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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 호텔 크리에이터 그룹 어떻게 채용할 것인가.

어느 호텔의 채용 철학.

테이크 호텔 크리에이터 그룹 채용 문제

6/5.


이틀 전, 윤 CEO님의 철학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격한 공감을 하며 메모했다.


3년 전 브랜딩을 하고, 실제 운영에서 거리를 둘 때는, 공감만 하면 됐다. 그리고 자유롭게 담론을 나누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실천해나가야 한다. 음악, 향, 예술품, 프로그램 등 호텔의 공간 경험 설계부터, 상품 기획, 컬래버레이션, 상품 판매, 고객 경험 경로 디자인, 디지털 분석 및 인사이트 추출, 대관업무, ... 하나하나 생각해보면 무엇 하나 쉬운 게 없다.


나의 기질대로 운영하고 전문적 의견을 내는 에이전시의 일과는 완전히 다른 일이다. 내 뜻대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어서, 언제나 상대방과 '언어의 온도차'를 확인해야 한다. 확인 전에는 늘 생각이 많아진다. 그리고 일반 산업계 인식과 우리 생각 사이의 Gap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생각이 많아졌다.


"조직 구성이 늦어져도 좋으니
모두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
 

세부 사항이 많았지만, CEO님의 말씀을 한 줄로 요약하자면 이렇다. 구구절절 맞는 이야기다. 공감 200%. '자유롭고 능동적으로 마케팅을 할 수 있는 사람' 이런 분들을 호텔 동료로 모시고자 한다.  그런데 글로 정리하기엔 그런 유형의 사람이 잘 분절되지 않는다.


실제로 디지털 마케팅 사고와 실전 경험을 갖추는 동시에, 세일즈 마인드를 갖춘 마케터를 찾기란 쉽지 않다. 현 산업의 인식상 세일즈 퍼슨은 세일즈 퍼슨이고, 마케터는 마케터니까. 각자의 KPI가 다르다. 마케터도 마케터 나름이다. 세분화되어 있다. 세분화는 되어야겠지만, 그 모든 것들을 함께 아우를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 대단한 이론적 경험적 전문가 보다도, 마음이 열려 있는 분을 모셔야 한다. 나이가 어려 경험이 많지 않아도 상관없다. 빠른 학습능력, 오픈마인드, 이곳에서 자아를 실현하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대환영! 그런 분들... 어디 있을까? 그런 분을 모실 수 있을까? 걱정부터 앞서지만, 우리 뜻이 간절하고 지속된다면, 오래 가지 않아 그런 분을 만나게 될 거라 생각한다.



호텔리어는 고객 경험을 완성해나가는 디지털 전문가

일반 호텔리어의 마인드에서 완전히 벗어나, 새로운 개념으로 일할 수 있는 프론트 동료들. 그러면서 이들 역시 마케터적 자질이 있어야 한다. 마케터는 대개 여러 브랜드를 오가며 커리어를 성장시키는 것 같다. 한 분야에서 여러 브랜드를 오가는 사람들도 있고, 다른 분야를 넘나드는 사람들도 있다. 어찌됐건 적지 않은 마케터들은 옮길 때마다 몸값이 뛰는 편이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것 같다. 그런 카테고리의 속성상, 그간 마케팅의 불모지처럼 인식되던 호텔 산업에 지원할 실력있는 마케터는 얼마나 될지도 현실적 고민이다. 그래서 지금은 호텔의 실체를 더욱 단단히 만드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그 철학을 알리고, 동참할 동지를 모집하는 게 급선무다. 지금은 객실 공사가 한창이고, 겉만 번지르르하고 별다른 기능이 없는 호텔 로비의 풍경을 어떻게 바꿔야할지 고민중이다. 그리고 어떻게 해야 손님들이 우리 동료들에게 자질구레한 질문을 하지 않게 할 것인지 고민이 시작됐다.


유연한 사고와 판단은 좋지만, 지나친 판단 유보와 결정이 자주 바뀌면 일하기 힘들어진다. 그렇지 않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실체다. 그리고 고객 집착이다. 기본적 체력을 갖추고 나면, 모든 문제는 고객 집착의 지점에서 문제를 설정하고 해결한다. 다만, 여기서 고객은 두 부류다. '내부 고객'과 '외부 고객'.


'내부 고객'은 우리 동료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 이들의 비전과 자아실현에 집착해야 한다. 내부 고객이 무의미하다고 느끼는 일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고객의 컴플레인을 상대하는 것. 이것이 고객만족이라며 독려하지는 말자. 고객이 컴플레인 걸지 않게 해야 한다. 완벽을 추구하라는 게 아니라, 우린 충분히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설명하고, 사고가 터지지 않도록 철저히 준비한다. 가급적 모든 잘못의 원인은 우리에게 있지 않도록 준비한다.


"와이파이 비번이 뭐죠? 수건좀 더 갖다주세요. 수영장 어디에요?" 등등
이런 자질구레한 질문은 하지 않게끔 만든다.

우리 동료들은 고객의 잔심부름이나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런 건 앞으로 고객들이 모두 알아서! 호텔리어에 대한 인식을 완벽히 바꾼다, 굉장히 쿨-내나는 호텔리어로 바꾼다, 하지만 고객이 무언가를 문의하면 정말 내 일처럼 해결하도록 노력하는데, 그 일의 종류를 가급적이면 디지털 경험, 액티비티 프로그램 등과 관련한 것으로 유도한다. "와이파이 비번이 뭐죠? 수건좀 더 갖다주세요. 수영장 어디에요?" 등등 이런 자질구레한 질문은 하지 않게끔 만든다.


