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학생들이 어떤 일을 선택할 때,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예를 들어 대학에 가려는 이유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것처럼 말이야. 여러 친구들이 목적 없이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왜 대학을 가야 하는지에 대해 학교에서 충분히 알려주지 않는 게 문제라고 느꼈어.
그리고 내가 나 자신에게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누군가의 칭찬을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서 스스로에게 증명하는 거였어. 게임 개발과 앱 개발을 해왔던 모든 여정이 결국 나 자신에게 도전하고 증명하는 과정이었어. 그 과정에서 모호했던 나의 꿈의 뿌리를 찾고자 했어.
엄마, 아빠는 종종 좋은 머리로 공부를 하면 될거다 라고 했지만, 내가 진짜로 증명하고 싶었던 것은 다른 사람에게가 아니라 나 자신에게였어. 내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왜 개발을 하는지를 내 스스로에게 묻고 답을 찾는 과정이 중요했어. 단순히 "공부를 왜 해야 하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누군가에게서 찾기보다는, 내 스스로 그 이유를 찾고 깨닫는 게 필요했어.
사실 난 큰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야.
어느 순간부터 개발을 하고 있었고 또 어느 순간부터 그냥 공부를 하고 있었어. 고등학교 2학년 때 아빠와 함께 게임 개발을 시작하면서, 나는 세상에 무언가를 만들어 내는 '생산의 수단을 가진자'의 힘을 느꼈어. 그때는 개발이 정말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나의 열정이 이끄는 대로 도전할 수 있었어. 그리고 수능이 100일 남았을 때는 공부를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 그동안 개발을 통해 많은 것을 배웠지만, 이제는 또 다른 도전에 나를 던져보고 싶었던 거야.
만약 게임 개발이나 앱 개발을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이순간에도 계속해서 '공부 대신 개발을 하면 더 나았을까?'라는 막연한 생각에 빠졌을지도 몰라. 하지만 아빠와 함께 실제로 개발을 경험해 보면서 막연한 호기심에서 벗어나, 개발이라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되었어. 그래서 수능 D-100일 부터는 '이제는 정말 공부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야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이미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해봤기 때문에 더 이상 다른 선택에 대한 미련이 없었고, 남은 시간에는 오로지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어.
결국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는 걸 알게 되었어.
개발을 하며 실패도 경험했고, 그것을 통해 나의 부족함을 인식하면서 저는 더 이상 도망치지 않고 수능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맞설 수 있었어. 그때그때 제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마음이 들었고, 그 모든 경험이 쌓여 지금의 나를 만들게 된것 같아.
돌아보면, 아빠와 함께 했던 수많은 밤들이 나를 지금의 나로 만든것 같아. 아빠는 항상 내 곁에서, 아빠이자 동업자, 그리고 사장님으로서 다양한 역할을 해줬어. 우리는 서로 비전을 공유했고, 아빠는 나와 다르게 엄청 적극적인 실행력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어갔지. 때로는 서로의 템포가 너무 달라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아빠의 실행력은 항상 나에게 큰 무기이자 방패막이가 되었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를 해결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다시 일어섰던 그 시간들이 나에게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이야. 이제는 그 자산을 바탕으로 또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가려고 해. 내가 앞으로 걸어갈 길이 어떤 도전일지 모르지만, 나는 이미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도전할 준비가 되어 있어.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는 언제나 아빠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깃들어 있을 거야.
수능을 준비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동안의 모든 도전들로부터 얻은 경험과 단단함이 나에게 큰 힘이 되고 있어. 단순히 수능 점수를 올리기 위한 공부가 아니라, 나자신에게 또 한 번의 도전으로 받아들이면서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어.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이 내 삶에 어떤 흔적을 남길지 기대하고 있어.
이 글을 쓰며 다시 한 번 느껴.
결국 모든 것은 때가 있고, 모든 것이 연결되어 지금의 나를 만들었음을.
그리고 세상의 모든 곳에서 각자의 인생을 위한 도전을 하고 있을 많은 친구들과 동생들에게도 파이팅을 보냅니다.
이번 '아들의 생각'은 그동안 아들과의 대화를 기록해둔 자료들을 모아서 아빠가 정리하였습니다. 2025학년도 대입 수능이 끝나고 나면 아들이 직접 그동안의 여정에 대한 소회와 동생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담아 작성해서 업데이트 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