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환
[주의] 작품의 특성상 비속어가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수로 내용 정리를 덜한 채로 올린 부분이 있어 급하게 수정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재밌게 봐주세요 감사합니다.
성환이는 태어날 때부터 힘이 셌다. 걸음마를 떼기 시작할 즈음 집에 있던 약수가 가득 담긴 물통을 번쩍 들고 옮겼다. 깜짝 놀란 부모님은 일찌감치 운동을 시켜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성환이에게는 두 살 터울 형인 승환이가 있었다. 승환이는 태어날 때부터 몸이 약했다고 한다. 태어났을 때부터 심장에 이상이 있었다. 병원에서는 커가면서 나아질 수도 있으니 지켜보자고 했는데 중학교 2학년이 된 지금은 정기적으로 검진을 가지 않으면 안 될 정도가 돼버렸다.
”성환아. 네 형 심장 안 좋은 거 알지? 혹시나 밖에서 형이 힘들어하면 도와줘야 해 알았지?”
”알아 엄마. 근데 왜 내가 더 어린데 형을 도와야 해? 형은 나 도와주는 것도 없는데.”
볼멘소리로 얘기할 때마다 엄마는 성환이에게 차분히 설명을 한다. 마지못해 알겠다고 하며 집 밖으로 나간다. 낯선 동네에서 하릴없이 놀이터를 걸어 다니고 있었는데 동네 골목에서 형들에 둘러 쌓인 애가 한 명 있었다.
”야! 이 새끼야? 생긴 것도 재수 없네.”
”아 맞아. 진짜 기분 나빠. 그리고 쟤 이상한 헛소리도 한다. 막 귀신같은 거 보이나 봐.”
”귀신은 무슨. 퉤!”
어떤 형 한 명이 침을 뱉는 모습을 보자 성환은 그 애가 가엾게 느껴졌다. 하지만 주먹다짐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저번 학교에서도 못 참고 주먹질해서 전학을 왔으니. 물론 그때는 형을 괴롭히는 놈들 때문이었다.
’못 본체 하자..’
”아 뒤질라고! 야 밟어!”
”악!”
세 명이서 한 명을 때리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쥐었다. 직접 맞는 것도 아닌데 온몸이 부르르 떨렸다.
”어? 쟤 뭐야.”
”야 이리 와봐! 아 어디서 노려보고 있어? 눈을 확?”
”빨리 안 와? 죽을라고.”
’참자.. 또 이사 갈 순 없어.’
”하.. 저 새끼 봐라. 안 와?”
”근데 쟤 누구지? 첨 보는데.”
”몰라. 우리가 간다?”
”야 가자!”
흙으로 더럽혀진 채 연호는 가뿐 숨을 몰아 쉬고 있다. 세 명이 성환을 노려보며 다가간다.
”허.. 야 얘 생각보다 크네?”
”야 눈 안 깔아? 네가 커봤자지. 너 여기 사냐? 우리 몰라? 이 동네에서는 너 도와줄 사람 없다. 쫄았으면 엎드려서 빌어 이씨!”
”말도 안 하고 주먹만 쥐고 있네 하하. 야 어디 때리려고? 쫄보 주제에.”
느닷없이 한 명이 발로 성환의 종아리를 걷어찬다. 지켜보고 있던 성환은 빠르게 뒤로 물러서며 발차기를 피한다.
”와? 설렁설렁했더니 우습게 보네? 넌 뒤졌다. 야 죽여!”
세 명이 동시에 달려들자 어쩔 수 없이 성환은 주먹으로 앞으로 달려오는 한 명을 정면에서 때렸다.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아이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달려오던 힘을 주체 못 하고 그대로 고꾸라진다. 나머지 두 명은 그 모습을 보다 주춤하며 자리에 멈춰 선다.
”형들 그냥 가죠? 저 이러고 싶지 않아요.”
”야 뭐야. 존나 세잖아.”
”쫄지마. 그냥 우연히 한 대 잘못 맞아서 그래. 우리 둘이 덤비면 별거 아니야.”
아무리 말을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 이상하게 똥인지 된장인지 꼭 찍어 먹어야 직성이 풀리는 인간들이 있다. 성환의 앞에 있는 두 명도 결국 어쩔 수 없는 그런 유형의 인간일 뿐이다. 아까보다는 꺾인 기세로 성환을 때리려고 시도했지만 무기력하게 성환의 발차기와 넘기기에 한 명 한 명 쓰러졌다.
”휴.. 또 저질렀네.”
눈앞에서 엄마가 한 소리 할게 상상된다.
’너! 깡패 하려고 그래? 왜 그래! 그러다 사람이라도 죽이면 어쩔 거야. 넌 힘이 세서 함부로 아무나 때리면 안 된단 말이야!’
눈을 질끈 감았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막상 누워 있는 세명을 보니 걱정이 앞선다.
”저.. 저기. 일어나세요. 제가 잘못했어요.”
말을 하며 이상이 없는지 이리저리 흔들어 봤다. 다행히 숨은 쉬고 있다. 처음 맞았던 한 명이 정신을 차리더니 성환의 눈과 마주친다.
”헉! 잘못했어요. 다신 안 까불게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뒤도 안 보고 뛰어간다. 나머지 두 명도 뒤늦게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더니 헐레벌떡 뛰어서 도망쳤다.
”야! 너 눈에 띄지 마라. 다음에 가만 안 둔다.”
도망가는 와중에 한 명이 으름장을 놓는다. 하지만 귀담아듣지 않고 성환은 그래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고.. 고맙다.”
”응?”
”나 연호라고 해. 도와줘서 고마워.”
연호가 악수를 청한다. 물끄러미 손을 바라보며 성환이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냐. 저 형들이 나 때리려고 해서 어쩔 수 없었어. 안 그랬으면 그냥 갔을 거야. 고마워할 필요 없어.”
”그래도. 고마워. 너 때문에 덜 맞았다. 하하. 근데 너 처음 본다? 이사 온 거야?”
”어? 응 이사 왔어.”
”잘 왔어. 난 11살인데 넌?”
”나도 11살.”
”와! 친구네. 친하게 지내자.”
입가에 난 상처와 여기저기 긁힌 상처가 얼굴에 있었지만 연호는 해맑게 웃었다. 환한 미소에 성환도 안심이 되며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졌다.
”그래. 아직 이 동네가 낯설어서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
”악수하자.”
연호가 뻗은 손을 다시 한번 쳐다보다 악수를 나눈다. 연호가 씩 웃자 성환도 같이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