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와동 아이들 14

기도원

by 고성프리맨

오랜만에 집에 들어온 연호의 형 준호는 아무 말 없이 방으로 들어갔다.


”준호 왔니?”

”네.. 저 잘게요.”

”아니 밥은 먹었어? 왜 이렇게 오랜만에 집에 왔니.”

”이따가 먹을게요. 그리고 이거 받으세요.”

”이게 뭐니?”


준호는 설명 없이 방으로 들어가 버린다.


’매정한 녀석. 그나저나 이게 뭐지.’


준호가 건넨 흰색 봉투를 열자 수표로 1,000만 원이 있었다. 할머니는 깜짝 놀라 봉투를 순간 떨어트린다. 준호를 깨워서 물어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보채면 다시 집을 나갈 거 같아 기다리기로 한다.


”할머니! 연호 어디 갔어요?”


준호가 문을 열고 나왔다. 아마도 연호가 쓰는 물품까지 챙겨가서 눈치를 챈 모양이다.


”뭐야. 엄마 왔었어요? 아니.. 진짜.”

”그래 준호야. 진정 좀 하고 들어라.”

”후.. 할머니! 그 여자가 어떤 여잔데 연호를 보내시면 어떡해요.”

”방학 동안만 잠시 데리고 있다 온다더구나. 나도 네 엄마가 밉고 싫지만 모자지간을 어떻게 할 수 없잖니.”

”하아.. 왜 데려갔어요?”

”연호가 좀 특별하잖아. 이번에 고칠 수 있다는구나. 물론 믿진 않아. 근데 네 엄마도 연호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겠지. 둘이 같이 지내고 싶었을 수도 있고. 그래서 보내준 거야.”

”혹시 돈 요구는 안 했죠?”

”그런 얘긴 없었다. 그나저나 이게 무슨 돈이니?”

”일하던 게 있어서 받았어요. 할머니 쓰세요.”

”고맙긴 한데. 너무 큰돈 아니니? 네가 이렇게 큰돈을 어디서 벌어왔어?”

”제가 돕는 분이 있어요. 걱정하지 말고 사용하세요.”


퉁명스럽게 말하지만 준호는 사실 누구보다 할머니를 걱정하고 챙겼다. 할머니는 돈의 출처가 미심쩍지만 일단 내색을 하지 않았다. 준호랑 대화를 할 때 슬쩍 보니 준호의 팔에 흉터가 보인다. 흉터의 크기가 상당히 길쭉한 게 마음에 걸렸다.


”준호야.. 너 팔이 왜 그러니? 많이 다친 거야?”

”별 거 아니에요. 그냥 좀 긁혔어요.”

”무슨 소리야! 어디 좀 봐바.”

”아이 별 거 아니라니까요.”

”너. 혹시 나쁜 짓 하고 다니는 거 아니지?”

”아니니까 그냥 좀 쉴게요. 그리고 연호는 이따 데리러 갈 생각이에요. 혹시 주소 알아요?”

”휴.. 연호를 꼭 데려와야겠니?”

”전 그 여자가 연호한테 엄마 노릇할 자격 없다고 생각해요. 내 동생은 내가 키우면 돼요. 내가 아빠 역할도 하고 형 노릇도 하고 다하면 돼요.”


할머니는 그런 준호가 안쓰러웠다.


”이 녀석아. 너도 네 삶을 살아야지. 검정고시도 다시 치르고 직장도 구하고.”

”내가 할머니 좋아하니까 참는 거예요. 난 괜찮아요. 할머니도 연호도 다 먹여 살릴 수 있어요. 이렇게 사는 거 좋아서 하는 거니까 걱정 마세요. 잠 좀 잘게요. 그리고 돈은 할머니를 위해 쓰세요. 어디 놀러도 좀 다니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알겠어. 그래도 네 엄마 너무 미워하지 마라. 피를 무시할 순 없는 거야.”


준호는 대답 없이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간다. 할머니가 그런 준호를 안쓰럽게 바라봤다.




한편 연호는 기도원 생활이 너무 심심했다. 또래 아이도 없고 마땅히 놀만한 것도 없다. 아침 기도와 찬양 시간이 끝난 후 엄마를 따라 식사를 했다. 식사는 성도들이 직접 만들고 배식하는 구조였다. 어린 연호를 보며 다른 성도들이 반갑게 맞아주고 머리도 쓰다듬는다.


”안녕 연호야. 잠은 잘 잤니?”

”안녕하세요 목사님. 네. 혹시 아침에 아주머니는 괜찮아지셨어요?”

”아주머니.. 아! 그럴 거다. 네가 신경 쓸 필요 없는 일이란다.”

”연호야! 목사님께 그런 걸 왜 물어봐. 죄송해요 목사님.”

”아니에요. 연호는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구나?”

”네.. 사실 목사님한테도 궁금한 게 있긴 한데.”

”정연호! 죄송해요. 바쁘신데..”

”하하 괜찮아요. 연호야 나중에 따로 얘기 한번 나누자. 지금은 좀 일이 있어서.”

”네. 안녕히 가세요. 다른 목사님도 안녕히 가세요.”


목사는 얼굴에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속으로 뜨끔했다.


’확실해. 내 정체를 알고 있어. 위험한 놈인지 따로 좀 살펴봐야겠어.’


”연호 너 진짜.. 아무 말이나 하지 좀 말고. 엄마는 교회에서 해야 할 일이 좀 있어. 혼자 방에 좀 있을래?”

”밖에서 산책해도 돼요?”

”그래. 뭐 놀만한 게 없긴 할 텐데. 기도원 구경이라도 좀 해 그럼.”

”네! 그럼 이따 봐요.”

”놀다가 종소리가 세 번 울리면 다시 강당으로 올 수 있어? 오후 기도 시간이거든. 혹시 중간에 졸리면 방에 가서 잠 좀 자고.”

”네!”


잠시나마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이 생겨 연호는 즐거운 마음으로 산책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