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45

동이 틀 무렵 1

by 고성프리맨

[주의] 작품의 특성상 잔인한 표현 또는 비속어가 있을 수 있을 수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김시헌은 혜리의 몸으로부터 튕겨 나왔다. 혜리는 그 자리에 죽은 듯 누워 있다.


”안돼. 어떻게 얻은 몸인데!”


철환은 튕겨 나온 김시헌을 바라보며 다시 기도를 읊으며 한 걸음씩 다가간다.


”오지 마라!”


다급하게 외치며 김시헌은 뒷걸음질 치기 시작한다. 그때 누워 있는 홍심을 발견한다.


”가까이 오지 마라! 조금만 더 가까이 오면 돌을 들어 이년의 머리통을 으깨어 놓겠다.”


말과 동시에 김시헌은 힘을 실어 돌을 들어 올리더니 홍심의 머리를 겨눈다.


”알겠으니 멈춰라. 너의 악행도 여기가 끝이다. 이제 그만 원한을 놓아주거라.”

”그만 지껄여라. 네 놈이 뭘 안다고!”


무리하게 힘을 쏟은 백철환도 자리에 주저앉는다. 순간적으로 그 틈을 포착한 김시헌이 들었던 돌을 빠르게 이동시켜 백철환의 머리를 맞춘다.


”으아악!”


돌은 철환의 이마를 뚫고 박힌다. 비명과 함께 철환은 뒤로 넘어진다.


”꼴좋구나. 결국 이렇게 개죽음당할 필자였던 게야.”


멀리서 이 모습을 바라보던 승호는 망연자실했다. 무능력한 본인 때문에 이 모든 일이 생긴 것만 같다. 자리에 주저앉아 믿을 수 없는 눈앞의 현실을 멍하니 지켜본다. 손에 들고 있던 성경이 툭하고 바닥에 떨어진다. 떨어진 성경을 보자 철환이 했던 말이 떠오르며 기도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천지를 내신 전능 천주 성부를 믿으며 그 외아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믿으며 성신을 인하여 강잉하사 동정녀 마리아에게 나심을 믿으며 본디오 빌라도 때에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 묻히심을 믿으며 음간에 내리사 사흘 만에 죽은 자 가운데로 좇아 다시 살으심을 믿으며 하늘에 오르사 전능하신 전능 천주 성부 우편에 좌정하심을 믿으며 저리로 좇아 산 이와 죽은 이를 심판하려 오실 줄을 믿나이다 나 성신을 믿으며 모든 성도의 상통함을 믿으며 죄 사함을 믿으며 육신이 다시 삶을 믿으며 영원히 삶을 믿나이다 아멘”


무슨 이유에선지 사도신경이 떠올랐다. 승호는 계속해서 기도를 읊었다. 읊는 힘에 속도가 붙으며 본인도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빠져들어간다. 점점 세상과 단절되며 본인의 깊은 심연 속으로 들어간다. 그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심연이다. 끝없이 침전하고 침전한다.


’여기는 어디지? 죽은 건가?’


”왜 너는 너의 두려움에서 도망치려 하느냐?”

”누구십니까?”

”나는 스스로 존재한다. 태초에도 있었고 현재에도 있고 미래에도 있는 존재이다. 그리고 너의 두려움을 알고 있는 자이니라. 그리고 너의 고통을 아는 자이니라.”

”어찌하여 저를 고통 속에 있게 하십니까?”

”모든 마음은 너의 생각이니라. 어찌하여 눈앞의 고통을 바라만 보고 있는 것인가?”

”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 그저 바라보는 게 전부일뿐. 제가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너는 나를 믿고 올라가라. 어둠을 몰아내고 빛을 맞이하거라. 네 손에 나의 권능을 부여하니 너의 외침이 악을 물리칠 것이니라. 나의 아들이여. 나의 사랑이여.”

”하지만 저는 여전히 나약한 인간일 뿐입니다. 제겐 여전히 아무 힘이 없습니다. 제 자신을 믿지 못하겠습니다.”

”마음이 강퍅한 자여. 믿을지어다. 가서 나의 권능을 행사하거라. 그리고 나를 찾아오너라. 나의 아들이여. 나의 사랑이여. 나를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환상처럼 느껴지는 대화 속에 승호는 알 수 없었다. 현실과 환상이 결합되어 죽음과 삶은 부차적인 것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어두운 심연 속에서 빛이 보이더니 다친 홍심과 철환 그리고 혜리가 보인다. 악귀 김시헌의 모습도 보인다. 김시헌은 다른 돌을 들어 철환의 몸을 내리찍고 있다. 눈에서 순간 불이 번쩍하는 느낌이 든다.


”저를 보내주십시오!”

