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네
[주의] 작품의 특성상 비속어가 있음을 감안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정호 어머니는 일과를 마무리 짓고 잠자리에 누웠다.
”자요?”
남편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려 불러봤지만 대답이 없다. 아무래도 대답하기 귀찮아서 그러는 거 같긴 하다.
”자나 보네.. 휴.”
”왜 또?”
”안 자면서 맨날 대답도 잘 안 하시네.”
”뭔데?”
”어머님이 나한테 많이 노여워하고 있으시다네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잘한 것도 없잖아.”
”뭐요? 당신 말을 참..”
”굿해야 한대?”
”해원굿이라고 어머님을 좀 달래 드려서 원래 계셔야 하는 곳으로 보내드릴 수 있다고 하네요.”
”옘병. 무당 말을 어찌 믿어.”
”그래도 당신 어머님이잖아요. 풀어드릴 건 풀어드려야..”
”얼마 달라는데?”
”몰라요. 그래서 어떻게 날을 잡아요 말아요?”
”에효 돈만 나가겠네. 해야지 뭐.”
”너무 돈돈 거리지 맙시다.”
갑자기 남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아니 이 여편네가 돈을 벌어 봤어야 그딴 소리를 안 하지! 요즘 가뜩이나 물고기도 잘 안 잡혀서 힘들어 죽겠는데. 염장 지르고 자빠졌어!”
”아이. 미안해요. 애들 자는데 깨요. 내가 잘못했어요.”
”아니 정말. 집안 꼴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원. 쯧.”
”어서 자요.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성질 좀 죽이고.”
”화를 돋우지나 말어. 굿은 알아서 해. 근데 난 참석 안 할 테니 그리 알아. 시끄러운 굿판 보는 것도 지긋지긋해. 돈 아까운 생각에 속만 시끄럽지.”
”알겠어요. 그럼 내가 알아서 잘 잡을 테니 그리 알아요.”
무심하다는 생각을 하며 남편을 잠시 쳐다보다 정이 어머니도 눈을 감았다. 그때 갑자기 밖에서 우당탕 하는 소리가 들려 깜짝 놀라 일어난다.
”여.. 여보! 밖에 무슨 소리가 나요.”
”나도 들었어. 누구야!”
”나와라 이 썅년아! 이 사지를 찢어발겨도 시원찮을 년!”
욕 소리에 화들짝 놀란 부부는 바깥으로 뛰쳐나갔다. 그 자리엔 정호가 눈을 부라리며 마당에 있는 물건을 손에 집어 닥치는 대로 집어던지고 있다. 계속해서 악다구니를 쓰며 욕을 쏟아 내더니 정호 어머니와 눈이 마주치자 살기를 번뜩이며 빠르게 다가와 목을 조른다.
”이년! 이 개 같은 년! 네년이 아니었으면 내가 제명대로 살았을 텐데. 죽어봐라 어디!”
”컥.. 커헉.” ”정호야! 손 놔라!”
아버지의 힘으로 정호의 손을 떼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정호 어머니의 눈이 까뒤집어지며 얼굴에는 혈관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다.
”얘들아! 빨리 나와라 큰일 났어!”
정호의 누나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벌어진 사태를 보고 빠르게 아버지를 도와 정호의 손을 떼어내려 노력한다.
”아니. 왜 이렇게 힘이 센 거야.”
”커헉.. 컥.”
정호 어머니는 어느새 의식을 잃어버렸다. 그때 다른 정호의 누나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몽둥이로 사정없이 정호의 머리를 내리쳤다. 너무 세게 내려친 탓인지 머리에서 피가 철철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정호가 홱하니 누나 쪽으로 노려보다 그대로 고꾸라진다.
”여.. 여보! 정호야!”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정호 아버지와 누나들은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빨리 119에 누가 전화 좀 해라.”
”네!”
’ 어머니? 정말 어머니 짓이에요? 왜 이래요 우리 가족한테.’
아내의 말을 좀 더 들었어야 했는데 하는 자책과 함께 아버지는 마음속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게 계속 원망을 쏟아낸다.
”쿨럭.”
”정호 엄마? 정신이 들어?”
한참 동안 기침을 토해내듯 하던 정호 어머니가 눈을 떴다.
”정호.. 정호는 괜찮아요?”
”으.. 응. 119 불렀으니 가서 치료를 좀 받으면 될 거 같아.”
”웬 치료요?”
”머리가 좀 찢어졌어.”
”네?”
깜짝 놀라 일어나려던 정호 어머니는 다시 터진 기침 때문에 목을 부여잡는다. 강하게 목이 졸린 탓에 이대로 죽나 싶었는데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머리가 왜 찢어진 건지 모르겠는 정호에 대한 걱정이 크다.
”정호를 떼어내기가 힘들었어. 어쩔 수 없이 떼어내려다 머리가 좀 다쳤는데. 휴. 어쩌겠어. 안 그랬으면 당신도 큰일 났을 거야.”
”그래도 조심 좀 하지. 나 좀 일으켜줘요.”
”일어나도 괜찮겠어?”
”네.”
몸을 반쯤 일으켜 세워주자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정호가 보인다. 다친 아들의 모습을 보며 정호 어머니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왔다.
”당신 엄마! 참 못됐다. 못된 사람이야. 죽어서까지 정말.. 그토록 바라시던 손자였는데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시래! 내가 미운 거면 나를 괴롭혀야지!”
정호 어머니가 악을 써가며 돌아가신 시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한가득 쏟아낸다. 문이 열리며 119 구급대원이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