내일도 예측하지 못한다.
"선택을 단순하게 만드는"
모든 게 불확실한 상황에서 인간이 만든 질서는 다름 아닌 브랜드다. 인간은 브랜드를 선택하며, 이는 상표를 넘어 개인, 습관, 지역, 문화, 국가, 심지어 욕망까지 포함한다. 우리는 믿음, 신념, 가치관이 동일한 브랜드를 선택하고 시간과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한다. 우리는 매일 브랜드를 선택하여 인생의 복잡성을 줄이고 안정감을 얻는다.
"고유한 기호 체계디."
선택하려면 인지해야 한다. 우리는 고유한 브랜드부터 가장 먼저 인지한다. 고유하다는 건 나 자신에게 특별하다는 의미다. 고유함이 공유되고 고도화되면 컬트가 된다. 우리는 기호로 브랜드를 인지한다. 기호는 기의(개념)와 기표(표현)로 이루어진 약속이다. 우리는 상징, 이름, 색깔, 발음, 연상 이미지 등 기표를 통해 브랜드를 오감으로 인지하고 해당 브랜드의 기의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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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선택을 단순하게 만들어 삶의 안정감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마음에 품고 있다. 그게 의류든, 식사든, 라이프스타일이든, 종교든, 여행이든, 쇼핑이든 말이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게으른 뇌를 가진 이상 인간은 브랜드에서 벗어날 수 없다. 브랜드의 어원을 따지지 않고 기능부터 따진다면 인류의 탄생과 브랜드의 탄생은 정확히 일치한다.
사랑, 인생, 시간 등 형체가 없는 형이상학적 개념의 정의는 정의하는 사람만큼 존재한다. 브랜드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의 언어로 브랜드를 정의할 수 있다. 다만, 당신이 전문가를 표방한다면 사용하는 용어의 정의를 신중하게 내릴 필요는 있다. 당신의 정의는 당신의 관점과 수준을 드러내며, 생산성과 직결된다. 자신이 쓰는 용어의 정의가 명확할수록 업무의 효율과 효과는 높아진다.
브랜드를 보는 나의 관점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 맞물려 있다. 사람의 생활은 수천 년동안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기초적인 여건과 욕구는 근본적으로 같기 때문이다. 불확실한 환경에서 생존하려면 선택을 최대한 단순화해야 했다. 원시인들은 매일 사냥을 나갈 때 쓰는 도끼를 고민하지 않는다.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그와 애플을 만든 스티브 잡스는 옷을 고르는 에너지조차 아까워했다. 유사 이전부터 지금까지 인간의 단순한 선택을 돕는 브랜드의 본질은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