”나를 찾아오너라 나의 아들. 나의 사랑.”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지며 몸이 떠오르는 기분이 든다. 눈을 떴을 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상태였다. 어디서 솟아난 자신감인지 모르겠지만 승호는 몸을 일으켜 김시헌에게 다가가기 시작한다. 한 손에는 성경을 들었고 입으로는 기도를 하고 있다. 성경에 푸른빛이 감돈다. 김시헌은 철환을 으깨어 버리려는 듯 반복적으로 돌을 들었다 놓기를 반복한다. 철환의 몸은 이미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로 변했다.


”그.. 그만.. 그냥 죽여줘.”


철환의 부탁에도 김시헌은 아랑곳하지 않고 반복한다. 원래 오랫동안 그 일을 해온 것처럼. 깨어난 승호는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자 이가 갈렸다. 마음에서 나오는 기도를 입으로 읊으며 빠르게 걸음을 옮겨간다. 이젠 푸른빛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한다. 푸른빛이 점점 강해져 바라보면 눈이 시릴 정도로 하얀빛이 될 때쯤 김시헌도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돌아본다.


”약해빠진 인간 놈 주제에 시답잖은 짓이나 하고 있구나.”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평범한 빛이 아님을 온몸으로 느끼는 김시헌이다. 저 빛을 정통으로 맞는다면 어떻게 될지 장담을 못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떻게 저런 능력을 내뿜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능력이 생길 수 있나? 분명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놈이었는데. 잠재력이 있었을진 모르겠지만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다.’


겨우 김시헌에게서 풀려난 철환은 쿨럭거리며 피를 토하고 있다. 죽음이 가까웠음을 느낀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승호를 바라보며 희미한 미소를 띤다.


’내가 죽더라도 걱정이 없겠다. 보호해 준다 해 놓고 이 꼴이라니.’


마지막으로 백철환은 온몸의 힘을 한곳에 집중시키기 시작했다. 승호를 어떻게든 도와야겠다는 생각이다. 마음속으로부터 시작된 기도 그리고 살아생전 행했던 안수와 기도의 현장이 떠올랐다. 죽어가던 몸에 일어났던 기적, 불구가 된 사람을 치유했던 일, 귀신 들린 자의 해방을 도왔던 모든 일이 스쳐 지나간다. 마음속에서 퍼진 기도는 소리가 되어 입으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승호의 기도와 철환의 기도가 어우러지며 승호의 푸른빛은 더욱 짙어진다. 철환의 몸에서도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 빛은 희미해 집중해서 봐야 볼 수 있을 정도였다. 모든 신경을 손에 집중해 떨어진 성경을 집는다. 철환의 기도는 간절하다. 모든 힘을 쏟아 성경에 쏟아붓자 성경이 공중에 떠오르고 챠르륵 넘어가며 외치고 있는 기도문이 있는 페이지가 펼쳐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계시라 이는 하나님이 그에게 주사 반드시 속히 일어날 일들을 그 종들에게 보이시려고 그의 천사를 그 종 요한에게 보내어 알게 하신 것이라. 요한은 하나님의 말씀과 예수 그리스도의 증거 곧 자기가 본 것을 다 증언하였느니라. 이 예언의 말씀을 읽는 자와 듣는 자와 그 가운데에 기록한 것을 지키는 자는 복이 있나니 때가 가까움이라. 요한은 아시아에 있는 일곱 교회에 편지하노니 이제도 계시고 전에도 계셨고 장차 오실 이와 그의 보좌 앞에 있는 일곱 영과 또 충성된 증인으로 죽은 자들 가운데에서 먼저 나시고 땅의 임금들의 머리가 되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기를 원하노라. 우리를 사랑하사 그의 피로 우리 죄에서 우리를 해방하시고 그의 아버지 하나님을 위하여 우리를 나라와 제사장으로 삼으신 그에게 영광과 능력이 세세토록 있기를 원하노라. 볼지어다 그가 구름을 타고 오시리라 각 사람의 눈이 그를 보겠고 그를 찌른 자들도 볼 것이요 땅에 있는 모든 족속이 그로 말미암아 애곡 하리니 그러하리라. 주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알파와 오메가라 이제도 있고 전에도 있었고 장차 올 자요 전능한 자라 하시더라]


기도가 끝남과 동시에 성경은 김시헌의 등에 날아가 박힌다.


”크악!”


김시헌의 검은 기운에 푸른빛이 파고들어 가 자국을 남긴다. 도망치려고 발버둥 쳤지만 성경의 힘은 그대로 붙들고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푸른빛에 타들어가는 고통을 느끼며 김시헌도 몸부림친다. 하지만 그럴수록 성경은 몸 깊숙이 파고들어와진다. 그 사이 승호도 어느새 김시헌의 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