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빔즈
11년전 문화충격의 순간을 기억한다. 도쿄에 있는 남성 셀렉트숍들을 처음 방문했을 때이다. 업계를 리딩하는 빔즈를 위시하여, 유나이티드 애로우스(UNITED ARROWS), 쉽스(SHIPS), 투모로우랜드(TOMMOROW LAND)까지. ‘탐스러운’ 남성복들로 가득했던 그곳. 무엇보다 얄미우리만치 자신의 몸에 꼭 맞는 옷을 입고 제품을 판매하는 직원들이 있었다. 취향의 분기점이 된 현장이었다. 이후 이 브랜드들의 매장은 도쿄에 갈 때 마다 반드시 둘러보는 ‘성지순례’ 코스가 되었다. (하나 같이 탁월한 브랜드들이지만 여기서는 맏형인 빔즈를 중심으로 서술한다.)
유연한 클래식
빔즈는 1976년에 설립되었다. 깃털처럼 가벼운 유행이 난무하는 시장에서 40년 이상을 살아남았다. 비결은 ‘유연한 클래식’(Classic with little twist)이다. 박제된 클래식과는 다른 노선이다. 빔즈는 영국과 미국에서 비롯된 남성 복식의 틀 위에 변화의 흐름을 흡수했다. 전통이 고루해 보이지 않는 유일한 방식이다. 변화에 게을렀던 영국의 세빌로우 거리가 침체에 빠졌을 때, 명민한 빔즈는 신세계를 창조해냈다. 과거와 현대가 만났다. 멋을 갈구하는 일본의 남자들이 빔즈로 인해 새롭게 눈을 떴다.
‘다움’이 곧 ‘진정성’
빔즈가 구축한 세계의 중심에 매장 직원들이 있다. 최전선에서 고객을 상대하는 이들이다. 전해 듣기로는 빔즈의 직원들 대부분이 급여를 빔즈 옷에 쏟아붓는 부류들이다. 이쯤되면 '옷 환자'라 해도 좋을 정도이다. 빔즈 제품에 푹 빠진 이들이 넘치는 애정으로 설명하니 이보다 더한 전문성이 있으랴.(빔즈 직원들만을 취재하여 스타일링 팁을 알려주는 잡지가 있을 정도이다) 고객들을 응대하는 일은 뜨거운 간증의 시간이 된다. 진정성으로 충만하다. 빔즈다움이 구현된다.
‘진정성’은 무수히 많은 브랜드들이 남발하는 키워드이다. 그러나 이중에서 진정성이 느껴지는 브랜드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홍수가 났을 때 정작 식수가 부족해지는 것처럼. 소비자 입장에서 브랜드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기준은 간단하다. 매장을 가보라. 직원들의 옷을 보라. 말투를 보라. 전문성을 보라. 현실은 어떤가. 브랜드에 대해 한시간 정도 교육을 받은 것 같은 알바들이 서있지 않은가? 기계적인 응대에 그치고 있지 않은가? 진정성은 사치이다.
'빔즈다움'의 전도사들
BEAMS AT HOME은 빔즈 직원들의 집을 취재한 책이다. 일본의 집이 대부분 그러하듯 크기는 작다. 하지만 가구에서, 스탠드에서, 책들에서, 액자에서 이들의 확고한 취향이 묻어난다. 빔즈 직원들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온전히 드러난다. 또 다른 형태의 '빔즈다움'이다.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로 회사의 직원보다 더 나은 컨텐츠는 없다. 영민한 브랜드 빔즈는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직원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중이다.
빔즈의 직원이 곧 빔즈이다. 슈프림, 애플과 같은 브랜드들도 마찬가지이다. 오늘도 빔즈의 직원들은 ‘빔즈다움’을 설파하고 있다. 이것이 브랜드의 진정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