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와 아들의 첫 프로젝트 '뉴진스 빌리지(New Jeans Village)' 개발은 크게 세단계로 기획하게 되었어요.
민지 캐릭터 → AI 민지 챗 → 게임 월드 내 상호작용의 3단계를 모두 구현해야 했습니다.
< 민지 캐릭터 → AI 민지 챗 → 게임 월드 내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지는 뉴진스빌리지 >
뉴진스 빌리지 기획회의가 끝나자마자, 우리는 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아들은 유니티(Unity)로 캐릭터, 맵 그리고 뉴진스 빌리지의 세계관을 만들기로 했죠. 신기하게도 개발 강좌를 공부한 지 2주밖에 안 됐는데, 벌써 유니티 엔진의 기본기가 다져지는 것 같더라고요. 방황하다가 목표를 확실히 찾아서 그런지 습득 속도도 빠르고 의지가 대단했습니다.
확실히 요즘 친구들은 온라인 강의로 공부하고, 휴대폰 앱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속도가 빠른 것 같습니다. 제가 한참을 보고 따라 해도 진도가 나가지 않았는데, 고딩 아들은 2주 만에 30강을 마스터하고, 예제를 따라 하면서 뉴진스 빌리지를 점차 구현해 나가더라구요. 코딩을 전혀 모르는 '코알못' 상태였지만, 하나하나 GPT에 물어보면서 코드를 복사하고 유니티에 붙여 넣어 캐릭터를 움직이게 만들었죠.
사회경험이 많은 저보다 AI를 목적에 맞게 더 잘다루는 모습을 보니 이제 기성세대의 설자리가 얼마 안남은 것을 느꼈어요. AI의 조언이 언젠가는 부모, 교사, 선배들의 능력을 뛰어넘게 되지 않을까요? 그때를 대비한 우리 아이들 교육은 지금 제대로 되고 있는 건가요? 챗 GPT에 질문하며 해답을 찾아가는 아들을 등을 바라보니 아빠로서 도와줄 수 있는것이 점점 더 줄어들겠구나 하는 생각에 살짝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암튼 아들과 저는 뉴진스 팬심을 폭발시키는 팬게임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했습니다. 게임에서 사용할 민지 캐릭터를 디자인하기 위해 미드저니와 달리-3 같은 AI 이미지 생성 도구를 활용했어요. 우선 민지의 특징을 귀엽고 디테일하게 구현하면서도, 게임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맞는 캐릭터를 만들어 내기 위해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프롬프트를 이리저리 넣어보면서 결과에 따라 다시 수정하기를 여러번 반복했어요.
"민지 캐릭터 완성! 한쪽 귀를 드러낸 청바지와 흰색 티가 딱일 거 같아."
저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AI가 생성해 낸 캐릭터를 화면에 띄웠습니다.
"오~!! 느낌 좋다!!"
아들은 아빠가 만들어낸 캐릭터의 느낌과 디테일이 살아나자, 우리들의 프로젝트가 기분 좋은 첫 스타트를 끊었다고 생각했어요.
< 뉴진스 민지님과 생성형 AI 달리-3로 만든 민지의 도트 캐릭터 >
하지만 기쁨도 잠시...
게임 캐릭터로 사용하려면 기본자세는 물론, 왼쪽, 오른쪽, 위, 아래로 움직이는 세부 프레임이 필요했습니다. 그런데 AI로 아무리 돌려도 쓸 만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았어요. 제가 1주일 넘게 캐릭터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니, 진도가 나가지 않아서 조금씩 피곤해지고 의욕이 살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픽셀아트와 캐릭터 제작에 대해 세부지식이 없었던지라 생성형 AI에만 의지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히 보이더라구요. 저는 고민 끝에 픽셀아트 전문가에게 맡겨보자고 승주와 상의했죠.
아들도 디자인이 우리의 한계라고 느끼며, 외주를 주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검색해 상담을 받아보니, 생각보다 비쌌습니다. 캐릭터 하나당 16만 원이라는 얘기를 듣고 잠시 고민했지만, 결국 오케이 했습니다. 시간이 중요하니, 일단 아빠 용돈으로 투자해서 캐릭터 외주를 주고, 아들은 게임월드 개발에 집중하게 역할을 분담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우리의 첫 캐릭터 디자인에 비용이 발생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디자이너분께 간곡히 부탁드렸어요.
"아들이 대입을 포기하고 만드는 게임이니, 잘 부탁드립니다."
디자이너분은 정말 친절하셨고, 3일 만에 예쁜 캐릭터를 만들어주셨어요. 그대로 게임에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될 정도로, 완성도와 세부 프레임까지 완벽하게 제작되었습니다.
< 디자이너분의 혼이 담긴 민지 도트캐릭터. 귀엽죠? >
이 단순한 캐릭터를 만드는 과정에서 저와 아들은 AI시대를 준비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통찰을 얻게 되었습니다.
첫째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를 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AI 광풍 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기술과 툴을 사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지만, 결국 우리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가 본질이에요. 단순히 도구를 배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도구는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이지, 목표 그 자체가 아니니까요. AI는 강력한 도구일 뿐, 그 도구를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명확한 목표가 없으면 길을 잃기 쉽습니다. 오히려 내용물이 아닌 포장지에만 열광하는 것과 마찬가지인거죠.
둘째, AI가 많은 작업을 대신하더라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는 살아남는다.
AI 툴을 사용해 생성형 이미지로 도트 캐릭터를 만들려 했을 때, 우리는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초기 작업은 간단했지만, 그걸 gif파일(움직이는 사진)로 바꾸고 상품화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는 여전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죠. 그래서 전문 디자이너분께 게임캐릭터를 의뢰를 할 수 밖에 없었어요. AI가 70~80% 수준의 결과물을 빠르게 제공하더라도,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로 만들기 위해서는 사람의 손길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AI가 줄여주는 작업량은 분명 크지만, 결국 전문가의 섬세함이 최종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죠.
이 과정에서 승주와 저는 상위 30%의 전문가만이 미래에 살아남을 것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달았습니다. 나머지 70%는 AI에 의해 대체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죠. 그리고 AI 시대에 중요한 것은 단순히 도구를 다루는 능력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 도구를 활용해 우리의 전문성과 창의성을 어떻게 표현할지에 달려 있다는 걸 느끼는 경험이었어요.
결국, 앞으로 AI가 지배하는 세상에 대비하기 위한 최종 결론은 명확합니다.
"AI든 뭐든 제대로 하자! 그래야 살아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