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 걸음
소설을 쓰면서 생각보다 [죽음]에 대해 쉬이 다룬 경향이 있다.
'어째서일까?'
분명 죽음이라는 것이 주는 무게감이 남다른데, 설마.. '내가 이상한가?'
하지만 내가 쓰는 글 외에도 수많은 작품에서 인간의 죽음이 등장했다 사라지곤 한다. 그들이 전부 (나 포함) 싸패라서 그런 건 아니겠지?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한 번씩의 삶이 주어진다. 물론 단정 지어서는 안 되겠지만 내가 인지하는 세계관에서는 그렇다는 말이다.
누구에게나 소중한 한 번뿐인 삶. 소설 속 등장인물이었다고는 하나 어찌 됐건 죽음이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은 강렬하다.
솔직히 하나 고백하자면.. 글에서 다룬 죽음을 하나의 장치나 분위기 전환의 용도로 사용한 적이 있었다.
아마도 평소처럼 내 글을 읽어주던 아내의 한마디가 있기 전까진, 등장인물의 죽음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본 적도 없던 거 같다.
"오빠. 불쌍해. 왜 맨날 등장인물이 아무렇지도 않게 죽는 거야?"
"응? 그냥.. 소재지 뭐."
"난 좀 아니라고 생각해. 타당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고, 갑자기 이렇게 죽이면 어떻게 해?"
"그.. 런가?"
그때부터 생각해 본 적 없었던 등장인물의 죽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글을 쓰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봉착해 "에라 모르겠다‼️"라며 단칼에 사라지게 만드는 행위를 고민하게 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의미 있는 서술. 내게는 그것이 부족했다.
쓰다가 막히면 언제든 쉽게 바꿔버리는 특권을 남용해 버린 탓일까. (그리고 그 장치가 하필 죽음이라니.) 읽는 사람으로선, 잘 포장되어 있던 도로가 뚝하고 끊기며 절벽이 나타나는 심정이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문제를 인지한 것과 별개로 여전히 어떻게 쓰는 게 좋을지는 모르겠다. 단순 소재로서의 죽음 남용은 아무래도 하지 않을 거 같지만, 또 막상 쓰다 보면 어떨지는 모르는 일.
"한마디 더할게. 아무래도 내가 봤을 때 오빠가 사람 마음을 잘 모르는 거 같아."
"내가??"
"응."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별개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바로 들었다.
글을 쓰면서 등장인물에 크게 몰입하지 않은 채 쓰게 되는 순간이 많았다. 다 쓰고 나서 읽으면 어딘가에서 살고 있을 거 같은 사람처럼 안 느껴진달까?
재미있게 읽었던 소설을 떠올려보면 주인공뿐만 아니라 여러 등장인물에도 몰입했던 경험이 있다. 그들의 삶이 현실성 있게 느껴졌기에 마음속 깊이 받아들이는 데 무리가 없었던 거 같다. 그에 반해 내 소설 속 등장인물은 어딘가 벽이 느껴졌다.
마치 게임이라는 걸 100% 인지한 상태에서 NPC에게 말을 거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인위적인 느낌, 작위성이 강하게 느껴졌다.
나와 달리 다른 작가들은 어떻게 입체적이고 자연스러운 인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걸까..
감히 현재의 내가 단순 상상과 추측만으로 알아내기엔 많은 무리가 따를 거 같다.
여러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소설은 계속 쓸 생각이다. 수많은 책의 장르 중에서 하필이면 [소설]에 꽂히다니.
절대로 만만하게 봐서 도전 중인 건 아니다. 내 상상력의 크기가 남다르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설 쓰기를 하는 이유는 [재미있어서]이다.
정말로 단순하게 순수 재미다. 쓰는 과정은 괴롭기도 하고, 쓴 걸 다시 볼 용기가 나지 않을 때도 많지만, 쓰고 났을 때의 쾌감이 있다.
드물게는 쓰면서도 재밌어서 어쩔 줄 모를 때가 있다. 보통 개그맨이 자기 개그에 스스로 웃기 시작하면 안 된다고도 하던데.. 그런 면으로 보면 위험 신호일지도.
혹시 소설 쓰는 게 감정배출인 거 아닌가 하고 물어볼지도 모르겠다.
"그건 아닙니다."라고 단호히 대답할 수 있다.
내가 느끼기에 소설을 쓰는 건 감정의 배출보다는 쌓는 과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부러 감정을 더 속에 쌓으려 노력하기도 한다. 쌓인 감정을 활용해 하나라도 더 글의 소재로 활용하고 싶어서다.
- 활용과 동시에 감정이 소모되는 거 아닙니까?
그런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그 감정이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마음속에 남아 있다고 느꼈다. 이유는 아직 잘 설명을 못하겠다. 이 부분은 좀 더 솔직하게 혹은 잘 표현할 수 있게 될 때쯤 다뤄보면 좋을 거 같다.
"웬일이지?"
하마터면 마치 작가라도 된 것처럼 착각할 뻔했다. 물론 쓰기로 마음먹고 쓰는 사람을 작가라고 부를 수도 있겠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부터 [아직은 부족해‼️]라고 하는 걸 보니 착각이 맞는 거 같다.
약간의 휴식기를 가져보고 있다.
- 한 게 없어 보이는데 무슨 휴식기요???
...
그냥 스스로 만든 휴식기간이다. 다음 소설을 쓰기 위한 시간을 가진다가 나름의 명분이긴 한데, 솔직히 말하면 그냥 쉬고 있는 시간이다. 정확하게는 소설 쓰기를 쉬고 있는 시간이다.
이것저것 메모는 썼다 지웠다를 반복 중이다. 별거 아닌 내용이더라도 [기록하자.]라고 뇌리를 스치면 일단 메모해 놓는다. 나중에 글쓰기에서 활용할지 안 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모으는 중이다.
그리고 읽고 있다.
다른 작가들의 글을 읽으며 최대한 몰입해 보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몰입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아도 빠져들어서 읽게 되는 글도 상당히 많다.
어쨌거나 휴식 중이다. 그리고 다음 소설을 준비 중이다.
과연 이다음은, 내게 어떤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게 되려나. 기왕이면 재밌게 쓰고 싶은데.
너무 재미있는 소설을 읽을 때면 갑자기 몸이 간질간질하다. 진심으로 나도 이렇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라졌다를 반복한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감정이 차분해진다.
모르겠다. 하지만 계속 그런 마음을 적립해 놓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은 든다. [쓰고 싶어]라는 마음을 계속 적립하다 보면 어느 순간 휴식기를 지나 다시 쓰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담아 미래 시점의 내게 텔레파시를 보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