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꾸미 Oct 11. 2015

26. 완벽(完璧)한 식사에 대하여

먹는 대로 사는 채식 이야기 by 꾸미 


 완벽한 식사에 대해서 생각해보신 적 있나요? 완벽한 식사란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요?

오늘은 2년간 채식을 시도해오며 겪은 몇 가지 시행착오를 말씀드리며, 완벽한 식사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완'전히 '벽'을 만드는 식사

 흔히 완벽한 식사는 '3대 영양소와 비타민 미네랄까지 골고루 갖춘 식사'라고 생각하실 것 같아요. 실제로 저는 완벽한 영양식을 시도하기 위해 성분 공부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채식과 로푸드를 공부하고 난 2개월 후에 몸이 좋아지면서, 칼로리표를 챙기기 시작했죠.  칼로리뿐만 아니라 음식에 들은 영양소들을 분석하여 엑셀에 정리해 놓곤 했습니다. 비타민, 무기질까지 꼬박 챙겨서요. 제 몸무게와 키를 대조해서 목표 몸무게를 도달하기 위해 한 끼당 적정 칼로리를 표기한 적도 있었죠. 운동도 꼬박 꼬박 하고요. 

 

 이렇게 전 완벽에 가까운 식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식사를 하기 위해 주위 사람들, 그리고 제 마음에 '벽'을 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 완벽성은 두려움에서 오는 것이란 걸 알게 되었죠. 오직 제가 짠 식단으로만 식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가족이나 남자친구(현 남편)와의 식사에 불편함을 주게 되었고 조금이라도 엇나가면 굉장히 스트레스를 받곤 했습니다. 하나 하나 완벽에 가까운 식단을 지향하다 보니 신경질적이 되더라고요. 이를 깨닫고 난 후, 칼로리 표 짜기를 그만두었습니다. 영양소 권장 섭취량을 조사하는 피곤한 일도 그만두게 되었지요.






남편이 정말 좋아하는 백종원표 볶음밥


정답이 아닌 채식 

 신혼 초기 남편에게 채식 요리를 많이 해주었습니다. 평소 회식이 잦고 식생활이 불규칙한 남편을 위해 조금이라도 좋은 요리를 해주고자 노력했죠. 남편의 건강에 좋은 채소들과 조리법도 많이 공부해서 요리해 주곤 했습니다. 좋은 음식은 한 번만 먹어도 몸이 알아채기 때문에 자꾸 찾기 마련인데, 이상하게 남편은 좋은 재료로 반찬을 해놓아도 짜왕이나 배달음식을 찾곤 했습니다. 가끔 반찬도 상하기 일쑤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얼마나 속이 터져요. 해서 서운한 마음에 남편에게 윽박지른 적도 많았습니다. 몸에 좋은 거 해주는데 왜 먹지 않느냐고요. 채식을 해야 건강해질 것  아니냐.라고  이야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남편이 '태음인'체질인걸 안 후로 채식만을 강요하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습니다. 태음인은 가장 '채식'을 하기 힘든 체질이라고 합니다. 채식만 먹으면 스트레스가 쌓여서 오히려 인스턴트를 더 찾아 먹게 된다고 하네요.

 이를 안 후부터는 좋은 고기와 햄, 어묵 등을 골라서 남편에게 요리해 주었습니다. 물론 건강한 채소들도 곁들어서요. 예전에는 저녁을 해준데도 한사코 거절하던 남편이 이제는 저녁을 해달라고 조릅니다. 주말에 짜왕을 사 오는 일도 없어졌습니다. 건강한 고기와 함께 요리해준 밥을 먹으며  행복해하는 남편을 보니 만족하는 식사야 말로 건강한 식사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었답니다. 

(매끼마다 고기 요리를 먹진 않습니다 ^^ 조금씩 곁들어 주는 정도!)






 이후 저는 완벽한 식사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좋은 점과 나쁜 점이 공존하죠. 내게 좋은 식단이 남에게는 최악의 식단이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해서 저는 완벽한 식사를 찾는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습니다. 완벽 보다  '만족'할 수 있는 식단을 찾으라고요.




만족하는 식사방법 3가지 


1. 여백을 남기는 식사 

 구름이 빡빡하게 차있는 하늘보다 구름 한점 떠다니는 하늘에 우리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느낍니다. 글이 빡빡하게 쓰여있는 시보다 한마디의 말로써 여백을 가득 메우는 시를 우리는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지난번 글에서 쓴 것처럼 여백을 남겨두어야 그 안에 행복과 만족을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꽉 차 버린 위는 오히려 후회와 답답함을 동반합니다. 해서 만족하기 위해서는 적당히 먹을 줄 아는 식사습관이 필요합니다. 

 음식을 먹은 뒤, 포만감을 느끼는 데에는 20분 이상이 걸린다고 하더라고요. 해서 더 먹고 싶어 질 때, 숟가락을 내려 놓는 것도 좋습니다. 나중에 밀려오는 터질듯함에 만족할 수 있는 기회를 잃기 전에요.


2. 집착하지 않는 식사 

 아무리 좋은 채소도 오래 먹다 보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감자즙도 일주일 정도 먹게 되면 약이 되지만, 너무 자주 먹게 되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잎채소도 마찬가지지요. 한 가지의 채소만 너무 먹게 되면 특정 채소의 알칼로이드가 쌓여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합니다. 해서 녹즙을 먹을 때도 채소의 종류를 1주일 ~ 2주일 정도는 바꿔서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반찬이나 곡식도 제철에 맞게 적절하게 바꿔가며 먹는 것도 좋고, 색이 다른 채소도 골고루 드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렇게 먹다 보면 꼭 3대 영양소를 분석하지 않더라도 골고루 먹을 수 있게 됩니다.


3. 적어서 많아지는 식사 

 마지막으로 반찬의 개수를 줄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반찬 수를 2~3가지로 줄이고 훨씬 행복한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도 한 숟가락에 여러 종류를 가득 넘치게 먹다 보면 가장 자극적인 맛만을 느끼게 됩니다. 해서 반찬만 많이 먹게 되는 경우도 생기지요.

 욕심을 버리고 반찬을 소박하게 차리면 소화가 잘 되어 영양소의 흡수도 좋아집니다. 무엇보다 양념에 가려서 느끼지 못했던 채소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게 되지요. 밥맛이 꿀맛이다는 것도 느낄 수 있습니다. 

 





만족(滿足) : '마음의' 모자람이 없이 충분하고 넉넉함.


여러분의 식사는 어떠한가요?

혀는 만족하나 뒤돌아 서면 후회가 남는 식사인지, 

마음이 풍족한 식사인지 궁금합니다.

진심으로 독자님들이 마음으로 만족할 수 있는 식사를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만족하세요.

다음에는 가을에 어울리는 채식 레시피로 찾아오겠습니다.



-

먹는 대로 산다.

꾸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