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일요일 아침, 아이들이 나를 깨우며 말했다. “아빠, 오늘은 우리 공원 가요!”
공원에서 아이들과 뛰놀다가, 딸아이가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아빠, 우리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어때?”
“이야기? 어떤 이야기?”
“우리가 가족이라서 겪는 재미난 일들!”
딸아이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아이디어는 아이들 다운 단순함에서 출발했지만, 그 안에는 순수한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날 저녁부터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아이들이 기억하는 가족의 소소한 순간들을 모아 한 장 한 장 채워갔다.
딸아이는 이야기를 적고, 아들은 그림을 그렸다. 내가 쓴 초안에 아이들은 제멋대로 상상력을 더했다. 때로는 “아빠, 여긴 이렇게 해야 더 재밌어요!”라며 고쳐달라고도 했다. 우리의 이야기는 그렇게 만들어졌다.
몇 주가 지나고, 한 권의 작은 책이 완성되었다. 표지는 아이들의 그림으로 꾸며졌고, 내용은 어설프지만 가족만의 정이 담긴 이야기였다.
책이 완성된 날, 아이들은 책을 들고 나에게 말했다. “아빠, 우리 이 책 영원히 간직하자. 우리가 할아버지 할머니가 됐을 때도!” 그 말에 나는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책장을 넘기며 나는 깨달았다. 이 작은 책이 담고 있는 건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라 가족의 추억, 그리고 함께한 시간이었다. 아이들의 웃음과 사랑, 그리고 나를 아빠로 만들어준 그 순간들.
그날 밤, 나는 혼자 책을 다시 펼쳐 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래, 아빠는 매일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 내가 이 가족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 이렇게나 벅차오를 줄은 몰랐다. 내가 짊어진 어깨의 무게는 힘들지만, 그것이야말로 나를 살아가게 하는 이유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들 손으로 만들어진 이 작은 책 한 권, 그 안에 담긴 사랑은 내 어깨를 가장 가볍게 만들어주는 가장 큰 선물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