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효리
“이효리 재수 없어. 멋있어 보이는 건 혼자 다하잖아.”
지인의 말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너무나 동의가 되어서. 내가 중학생때 그녀는 요정이었다. 군 시절에는 동료들과 침 흘리며 보는 섹시스타였다. 현재는 와이프가 ‘닮고 싶어하는 언니’다. 그녀는 한번도 이슈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이효리 브랜드는 언제나 ‘핫’했다.
섹시 아이콘에서 소길댁까지
당대의 섹시 아이콘이 ‘촌’으로 내려갔다. 소길댁이 되어 농사를 짓는다. 연예계를 떠난 것도 아니다. 다만, 제주도에 적을 두었을 뿐이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고 싶지만 잊혀지기 싫다” 그녀가 쓴 글의 제목처럼 자신의 삶을 ‘모순’으로 만들었다. 언젠가 무한도전 팀이 그녀를 섭외하러 제주도를 찾았을 때는 “재석 오빠 나 서울 가고 싶어, 나이트 가고 싶어" 라고 매달렸다. 생경한 볼거리였다. 서울의 나이트에 목마른 천하의 이효리라니. 모순은 신선했다.
이효리는 시대의 욕망을 읽는다
이효리가 제주도에 정착한다고 했을 때 ‘역시 이효리’ 라는 감탄이 나왔다. 귀농은 도시인들이 동경하는 아이템이다. 도시에서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미세먼지라는 괴물이 기세를 떨칠수록 귀농의 가치는 올라간다. 잡지 ‘킨포크’는 이를 증명했다. 자연 속에 머물며 좋은 친구들과 건강한 음식을 먹는 삶. 그러면서도 세련됨을 잃지 않는 라이프. 킨포크는 도시인들이 꿈꾸는 이상향을 팔았다. 세계적인 히트 컨텐츠가 되었다. 이효리도 시대의 욕망을 간파했다. 스스로 제주도민이 되었다. ‘킨포크적 삶’이 그녀의 것이 되었다. 동료 연예인들이 방송국 스튜디오에서 누가누가 잘하나 경쟁할 때 그녀는 홀로 소길댁이 되었다. 블루오션을 개척했다. 유일해졌다.
'효리네 민박'은 소길댁 라이프의 상품성을 가늠해보는 시험대였다. 민박집 주인 이효리는 게스트의 전화를 받고, 라이드를 해주고, 요리를 했다. 모닥불 주위에서 삶을 나누었다. 소탈하고 건실했다. 건강해 보였다. 대중들은 차원이 다른 환상을 보았다. 나도 저 언니처럼 살고 싶다. 저런 부부관계도 가능하구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그 해 최고 인기프로그램이 되었다. 이효리는 여전히 시골에 머무른다. 그런데 모두가 그녀를 보고 싶어한다. 이효리식 모순이 또 한번 빛을 발했다.
이효리는 모순을 판다
이효리의 모순 행보는 계속된다. 누구보다도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그녀가 자신이 바람을 피울까봐 두렵다고 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성공한 연예인이 한 초등학생에게 '훌륭한 사람' 대신 "그냥 아무나 돼" 라고 조언했다. 행복한 아내와 불륜녀, 위인과 한량의 사이를 자유자재로 옮겨간다. 그녀의 말들은 뉴스가 된다.
이효리가 제주도에 정착한 후에도 그녀의 스타성은 희석되지 않았다. 그 반대이다. 이 모순투성이 슈퍼스타는 다시 한번 트랜드를 리드했다. 역시 효리 언니는 뭘 좀 아는 언니였어. 이효리 브랜드의 생명력은 연장된다. 사람들은 오늘도 그녀의 인스타그램을 찾아 이효리가 어느 집에 살고, 어떤 요리를 해먹으며, 어떤 옷을 입고 농사를 짓는 지를 살펴본다. 이효리를 통해 대리 만족한다. 이효리는 모순을 판다. 이효리는 잊혀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