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및 브랜드의 로고를 디자인하면서 터득한 방법
안녕하세요. 통합 브랜드 디자인 전문 회사 레이어(lllayer) 대표 김주황입니다.
디자인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이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되는 것은 바로 "창의력"입니다.
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으며, 디자인 회사를 찾아오는 고객들을 모두 이 창의력을 기대합니다. 과연 디자이너들을 태어날 때부터 창의적인 사람이었을까요? 아닙니다. 물론 그런 분도 계시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아니었습니다.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면서 수년간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기 위해 연구하고 훈련하였습니다. 제 경험으로 미루어 보았을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방법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간의 경험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많이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사람들은 특별한 무언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른 사람과 다른 무언가를 갖고 있는 사람만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본인도 그렇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그 순간은 번뜩이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그 '번뜩이는 순간'이 있기까지는 내가 인지하지 못하는 과정의 순간들이 존재합니다. 어떤 순간들을 거쳐야 그 '번뜩이는 순간'이 오는지 알 수 있다면, 그것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방법이 될 수 있겠죠?
'번뜩이는 순간'은 아이디어를 이성적으로 생각해내려고 할 때 찾아오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뇌를 풀가동하다가 잠시 멈추었을 때, 그 순간이 찾아오곤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아래 상황에서 종종 '번뜩이는 순간'을 만나곤 합니다.
-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까지 생각하다가 지쳐서 잠깐 쉴 때
-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을 잊고 산책을 할 때
-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리다가 졸려서 잠이 들려고 할 때
- 모든 것을 다 잊고 샤워를 할 때
에디슨은 그 순간을 알고 의도적으로 '번뜩이는 순간'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아 힘들 때면 조그마한 어두운 방에 들어갑니다. 손에는 쇠구들을 들고, 그 손 밑에는 쇠로 된 세숫대야를 놓고 편안하게 바닥에 앉습니다. 침대도 아니고 의자도 아닌 바닥에 앉아서 잠을 자려고 시도를 합니다. 그러다 잠에 들어서 손에 힘이 풀리면 손에 있던 쇠구슬은 쇠 세숫대야에 떨어지면서 큰 소리를 내게 될 테고, 그 "쨍그랑"소리에 깜짝 놀라 잠에서 깰 때 거의 99%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참고 : 광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황보현 님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에 대한 영상)
그 '번뜩이는 순간'에 동일하게 자극이 되는 뇌의 부의가 있습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의 뇌 오른쪽 귀 바로 위쪽에 전측 상 측두회(anterior superior temporal gyrus(aSTG)가 깨달음을 얻기 전 몇 초동안 유난히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 뇌가 정확히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이곳은 보통 산책을 할 때, 자전거를 탈 때, 잠이 잘 안 와서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등 '멍 때릴 때' 활성화된다는 것입니다. (그곳을 자극한다고 해서 창의력이 올라가는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동안은 완전히 몰입을 한 상태에서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연구 결과가 나온 후 추가적으로 알게 된 것은 완전히 비 몰입을 했을 때. 즉 뇌 전체가 아무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할 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뇌과학자 정재승 박사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뇌의 어디에서 나오는가에 대한 영상)
위 2가지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마치 일부러 자고, 일부러 멍을 때리면 '번뜩이는 순간'을 만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물론, 아닙니다. 그 앞이 더 중요합니다.
https://youtu.be/ixfXGcuINx4 영상이 안보인다면 좌측 링크를 눌러주세요
위 영상은 장기하의 '그렇고 그런 사이'의 뮤직비디오입니다. 뮤직비디오에 손가락만 나오는데 노래의 분위기나 가사와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그 당시 꽤 화제가 됐었죠.
기자가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런 특별한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나요?"
장기하 왈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것을 시도합니다."
(정확히 저 문장이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 하네요. 하지만, 의미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바로 힌트가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이죠.
예를 들면 내가 세상에 없던 핸드폰을 디자인해보겠다고 가정해볼게요. 핸드폰이 이래도 되나 싶은 정도의 아이디어들을 내봅니다. 핸드폰이 집 열쇠가 될 수 있게 만들어볼까? 핸드폰에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를 붙여볼까? 핸드폰이 작지 않고 가방처럼 커서 매고 다녀볼까? 정말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죠. 더 가봅시다. 핸드폰을 그냥 볼펜 만하게 만들어볼까? 핸드폰을 내 손에 심어볼까?
끊임없이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연결시켜봐야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핸드폰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이래도 되나 싶은 아이디어'들을 계속 내 봅니다.
더 이상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아이디어를 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리고 스케치해보고, 글로 써보고 계속 나열해봐야 합니다. 머릿속으로만 생각하고 기록하지 않으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립니다.
