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롱이네
[주의] 작품의 특성상 비속어가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야이 썅년아! 그걸 말이라고 해?”
”아롱 아버지 제발 그만 좀 해요.”
”결혼을 잘못해서 으휴. 너 때문에 집구석 잘 돌아간다!”
아롱 아버지는 낮에 있었던 학범의 이야기를 전해 듣고 애먼 아내에게 화풀이 중이다.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TV도 내던져진 채 브라운관은 깨져 있고 차린 밥상도 엎어져 있다. 아롱이는 다롱이를 얼싸안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이리 와. 너 좀 맞자. 네 년이 귀신을 불러들이는 거야!”
”그.. 그만! 악!”
여기저기 인정사정 보지 않고 발길질을 해댄다. 배를 걷어 차인 아롱이 엄마는 그대로 고꾸라져서 피할 길 없이 얻어맞는다. 아롱이는 그런 아버지가 너무 밉다. 자신의 힘이 부족하고 어린 다롱이만은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그저 노려보기만 하고 있다.
”어쭈? 아롱. 너 눈 뭐냐? 그러다 아빠 한대 치겠는데? 너 이리 와봐.”
”안 돼요. 아롱 아빠. 애들은 때리지 마요. 제발.”
”놔 이씨!”
”엄마 그만 때려요!”
”뭐?”
더 이상 엄마의 매 맞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던 아롱이가 아버지에게 달려든다. 하지만 역부족이다. 기가 찬다는 듯 혀를 끌끌 차더니 그대로 아롱이를 안아서 구석 벽에 던져버린다. 벽에 맞은 아롱이는 비명 소리를 한번 내지르고 아픔과 공포심에 부들거린다. 다롱이는 너무 무서워 울면서 언니에게 다가갔다.
”이놈의 집구석! 아주 내가 미친놈이지? 이 개 같은 것들. 내가 니들만 아니었으면 이러고 살지를 않아 휴.”
말을 마치고 아롱 아버지는 그대로 일층으로 내려가더니 밖으로 나간다. 학범이 부숴놓은 문은 한편에 잘 세워둔 상태다.
”아롱아! 괜찮아? 미안하다.”
”엄마는 괜찮아? 어디 봐바.”
엄마의 얼굴이 부어있다. 어느새 눈도 맞았는지 한쪽 눈은 부어서 잘 움직이지도 않는다. 뒤늦게 찾아온 복통 때문에 엄마는 배를 부여잡는데 그 모습을 보며 자매는 엄마에게 울면서 다가간다.
”엄마 죽으면 안 돼. 우리가 잘할게.”
”너희들 때문이 아니야. 이게 다 엄마 때문이야. 엄마가 무속인이라 네 아빠가 저러는 거야.”
”아냐! 엄마가 무슨 죄가 있어. 아빠 죽어버렸으면 좋겠어! 다른 친구 아빠들은 안 저러는데.”
”무슨 소리니! 그런 소리 함부로 하지 말어. 말에는 힘이 있어. 나쁜 말을 하면 나쁜 기운이 찾아오고 좋은 말을 하면 좋은 기운이 찾아온단다.”
”그래도 난 진심이야. 엄마 맨날 때리잖아. 저런 아빠는 죽어서 사라져 버리는 게 맞아. 그게 맞아.”
아롱이가 악쓰며 얘기하는 모습에 엄마는 말문이 막혔다. 저주받은 생이 딸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거 같아 한숨만 나온다.
아롱이는 출생 신고를 늦게 했다. 11살이지만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다. 출생 신고가 늦어진 이유는 아롱이 아빠 때문이었다. 아롱이 아버지는 수와동에서 유명한 조폭이었다. 떼인 돈을 받으러 다니기도 하고 가게 운영하는 곳에 들어가 아무렇지 않게 협박을 하며 수금을 하기도 했다. 그러다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본인과 엮었다. 아롱이 엄마도 그렇게 만났다. 어느 날 아롱이 엄마가 아빠를 찾아간다.
”저기..”
”뭐야? 왜 왔어.”
”할 말이 있어서요..”
표정을 살펴보니 좋은 얘기는 아닐 거라고 짐작해 인상부터 쓴다.
”나가야 해 나중에 얘기해.”
”지금.. 조금만..”
”아이씨. 뭔데?”
”진정해요. 제가 당신 아이를 가진 거 같아요.”
”내 애?”
고작 하룻밤이었는데 이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싶다.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리더니 매서운 눈으로 아롱 엄마를 쏘아본다.
”이 개 같은 걸레년아. 어디서 이 남자 저 남자 붙어먹더니 내가 만만해 보여서 찾아왔냐?”
”아니에요. 저 만나는 남자 없어요. 처음이었어요.”
”하아. 같잖게 야! 너 나 뭐 하는 사람인지 알지? 웃기지 마. 나 이렇게 돌아다니다 언제 뒤질지 모르는 팔자야. 그리고 어디서 순진한 척이야. 그지 같은 게.”
”말 심하게 하지 말아요. 애가 들어요. 나쁜 말은 나쁜 기운을 불러오..”
”입 닥쳐. 별 거지 같은 게.”
기분이 상한 아롱 아빠는 여자를 남겨 두고 밖으로 나온다. 품에 가지고 있던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다. 한 모금 깊게 빨고 허공에 연기를 길게 뿜어낸다.
”휴우..”
모진 말을 하고 나왔지만 여자가 눈에 밟힌다. 거짓말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본인의 상황 그리고 아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인해 갑갑해졌다.
”좆같네. 좆같은 인생이야 아주.”
목에서부터 가래를 끌어올려 퉤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강하게 내뱉는다. 입을 한번 쓱 닦고 다시 여자가 있는 안으로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