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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hoomoon Sep 03. 2024

과거의 유령

부부싸움에서 왜 과거의 잘못이 반복되는가

 부부싸움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서 종종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결혼 생활의 다양한 스트레스와 일상의 작은 갈등은 때때로 불꽃을 일으키고, 이로 인해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하지만 이런 싸움에서 특히 힘든 것은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고 과거의 잘못을 반복해서 꺼내며 싸움의 방향이 예상치 못한 곳으로 흘러가는 경우다. 왜 우리는 현재의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걸까? 그리고 그로 인해 싸움이 본질을 잃고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는 걸까?


 부부싸움에서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것은 흔히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서 발생한다.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이 현재의 갈등을 일으킬 때, 그와 비슷한 과거의 상처가 떠오르며 감정이 격해지기 쉽다. 이는 일종의 방어 기제로, 상대방을 공격함으로써 자신의 감정을 보호하려는 심리에서 비롯된다. 예를 들어, 현재의 문제는 단순한 약속을 어긴 것에 불과할 수 있지만, 과거에 반복적으로 느꼈던 실망감이나 배신감이 떠오르면 그 약속의 파괴는 단순히 현재의 일이 아니라 지속된 문제로 느껴진다. 따라서 현재의 문제를 논의하는 대신 과거의 상처들을 꺼내게 되고, 싸움은 점점 더 깊고 복잡해진다.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에게 이해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상대방이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태도가 진정성 없게 느껴질 때, 과거의 잘못을 꺼내며 “너는 항상 이랬다”는 식으로 말하게 된다. 이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고통을 이해시키고, 현재의 문제만이 아니라 그동안 축적된 감정의 무게를 느끼게 하고자 하는 시도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대개 역효과를 낳는다. 상대방은 이해보다는 방어적으로 대응하게 되고, 싸움은 감정적인 고조 상태로 치닫게 된다. 결국, 부부는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보다 과거의 잘못을 지적하며 상대방을 공격하는 상황으로 변질된다.


 이러한 싸움의 패턴은 부부 관계에 지속적인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싸움의 방향이 엉뚱하게 흘러갈수록, 현재의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쌓이게 된다. 부부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와 감정을 안고 생활하게 되고, 이는 다음 싸움에서 다시 폭발할 가능성을 높인다. 이렇게 되면 부부는 서로에게 쌓인 감정을 해소하지 못한 채, 반복적으로 과거를 소환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싸움의 본질은 더 복잡해지고, 문제 해결은 점점 더 어려워진다.


 부부싸움에서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것을 피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먼저, 현재의 문제에 집중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과거의 잘못이 현재의 상황과 관련이 있더라도, 그 당시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상황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현재의 갈등이 일어난 이유와 그에 대한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하며, 과거의 잘못을 끄집어내는 것을 자제하는 노력이 중요하다.


 또한,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부싸움에서 승패를 가리기보다, 서로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감정적인 반응 대신,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고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과거의 잘못이 아닌 현재의 감정과 상황에 집중함으로써 갈등을 보다 건설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감정적인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한 시간을 갖는 것도 유익하다. 화가 나거나 감정이 격해졌을 때는 잠시 멈추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부부는 냉정한 상태에서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수 있다.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 모여 부부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더 건강한 싸움을 이끌어낼 수 있다.


 결국, 부부싸움은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그 싸움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과거의 잘못을 반복적으로 끄집어내어 싸움을 더 복잡하게 만들기보다는,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이를 통해 부부는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갈 수 있으며, 싸움조차도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부부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가짐을 유지한다면, 과거의 유령은 더 이상 싸움의 장애물이 아닌, 함께 극복해 나갈 수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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