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내게 특별함을 선물해 주는구나.

95 걸음

by 고성프리맨

아직 하루 전이지만 첫째의 생일을 미리 축하해 줬다. 좋아하는 음식을 같이 먹고, 생일축하 노래와 함께 케이크를 나눠 먹으며 또 하나의 기억을 나눠 담았다.


'너에게는 어떤 의미로 남을지 모르겠지만, 내게는 이 또한 기쁨이구나.'


가족으로 만나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짐을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다.




생일에 대해서 크게 기억 남는 순간이 언제였더라?


챙김을 받았던 기억이 있긴 한데 흐릿하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특별하진 않았나 보다.


'설마.. 첫째도 생일에 대해 비슷하게 기억하게 되는 거 아니야?'


갑자기 걱정이 들었다. 나와 달리 아이에겐 뭔가 특별한 기억을 심어줘야 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생겼다.




따지고 보면 1년 중의 하루일 뿐인데. 그 하루가 잊히지 않도록 강렬하게 만들 방법이 있긴 한가?


내 머리로는 한계에 봉착했다. 인위적인 의도가 들어갈수록 점점 별로인 거 같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고민하는 새,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는구나.


'미안해 아들. 올해 생일도 특별하지는 않을 거 같아.'




"뭐 먹을래?"

"아빠가 골라요."

"아니 생일인 사람이 먹고 싶은 거 골라야지."

"집밥 먹을까요?"

"아냐 아냐. 맛있는 거 먹자."

"전 집밥 맛있어요."

"그럼 선택지를 줄게. A와 B 중에 어디서 먹을래?"


참고로 둘 다 돈까스 파는 가게였다. 물론 결은 달라서 A는 옛날 경양식 스타일, B는 일본식 느낌이다. 어디를 고를지는 예상하고 있었다.


"B로 할게요 그럼."

"응. 거기 고를 줄 알았어."


오랜만에 아이가 좋아하는, 그리고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식당으로 향했다. 날씨가 무더운 데다 주말이 겹쳐서 놀러 온 차가 많았다. 도로는 평소보다 막히는 편이었고, 맛집으로 소문난 곳들은 어마어마한 대기가 기다리고 있는 상태. 그래도 다행인 점은 우리가 향하는 음식점은 지역주민들이 더 많이 애용하는 곳이다.


사장님한텐 관광객이 더 많이 와주는 게 좋은 일일 텐데.. 그래도 언제나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이라 상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였다.


뒷 좌석에 앉은 아이들은 어느샌가 잠에 빠졌다. 아침부터 체육활동을 하고 와서인지 진이 빠진 터라 피곤함이 몰려왔나 보다. 옆좌석의 아내도 잠에 빠졌다.


'나도 자고 싶다.'


테슬라의 자율주행이라면 잘 수 있으려나?


"말 같지도 않은 소리‼️ 도로 위의 예비 살인마!"


졸림을 꾹 참고 운전에 집중했다.




"다들 일어나‼️"


도착했다. 차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기지개를 켰다.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깨어난 가족의 모습을 지켜보며 그래도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닷가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사람이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해수욕과 스노클링을 즐기는 사람을 비롯해 캠핑과 차박을 하는 이도 많이 보였다.


"배고파요 아빠."

"응. 가자."


늘 시키던 대로 아이는 카레 돈카츠를 시켰다.


30-40분 정도의 식사 시간을 가진 뒤, 엄청난 포만감이 느껴졌다.


"엄청 배부른데?"

"그러게. 맨날 먹을 때마다 배가 터질 거 같아."


예전엔 가족 수보다 한 개 부족하게 3인분을 시키댔는데, 이제는 4인분을 시킨다. 이럴 때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막내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드디어 한 명 분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음식을 다 먹은 뒤엔 케이크를 사러 갔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원했기에 근처에 있는 BR로 향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짝짝짝-


기념 영상을 남기고, 사진을 찍고, 웃고 떠들며 케이크를 먹었다. 전해의 생일만큼이나 평범했던 큰 아이의 생일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었다.




"아빠‼️ 이번 생일은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너무 즐거웠어요! 너무너무 특별한 생일이라 행복해요."

"으응?? 그랬어?"

"네‼️ 너무 감사해요."


고마운 말을 해주는 녀석 덕분에 마음이 뭉클해졌다. 딱히 특별한 생일을 만들어주지 못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내일 또다시 새로 생일파티를 해줘야겠다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듯.


"하루 앞당겨 생일 파티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해요!"




보통과 다르거나 예외적인 상황을 특별하다고 보는 경우가 많다. 매일매일 중 똑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지만, 익숙함에 속아 특별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되는 거 같다. 평범해 보이는 하루였더라도 지나고 나서 보면 그 어떤 특별했던 순간보다 더 오래 기억이 남기도 한다.


아마도 오늘이 내겐 그런 하루가 되지 않을까 싶다.


특별함을 선사하고 싶었는데, 오히려 네게 특별함을 선물 받아버렸다.


'진심으로 생일 축하해. 아들.'


[언제 읽어줄지 모르겠지만, 사랑하는 아들 후에게 아빠가 메시지를 남겨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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