우리에게 질문하면 좋겠다고 생각되는 것들 :  

"테이크 호텔의 철학이 뭔가요?"

"지역사회에는 어떻게 기여하시나요?"

"이번 상품을 기획하신 취지는 무엇인지요?"

"앞으로 테이크 호텔은 공동체에 어떤 상징으로 진화하고 싶으신가요?"

"이번 컬래버레이션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손님이 하는 질문의 격을 이 정도로 올리려면, 오피스 크리에이터 그룹은 어떻게 일해야할까? 공동체를 위해 무엇을 고민하고, 사람이 해왔던 무의미한 반복업무를 어떻게 극복해야할까? 아마 계속 따라다닐 화두가 아닐까 싶다.


모든 자질구레한 것은 '외부 고객(우리 외부의 모든 고객들)'이 매우 쉬운 방식으로 알아서 챙길 수 있도록 한다. '외부 고객'이 자기 잘못을 인지하고 사태를 수습하고자 할 때, 따뜻하게 손을 내미는 동료들의 모습을 그려본다. 그리고 호텔리어들을 더이상 '서빙'을 하는 서비스 퍼슨이 아니라, 고객 경험을 완성해나가는 디지털 전문가의 모습으로 포지션하고 싶다.


디지털 담론에 익숙하고, 젊고 개성이 넘치며, 타자에 연민을 느낄 줄 아는 사람. 그리고 각자의 파트에서 전문성을 십분 발휘할 줄 아는 일에 미친 힙한 사람들. 워라밸 등의 올드한 담론을 가볍게 무시할 줄 아는 진짜 전문가들. 호텔을 자기 개인 호텔로 여기고 자기 이름을 내건 상품을 기획할 줄 아는 사람들. 우리가 원하는 동료의 모습이다.  


나이도 상관없고, 굳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나 역시 학력을 무시하고 채용해보니, 가장 기본적인 매너와 예의가 갖춰지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오랜 학교공동체의 경험이 필수는 아니지만, 타자를 대하는 따뜻한 시선과 기본 교양, 매너, 예의 범절, 최소한의 글쓰기 실력, 조리있게 말하는 역량 등은 필수다. 경청의 능력도 마찬가지. 사람들은 이런 걸 이론적으로 당연하다고 알고 있으니 실천과 내재화는 다른 문제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꼰대'라며 듣지 않으려 한다. 그런 친구들을 보면, 벌써부터 경청의 자세가 안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아무리 크리에이티브하고 매력적인 캐릭터라도 이런 기본적인 자질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우리와 일할 수 없다. 일단 나랑 일하기는 곤란하다.




우린 '호텔'이 아니라 '마케팅 회사'

인센티브의 문제. 자기 이름을 건 상품을 기획할 기회를 주고, 그 기획이 통하면 달성한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도 있다. 사실 인센티브가 주는 한계는 명확하다. 인센을 위해 일을 하게끔 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필요하다면 인센티브제도 진행해야할 수도. 목표를 공유하고 자아실현을 독려하기 위해, 제시되는 여러 가지 사유 가운데, 돈처럼 후진 것은 없다. 오래 가지 않을 뿐더러, 본말이 전도되고, 때론 협업을 망치기도 한다. 하지만, 보상 시스템은 명확해야 한다. 그래야 일과 사유의 건전한 '경로'가 설정된다.


생각이 여기까지 오면, 우린 '호텔이 아니라 마케팅 회사'에 가깝게 포지셔닝될 것이다. 실제로 우리가 지향하는 점도 그러하다.



크리에이티브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을 용인하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철학하는 리더를 모신다는 게 행운이다. 하지만, 생각과 철학을 뒷받침하는 건 그럴 수 있는 '여유'다. 시간의 확보다. 내외부 고객의 경험을 완성하고자 하는 즐거운 지적 활동에는 아이디어 필터링 단계가 되기 전까지 '제동'이 걸리지 말아야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생각도 하지 않았는데, '그런 생각을 왜 하느냐'고 묻는 질문들이 언제나 존재한다. 모두 예산 때문이다. 그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핵심은 ROI적 사고를 벗어나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예산 집행 부서 역시 이런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이다. 셈법의 논리만 강조하는 부서들과 많은 대화를 나눠보면, 그들에게 브랜드적 사고와 마케팅 상상력을 심어주는 게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 끊임없는 회의의 소집. 이미 성공한 케이스를 제시하면, 그건 너무 거리감이 느껴져서 설득이 안되고, 근거리에 있는 브랜드들을 이야기하면 우리와는 다르다는 입장. 그런 경험을 적잖이 해봤다. 이번에는 설득 포인트를 잘 잡아야 할텐데... 설득 문서를 만들어야 한다. 중학생을 설득하듯. 매우 쉽고, 경험주의적으로! 그들이 좋아하는 숫자의 논리로!




*다른 호텔들과 달리, 크리에이티브그룹을 별도로 신설하여 운영하려고 합니다. 크리에이티브그룹은 대략 20명 정도 될 것 같습니다. 무슨 일을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논의가 필요한데요. 새로운 매력적인 플레이스를 만드는 일에 관심 있으신 모든 분들은 서슴없이 연락주세요. 조만간 테이크 호텔 소개와 채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토크 시간을 마련할 생각입니다.  새로운 커리어를 시작하고 싶으신 분들은 질문주시고, 계속 지켜봐주세요. 원하시면 호텔 공사 현장 안내도 드리겠습니다


페북 댓글로도 질문 받습니다.

제, 호텔 이메일 계정입니다.

alive@take-ho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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