처음에는 말이 되는 것부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아이디어, 이래도 되나 싶은 아이디어를 내봅니다. (보통 말이 되는 것은 이미 존재하거나, 누구나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인 경우가 많죠.) 그렇게 더 이상 아이디어가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때까지 가봐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에디슨이 썼던 순간을 만나야 합니다.
타이틀에 '멍 때림'이라고 적었는데요, 아래 상황들을 만들어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에 대한 생각을 잊어보는 것입니다. (비 몰입 상태)
- 산책하기
- 샤워하기
- 약간 불편한 자세로 자려고 노력하기 (침대에 누워서 숙면을 취하는 것은 안됨)
- 버스 타고 먼산 바라보기
이 방법을 통해 로고 디자인을 했던 사례를 보여드릴게요.
SEOULVISION(서울비전)이라는 회사의 리브랜딩 프로젝트였는데, 변경될 이름은 vision(비전)이었습니다. 이름만 변경되는 것이 아니라 CI(기업 아이덴티티)를 새롭게 잡아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업력 30년의 영상회사 vision의 CI 리뉴얼 사례 보러 가기)
저는 먼저 vision이라는 이름에 집중해봅니다. 가장 처음에 떠오르는 방법이죠. vision의 뜻은 눈, 시야라는 것이 있습니다.
vision이라는 글자 안에 O에 눈을 그려 넣어보기도 하고, vision의 V를 활용해서 심벌을 만들어보기도 합니다. vision의 소문자 i 두 개를 연결해서 라인으로 만들어보기도 하고, 그렇게 형태적인 것에 바로 떠오르는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내봅니다. (위 이미지 보다도 훨씬 많은 아이디어들을 쏟아냅니다. 혼자가 아니라 팀이라면 더욱 다양한 방향들이 나올 수 있겠죠)
vision과 텔레비전을 연결해봅니다. vision과 사람을 합쳐보기도 합니다. vision과 카메라를 합쳐보기도 하고요. 여기서 관련이 없다는 것은 기업과 전혀 관련이 없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vision이라는 텍스트나 이미지와 관련이 없는 새로운 것들을 연결해본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은 텔레비전, 사람, 카메라 등은 기업의 철학이나 비전에서 힌트를 얻어서 활용합니다.
아쉽게도 이런 과정의 반복 없이는 '번뜩이는 순간'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다양하게 시도를 해도 맘에 드는 아이디어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뭔가 뻔하고, 뭔가 복잡하고, 뭔가 의미가 맞지 않고 등등.. 이제 슬슬 지쳐 갑니다. 이때 '멍 때림'의 순간으로 나를 몰아넣어 봅니다.
일단,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지금 하던 프로젝트를 잊고 멍 때릴 수 있는 행동을 합니다. 산책을 하거나, 샤워를 하거나, 잠을 자거나 등등 의도적으로 뇌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상태를 만듭니다.
그러다 또다시 아이디어를 내봅니다. 기존의 했던 것들 다시 한번 훑어봅니다. 기존에 냈던 아이디어들과 중복되지 않는 아이디어를 또 내봅니다. 그러다 또 멍을 때려봅니다. 이런 행동들을 반복합니다. 그러다 '번뜩이는 순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vision이라는 스펠링에 있는 의 두 개의 'i'의 점에 '공간'이라는 의미를 담아서, 살짝만 비틀어보면 어떨까? 이 회사는 30년 동안 TV 위주의 평면 화면에서만 볼 수 있는 영상을 제작하다가 리브랜딩을 하면서 VR 같은 3차원 영상 제작으로 분야를 확장하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2D 평면 → 3D 입체)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스케치 혹은 메모, 아니면 바로 그래픽 작업을 하여 기록해 두고 발전시켜 나갑니다. 그렇게 위의 시안이 나오게 되었고, 클라이언트의 선택을 받게 되었습니다.
1. 가장 먼저 떠오르는 아이디어들 스케치해보기
2. 시각적으로 더 이상 아이디어가 안 나올 때 상관없는 다른 것들을 조합하기
3. 그것들로도 한계가 도달했을 때는 잠시 멈추고 아이디어 생각을 덮어두기
4. 멍 때릴 수 있는 환경으로 나를 밀어 넣기
5. 번뜩이는 순간을 만나면 아이디어를 붙잡기
흠..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요?? 물론, 위 프로세스를 통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하루가 걸릴지 일주일이 걸릴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상관없는 것의 조합 → 수많은 시도 → 멍 때림]의 반복이라는 것입니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위 내용을 영상으로도 제작해봤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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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만드는 남자 | 김주황
lllayer(레이어) CEO & Creative Dire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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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경험을 설계하고, 고객과의 접점을 디자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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