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지역주의를 넘을 때
제21대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높은 투표율, 팽팽한 경쟁, 그리고 치열한 정책 논쟁 속에서 국민의 선택은 분명했다. 하지만 결과 지도를 펼쳐보는 순간, 다시금 익숙한 패턴이 눈앞에 펼쳐졌다. 동쪽과 서쪽, 파란색과 붉은색이 뚜렷하게 갈린 채로 말이다.
우리는 또다시 지역주의의 벽 앞에 서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수도권과 호남은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에게, 영남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에게 확고한 지지를 보냈다. 선거를 통해 시대의 변화를 논하지만, 정작 투표 지형은 변화하지 않았다. 1987년 직선제 이후 반복된 이 이분법은 이제 낡고 무거운 짐이 되었다.
물론 지역주의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이 아니다. 산업화와 민주화, 보수와 진보가 지역에 따라 상징처럼 새겨진 한국 정치의 구조적 한계다. 그러나 매번 선거 때마다 지역 정서를 자극하며 득표 전략에 이용하는 정당들의 책임 또한 가볍지 않다.
이재명 후보는 고향인 TK지역에서 의미 있는 득표율 상승을 이루었고, 영남권 유세를 집중하며 지역 통합의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의 '동진 전략'을 떠올리게 한다. 김문수 후보 역시 수도권과 중도층을 향한 행보를 강화했지만, 지역 정서의 장벽을 완전히 넘지는 못했다. 여전히 우리는 ‘어디 출신이냐’에 따라 정치적 선택이 예측되는 나라에 살고 있다.
하지만 희망이 없지는 않다. 이번 선거에서는 20대와 30대의 표심이 지역과 다르게 움직였다는 분석도 있다. 정당이 아닌 인물과 정책, 가치에 주목하는 세대의 부상이 지역주의 극복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이제는 정치권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후보의 출신지를 내세우는 정치가 아닌, 전 국민을 위한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한다. 유권자들 또한 ‘우리가 사는 지역’이 아닌 ‘우리가 바라는 미래’를 기준으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지도 색깔 바꾸기’에 집착하는 정치는 지속될 수 없다. 분열과 낙인을 넘어서는 통합의 정치를 국민은 원하고 있다. 동과 서를 가르는 투표가 아닌, 남과 북,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가 함께 만드는 대한민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