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동 아이들 3

아롱이네

by 고성프리맨

“형님 안에 계세요?”


여러 번 문을 두드려도 안에서는 인기척이 없다.


”아 형님이 이 시간에 오면 된다고 했는데.. 주무시나?”


혹시 몰라 문을 살짝 건드려 보니 열린다. 조심스럽게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데 굉장히 캄캄하다. 1층엔 연탄만 쌓아져 있고 실제로 생활하는 곳은 이층과 삼층이다. 자주 왔던 탓에 학봉은 어색함 없이 이층을 향해 올라가려 한다. 층과 층 사이 계단은 나무로 만들어져 있어 발을 밟으면 삐그덕 소리가 귀를 살짝 거슬리게 만든다.


”저 형님? 학범이에요. 안에 계세요?”


어두움 때문에 살짝 긴장이 돼서 그런가 혼잣말을 하며 올라가 본다. 한발 한발 걸을 때마다 삐걱 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온다. 이층에 도착해 미닫이 문으로 된 방앞에 섰다.


”형님? 형수님? 안에 계세요?”


미닫이 문 앞에서 다시 한번 불러보지만 여전히 인기척이 없다.


”아이 괜히 왔나..”


돌아서려는데 방에서 뭔가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뭐야? 누구 있어요? 아니 잠에서 깨셨으면 말을 하셔야지 정말..”


학범이 미닫이 문을 열며 투덜거린다. 문을 열였을 때 방에 불은 다 꺼져 있어서 여전히 어두운데 구석에 하얀 옷을 입은 긴 머리의 여자가 뒤돌아 누워 있다.


”형수님이세요? 아니 근데 뭔 흰 옷을 입고 있대요. 저 형님이 방문 좀 하라고 해서 왔는데 밖에서 좀 있을까요?”


긴 머리의 여성은 말없이 천천히 일어나 앉는다. 그리고 천천히 학봉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학범의 눈에 여성의 모습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하는데 얼굴이 파란빛에 눈이 하나 빠져서 대롱거리고 있다. 입술은 검정에 가까운 색에 오랜 시간 동안 관리를 안 한 듯 쪼글쪼글해져 있어 사람의 입술로는 보이지 않는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학범의 온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머리가 쭈뼛하게 서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판단을 제대로 내릴 겨를도 없이 입에서 소리가 터져 나온다.


”으아악!”


거친 비명소리를 지르며 날듯이 일층으로 내려오더니 허겁지겁 문을 향해 그대로 돌진한다. 이성적인 판단이 서지 않는지 그대로 문으로 돌진해 달려간다.


”쾅!”


그대로 문이 부서져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다. 학범은 문에 부딪친 아픔도 잊은 채 그대로 줄행랑이다. 근처에 사는 동네사람 몇 명이 문 부서지는 소리에 놀라 집 밖으로 뛰어나온다.


”뭔 일이지?” ”누가 아롱이네 문을 부수고 가버렸네.”

”문은 어떻게 부순 거지. 쾅 소리가 나길래 가스라도 터진 줄 알고 깜짝 놀라 나왔네 허허.”

”아롱이 엄마한테 가서 알려야죠 뭐. 일 끝나려면 멀었는데.”

”그럽시다. 집에 돌아오면 도둑이라도 든 줄 알겠구먼.”


때마침 아롱이 엄마가 둘째를 데리고 집에 오는 중이다.


”아롱 엄마! 잘됐네..”

”안녕하세요.”

”아니 아롱이네 집 문을 누가 박살내고 도망가버렸어.”

”네?”

”안 그래도 가서 알려주려던 참인데. 다롱이 하원했나 보네? 안녕 다롱아.”


아직 어린이집에 다니는 다롱이는 어른들이 낯설고 무서운지 엄마 뒤에 숨어 빼꼼히 얼굴만 바라본다. ”아니 대체 누가 남의 집 대문을 이 지경으로..”

”그러게. 잘 알아봐. 오늘은 어쩐 일로 일찍 집에 왔어?”

”남편이 동네 동생 올 거라고 가서 챙겨주라길래 좀 일찍 왔어요.”


아롱이 엄마는 문득 학범이 왔다가 문을 부수고 간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저 잠깐 가볼 데가 있어요. 문 부서진 거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그래요. 잘 가 다롱아.”


다롱이를 데리고 학범의 집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 모습을 멀뚱히 쳐다보던 동네사람도 집으로 들어간다.




아롱 어머니의 직업은 무속인이다. 처음부터 무속인은 아니었는데 어느 날 신병이 찾아왔고 더 이상 버티기 힘들 정도의 상황이 생겼다. 급기야 아이들까지 이상 증세가 나타나는 거 같아 어쩔 수 없이 신을 모시기로 결정했다. 지금도 이 결정을 잘한 건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진 않는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라고 생각한다.


그때부터였던가 아롱이네 집에서는 이상한 일이 조금씩 생겼다. 이웃 주민중 몇몇이 자꾸 옥상에 이상한 여자가 있다고 하지를 않나. 그나마 잠잠해졌던 남편의 폭력도 요즘 들어 유달리 심해지고 있다. 이게 다 결혼을 잘못해서 그런 거라며 집안에 있는 그릇을 깨고 가전제품을 박살 내기도 했다. 집에 있는 시간이 싫다며 술 마시느라 잘 들어오지도 않기 시작했다.


’설마.. 학범 동생도 뭔가를 본 건가?’


무엇보다 아이들이 걱정이다. 악영향이 애들한테 퍼지는 것만큼은 어떻게든 막고 싶다.


”엄마.. 나 배고픈데? 과자 하나 사주면 안 돼?”

”응? 아 다롱이 배고프구나. 뭐 먹고 싶은데?”

”사줄 거야?”

”그래. 오랜만에 일찍 데려오는데. 슈퍼 들르자.”


엄마의 말에 다롱이가 환하게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