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남에서 (3)

100 걸음

by 고성프리맨
- 하남의 유래

경기도의 중동부에 위치한 시.

시의 이름인 '하남'은 이름을 지을 당시 백제의 도성으로 알려졌던 하남위례성에서 따온 것이다. 시로 승격하기 전의 지명이 '동부읍'과 '서부면'이라 이름으로 쓰기엔 부적절했기 때문이다. (나무위키)


하남에 오니 문득 생각나는 이가 있었다. 고등학교 시절 온라인으로 알게 돼 지금까지 연을 유지해 오는 동생이 마침 하남에 살고 있기 때문에 주저하지 않고 전화를 걸었다.


"하이~"

-

"나야 잘 지내지. 지금 하남이야. 아니 하남자가 아니라 하남이라고 너 사는데. 여기 오니까 그냥 생각나서."


일하는 동생을 오래 붙잡을 순 없어서 10분 내외의 통화를 끝으로 전화를 끊었다.


당시엔 중학생이었던 녀석도 어느새 한 아이의 아빠가 되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도 둘 다 결혼은 절대로 못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서로의 결혼 소식을 들었을 때 많이 놀랐던 기억이 떠오른다.


여하튼 처음 와 본 동네였지만 동생이 살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내적친밀감이 형성되어 있는지 어색함은 느껴지지 않았다.


원래대로면 나를 포함한 가족 전부가 동물원에 들어갈 생각이었는데 아내의 배려(라고 하고 돈을 아낀다.)로 자유시간을 얻었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 남짓. 일단 근처에 있는 스타필드로 들어가 앉아서 글을 쓸만한 카페를 물색했다. 평일 낮인데도 이미 스타벅스는 꽉 차 있었다.


사람이 많고 소란스러운 곳은 집중이 잘 안 되니 일단 구석지고 인기 없을 만한 카페가 필요했다. 하지만 스타필드 내에 그런 곳이 있으려나?


안내도를 살펴보다 지하에 위치한 카페를 하나 찍었다.


'왠지 없을 거 같아.'


점주에겐 미안한 얘기지만 그냥 나의 똥촉이라고 여겨줬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 기대와 달리 손님은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손님인 내가 맞추는 게 맞지. 그래도 1층의 스타벅스 보다는 확실히 조용해서 집중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오빠? 어디야. 우리 이제 나왔는데."

"아.. 벌써?"


시계를 보니 1시간 30분 정도가 지나 있었다.


"어어. 마무리만 하고 갈게."

"어디로 가있어?"

"차에 먼저 가 있어. 빨리 갈게."


후다닥 정리를 해야 하는데 글의 마무리를 못 지은게 내심 눈에 밟혔다.


'빨리 마무리할까? 할 수 있겠지?'


순간의 선택으로 15분이 지연됐다. 설상가상으로 넓은 공간에서 나갈 입구를 찾지 못해 헤매기까지 했다. 겨우겨우 도착했을 땐 꽤나 시간이 늦어졌다.


"아우‼️ 왜 이제와?"

"미안. 길도 헤매고 정신없더라고. 자 이제 저녁 먹으러 가자!"


다그치기 전에 빨리 주제를 바꿔버렸다.




오랜만에 비좁은 건물 지하 주차장에 주차하려니 힘겨웠다. 낑낑거리며 지하 2층까지 내려가 주차를 겨우 하고 나니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와.. 힘들다. 갈수록 운전실력이 퇴보하냐 어째."


저녁도 감사하게 체험단을 통해 해결하게 되었다.


체험단으로서 입장할 때마다 매번 어색한데, 그 어색함을 뚫고 자리에 착석하기까지 참 길게 느껴지곤 한다. 차마 사장님께 이런저런 얘기를 건넬만한 넉살이 없다 보니 애먼 아이들이나 아내에게 헛소리를 하곤 한다. 보통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도 잘 나지 않고 대체적으로 맥락이랄 게 없는 대화다.


숨 막힐듯한 어색함을 이겨내고 주문을 완료했다. 사장님도 어색한지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고 테이블의 어딘가에 시선을 둔 채 말을 하셨다. 눈을 보고 대화를 하는 게 예의라고는 하나, 이런 어색함이 감도는 상황에선 예의 차리기가 참 어렵네.




"잘 먹었습니다."


무사히 체험단을 마무리하고 바깥으로 나오자 할 일을 끝냈다는 기분 좋은 안도감이 느껴졌다. 사실 체험단은 취미생활이지 일은 아닌데, 뭔가를 끝냈다는 행위 자체가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퇴근 시간과 겹쳐서인지 하남 시내에도 차가 많아졌다.


'톨게이트까지 진입만 하면 돼.'


그 뒤로는 쭉 직진이다.


차가 많은 만큼 확실히 복잡했다. 한때는 복잡함을 당연하게 여겼던 적이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걸 보니 [강원도 고성]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나 보다.


초집중을 해서 밀림 같은 도로를 벗어나 톨게이트에 들어서는 순간 살 것 같았다.




'특별할 것도 없어 보이는데 3편으로 나눠서 쓴다고?'


[남양주->양평->하남]으로 이어지는 당일치기 여행은 딱히 특별해 보이지 않았다. 밥 먹고 차 마시고 경치 한번 본 일상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록을 남겨놓고 싶었다. 뭐라 설명하긴 힘들지만 일상이 주는 감사함이 느껴질 때가 있는데, 지금이 그런 순간이었다. 늘 주어지는 일상이지만, 가족과 함께했다는 기억만으로도 특별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런 나의 바람이 결국 3편까지 이어지는 글을 쓰게 만든 것은 아닐까?


쓰고 나서 다시 읽어보니 특별히 가족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한 것도 아니고, 감상을 길게 써놓지도 않았는데. 여행에 대한 세세한 기록도 아닌 거 같고.


그래도 이 순간을 기억하고 싶었다.


이때의 우리는 그리고 나는 '이랬었구나.'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는 고요함이 깃들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의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들 지친 탓에 잠에 빠져들었다.


가끔씩 느끼는 이 고요함 마저 감사하게 느껴졌다. 내 곁에 있어주는 이들로 인해 추억거리도 생기는구나.


차창 밖은 이미 많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둠을 뚫고 달리며 여행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다른 여행과 일상이 다시 주어지길 바라며 이만 글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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