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ㅎ

104 걸음

by 고성프리맨

히읗 하나만으로도 감정을 전달할 수 있다. [ㅋ]은 웃는 용도에 가깝다면 [ㅎ]은 다소 비아냥 거리거나 어쩔 수 없는 웃음에 가깝게 느껴진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일 뿐,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


글을 쓸 때 별 거 아닌 부분에서 막힐 때가 많다. 얼추 내용은 다 쓴 거 같은데, 굉장히 사소한 부분에서 고민에 고민을 반복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도 혹시 모를 오해를 막고자 거듭 고민을 한다. 물론 그런 의도가 상대방에게 전달되지 않을 확률이 더 높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나름의 배려(?)를 담았다.


보통은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보내는 메시지의 결이 달라지기도 한다. 나보다 윗사람이거나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의 경우에는 좀 더 정중해지려 노력하고, 반대의 경우는 좀 더 편한 문체를 보내려고 했다.


여하튼 어떤 경우든 내용 작성을 다하고 나서 문장을 완성하기 직전, 묘한 아쉬움(?) 같은 게 생기곤 한다.


이대로 마침표를 찍어 보내도 될법한데, 자꾸 뒤에 뭐라도 붙이고 싶은 이 마음.


'ㅋ를 붙일까? ㅎ를 붙일까? ㅋㅋ라고 두 개로 쓸까? 세 개? 아니면 ㅎㅎ? ㅎㅎㅎ??'


쓸데없지만 진지한 고민이 시작됐다. 어떨 때는 이 고민만으로 5분 이상을 넘겨보기도 했다. 누군가 본다면 참 쓸데없는 고민 한다고 할 법한 상황이다.


더 황당한 건 마무리 고민을 하다 보내려던 내용까지 맘에 안 들어 싹 다 지우고 다시 쓰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는 거다.


매번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쌓이면서 혼자 고통받기 시작했다. 아무도 몰라주는 혼자만의 외로운 싸움은 그렇게 시작됐다.


그러다 새로운 해결책을 하나 찾았다.


[ㅋ]도 [ㅎ]도 아닌 새로운 해법은 바로 [이모지 or 이모티콘] 사용하기‼️


이모지에서 웃는 표정을 선택해 문장 뒤에 붙이고 나니 그제야 흡족했다.


'이거지!'


하지만 브런치는 이모지를 지원하지 않았다.. (일부만 지원하고 있으며 특정 OS 환경에서만 보이기도 하는 거 같다. 정확하진 않다. 그럼 왜 씀? 그냥 씀 ...ㅎ)


그렇다면 두 번째 대안인 이모티콘이 기다리신다.


주로 사용하는 이모티콘을 정리해 봤다. 주로 해외에서 많이 사용하는 형태의 것들을 가져다 쓰곤 하는데 종류는 아래와 같다.


:) :D :o :( XD


주로 이런 형태의 것을 가져다 쓰곤 하는데 대부분은 앞에 써놓은 두 개 정도를 사용한다.


"오늘 뭐 알쓸신잡 이런 거예요? 아니 애초에 신비하지도 않은데?"

"...ㅎ"




대체 오늘의 주제가 40대의 삶 중 그 무엇과 맞닿아 있길래 이렇게 쓴단 말인가.

대체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글을 읽고 이상한 고민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인가?


적어도 내겐 유의미한 고민이라고 얘기하고 싶다. 자기만족에 가깝지만 활자로 내용을 전달할 때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치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냥 글을 잘 쓰세요."

"ㅎㅎ"


글자에 마음을 담는 건 참 어렵다. 예전에 재택근무할 때도 많이 느꼈었지만 상대방의 의도와 상관없이 받아들이는 측에서 오해를 한 적이 굉장히 많았다. 그럴 때마다 알 수 없는 앙금 같은 게 켜켜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폭발해 버리기도 한다.


"아니 저XX가 맨날 나한테 명령조로 말하잖아요‼️" (XX로 필터링한 내용이 읽히는 거 같은 기분이 든다면 오해십니다 ㅎ)

"전 그런 적 없는데요? 그냥 필요한 말만 딱 정리해서 말한 게 전부인데요?"


듣다 보면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다. 왜냐하면 애초에 누구도 틀린 말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오해는 직접 대면해서 몇 마디 나누다 보면 쉽게 풀릴 때가 많다.


"아.. 그런 뜻이었음? 오해해서 죄송해요 ㅋ"

"...ㅎ"


표정과 느낌을 정확히 알 수 없는 글의 특성상 신중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그리고 조금 더 친절하게 상대방에게 나의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었는지도 한번 더 물어보면 좋을 거 같고.


"본인이나 잘하세요 ㅎㅎ"

"ㅎㅎㅎ.........."




이런 오해의 순간은 우리 부부사이에서도 많이 발생하는 편이다. 많이 붙어있기는 하나 떨어져 있는 시간 동안 텍스트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엉뚱한 의도로 이해하고, 뒤늦게 다투기도 한다.


"이런 뜻 아니었어?"

"응 아니었어 ..ㅎ"

"왜 비웃어?"

"아닌데? ㅎㅎ"

"죽을래??"


사소한 것에 목숨을 걸 순 없으니 대장부답게 잘못을 시인해야 한다.


"지금의 ㅎ은 비웃음이 아니라 그냥 헛웃음이 나온 거랄까?"

"그만해라.."


위기일발이다. 마치 오징어 게임 속 한 장면이 떠오르며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추락할 것만 같다. 정신을 부여잡고 위기를 모면하자.


"ㅋ"


중요한 순간 나도 모르게 잘못된 선택을 해버렸다. 나도 내가 왜 이랬는지 모르겠지만 극도의 긴장상태에 빠지다 보면 사람이 헛짓거리를 할 수도 있다. 하필이면 타이밍 나쁘게 왜 지금이었을까?


냉랭해져 버린 우리 사이에 끼어 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아 졌다.


"아빠가 잘못한 거 같은데?"

"엄마 말이 100% 옳아요."

"엄마.. 너무 힘들어 보여.. 미안해."


3:1의 싸움. 아니 싸움은 아니지. 애들은 엄마 편이다. 어릴 때 대충 키워놓은 대가는 혹독하구나. 모성애 만세.


싸늘하게 쳐다보는 그녀에게 쭈뼛거리며 다가가 괜히 사과의 제스처를 취해본다.


"뭐? 어디 또 비아냥 거려보시지?"

"아이 그런 거 아니라니까~ ㅎ 미안해."

"휴.. 알았다."

이토록 평범한 하루를 살아내는 데도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 대체 어디에 지혜로움이???


쉿. 많은 걸 알려하면 안 된다. 그냥 40대 남편으로서 쌓아온 나름의 빅데이터 같은 그런 거다. 어차피 이면에는 우리 사이에 쌓여 왔던 뭔가가 존재했었을 거고, 단지 상황 때문에 터진 것뿐이다.


나도 내 말을 하려 했고 아내도 아내의 말을 하려 했을 뿐이다. 그것도 양보 없이. 내가 한 발을 물러서는 순간 비로소 상대방은 안심을 하게 된다. 팽팽했던 긴장감을 풀 수 있는 것도 결국 나하기 나름이었던 것인가.


40대에도 여전히 여자의 감수성 같은 건 잘 모르기에 몸이 고생한다.


마음을 담아 글을 쓰겠다고 다짐했으면서, 어찌하여 아내의 마음에는 귀 기울이지 않았던 것일까.


이따가 퇴근할 아내를 만난다면 오늘은 따뜻하게 말 한마디 건네야겠다. 안 하던 짓 한다고 혐오할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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