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땡큐 포 오마카세

점심으로 초밥을 먹었다.

생에 두 번째 오마카세였다.


블로그 리뷰에서는 '울산의 스시를 구하러 온 구원자'라고 했다.

맛있었다.

너무 맛있어서 사진 한 장 남길 겨를도 없었다.


점심시간 한 시간이 꿈같이 지나가서, 참돔도 먹고 참치도 먹었는데 제대로 기억도 안난다.

글을 써야하는데 큰일이다.


왜 일본드라마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보면

꼭 우에노 주리같은 배우가 나와서 눈을 지그시 감고 약간 오버스럽게 흐음~ 하면서 콧소리를 내고,

행복에 겨워서 막 고개를 좌우로 까딱이고 어깨를 흔들고 하지 않는가.


그게 바로 오늘 점심시간의 나였다.

(말꼬리를 길게 늘여 오이시~ 하는 건 너무 상투적이니 생략하자.)


아, 음식 곳곳에서 유자향이 났다.

초밥을 빚고 마지막엔 항상 라임을 살짝 뿌려줬다.

또, 고추의 군더더기 없는 알싸함이 꼭 필요한 순간마다 혓바닥 저 뒤쪽서부터 싸악 올라왔다.


지루하지않은, 재밌는 맛을 내는 초밥의 향연이었다.

과연 구원의 맛답다고 해야할까!


저녁으론 글을 쓴다.

세 번째 글이다.


내 글은 어떤 맛일까.


지금까지로만 보면, 쉽게 말해 뒤죽박죽이다.

첫 번째 글에 브런치 알고리즘은 '맛집'이란 태그를 달아줬다.

엄밀히 맛집에 관한 글은 아니었으나, 나는 곧대로 그걸 달았다.


두 번째 글에는 '수영'이 달렸다.

또, 엄밀히 수영은 아니었으나 나는 또 그걸 달았다.


이번 글은 어떤 태그가 달려 누구의 피드로 향할까.

맛집 글 사이에서, 수영 글 사이에서 바보같은 태그를 달고 있는 내 글을 읽은 독자는 뭐라고 생각할까.


제주산 참돔이 될 마음은 딱히 없고, 구원자가 되고싶은 마음도 없다.


곱게 빚은 초밥들 사이에서 나는 유자향같은 글을 쓰면 소원이 없겠다.

시원한 고추도 좋고.


오늘도 당신의 시간을 맡겨주어 고마워요.

땡큐 포 오마카세!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수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