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파면되었다. 정치사적으로 유례없는 큰 전환점이다. 이는 단순한 한 정치인의 퇴장이 아니라, 헌정 질서를 훼손한 권력에 대한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며, 민주주의 회복의 첫걸음이다.
헌법에 따라 대통령 궐위 시 60일 이내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는 이제 곧 현실이 된다. 정치권은 물론 국민 모두에게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 후보를 선택하고, 정권의 방향을 다시 정비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가 놓여 있다.
이러한 정치적 격랑 속에서 자연스레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도 달아오르고 있다. 당장 정치권 안팎에서는 2018년 지방선거를 떠올린다.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형성된 촛불민심이 거센 바람이 되어 민주당의 압승을 이끌었다.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각지에서 민주당의 깃발이 휘날렸고, 울산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이번에도 그와 비슷한 ‘정권 심판’ 흐름이 형성되는 것은 사실이다. 윤 대통령의 파면은 국민의 준엄한 심판이고, 이는 곧 보수정권에 대한 전반적인 회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60일 내 치러질 조기 대선은 이러한 민심의 방향을 확인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동시에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모든 정당에게는 민심을 읽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그러나 우리는 2018년을 되돌아보며 분명한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그때도 ‘바람’은 불었고, 민주당은 그 바람을 타고 전국의 지방정부를 대거 차지했다. 하지만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이었는가. 일부 지역에선 책임감 없는 공천, 변화 없는 행정, 성과보다 이미지에 의존한 정치가 비판을 받았다. 결국 바람이 잠잠해지자, 민심은 다시 떠나갔다.
이번에도 같은 실수를 반복해선 안 된다.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사태 속에서도, 민주당이 해야 할 일은 ‘바람’을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뿌리’를 내리는 일이다. 60일 내 대선에서는 명확한 비전과 책임 있는 후보를 내세우고, 내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 곳곳에서 진짜 실력을 갖춘 인물들을 발굴해야 한다. 공천 과정에서 민주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며, 지방정부를 단순한 정치적 요새가 아닌 민생의 최전선으로 만들어야 한다.
정권 심판의 바람은 잠시일 수 있다. 그러나 그 바람 속에서도 꿋꿋이 자리를 지킬 수 있는 나무는, 깊은 뿌리를 가진 나무뿐이다. 민주당은 바람의 정당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뿌리의 정당으로 거듭나야 한다.
60일 뒤, 그리고 1년 뒤. 두 개의 중대한 선거를 마주하게 된다. 바람이 아니라 뿌리로, 흘러가는 민심이 아니라 지켜내는 신뢰로 나아가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